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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형근 Oct 11. 2021

[서평]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글을 쓰면서 잘못된 문장이 있진 않을까 종종 걱정해요. 글을 다 쓰면 맞춤법 검사기를 실행해요. 오탈자가 있거나, 띄어쓰기가 잘못된 문장을 바로잡지만 문장 자체가 잘못된 건 걸러지지 않아요.


내가 쓴 글이라 잘못된 문장인지 모를 때도 많아요. 가끔은 문장을 첨삭해주는 기계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요. 어제보다 나은 문장을 쓰고 싶은 욕망에 도서관에서 이 책을 집어 들었어요.


저자는 20년 넘게 단행본 교정 교열을 한 베테랑 교정가예요. 저도 책을 쓰며 편집자와 글을 다듬은 적이 있지만 문장 하나하나 깊이 파고들어 교정한 적은 없어요. 문장이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에 책 읽는 시간이 유익했어요. 


책의 구성이 신선해요. 잘못된 문장을 꼬집는 꼭지와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 꼭지가 번갈아 나와요. 반전을 곁들인 소설도 재미있지만, 잘못된 문장을 고치는 방법을 알려주는 꼭지에 중점을 두고 저자의 세 가지 노하우를 공유해요.



1. 적의를 보이는 것들


적의를 보이는 것들은 '적, 의, 것, 들'을 무분별하게 사용하지 말자는 뜻을 담은 제목이에요. 책에 나오는 예문을 들어볼게요. 


사회 현상 → 사회 현상

정치 세력 → 정치 세력 


문제 해결 → 문제 해결

부모와 화해가 우선이다 → 부모와 화해하는 일이 우선이다 


사과나무에 사과이 주렁주렁 열렸다 → 사과나무에 사과가 주렁주렁 열렸다 


내가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증거 →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



적의를 보이는 것들을 알게 된 건 가장 큰 수확이에요. 물론 책을 읽기 전에도 적, 의, 것, 들을 줄이기 위해 신경 쓰며 글을 썼어요. 그런데 네 가지를 <적의를 보이는 것들>이라고 모아놓으니 잊히지 않아요. 


고등학교 화학 수업 시간, 주기율표 원소 순서를 외우기 위해 선생님이 만들어준 독특한 문장 같아요. 앞으로 퇴고할 때마다 '적의를 보이는 것들'이 있는지 살펴야겠어요.


모든 문장은 다 이상합니다. 모든 사람이 다 이상한 것처럼 말이죠. 제가 하는 일은 다만 그 이상한 문장들이 규칙적으로 일관되게 이상하도록 다듬는 것일 뿐, 그걸 정상으로 되돌리는 게 아닙니다. 만일 제거 이상한 문장을 정상으로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면, 저야말로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2. 될 수 있는지 없는지


~될 수 있다. ~할 수 있다. 제가 밥 먹듯이 사용하는 형태예요. 


1등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 거야? → 1등이 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 거야? 


저자는 얼마든지 깔끔하게 읽히는 문장을 '쓸 수 있는'데도 습관에 사로잡혀 그러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해요. 저도 몰랐어요. 이 형태가 잘못된 문장을 만들 수 있다는 걸요.


'될 수 있다.'와 '할 수 있다'는 모두 가능성과 능력을 나타낼 때 사용하는데, 가능성이 없는 경우에까지 남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어색한 표현을 만들기도 한다. 가령 '할 수 있다'는 괜찮지만 '못할 수 있다'는 어딘지 어색하다.


부정의 의미를 담을 때 ~될 수 있다. ~할 수 있다 형태를 피한다고 생각하면 외우기 편해요. 


못할 수 있다. → 못할지도 모른다.


남이 쓴 문장이든 내가 쓴 문장이든 문장을 다듬는 일에는 정답이 없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처럼 맞고 틀리고를 따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에 그렇다.



3. 시작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이것도 처음 알았어요.


아래 세 문장 중 올바른 문장은 몇 개일까요?


1. 색이 변하기 시작했다.

2. 마음이 변하기 시작했다.

3. 사람들이 놀라기 시작했다.


정답은 1번 하나입니다. 시작점이 분명한 변화에서는 시작했다고 해도 괜찮지만 언제부터라고 꼭 집어 말하기 어려운 변화에는 시작하다를 붙이면 어색해집니다.


마음이 변하기 시작했다. → 마음이 변했다. 마음이 차츰차츰 변해 간다.


사람들이 놀라기 시작했다. → 사람들이 놀랐다.


자기 글에서 이상한 부분을 빠짐없이 짚어 낼 만큼 완벽하게 객관적인 눈을 가진 사람은 드물다.



내용이 먼저, 형식은 다음!


글쓰기, 참 어렵습니다. 제대로 썼다고 생각한 문장도 누군가의 눈에는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내 문장의 결함이 눈에 들어옵니다.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는 위에서 소개한 세 가지 잘못된 점 말고도 다양한 사례를 소개합니다. 


잘못된 문장을 알려주는 책을 정독한다고 해서 내 문장이 곧바로 완벽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껏 수십 년간 쌓아온 문장 작법 습관을 바꾸라는 건 왼손 타자에게 오른손으로 치라는 것과 비슷합니다.


문장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변합니다. 꾸준히 좋은 글을 읽고 잘못된 문장을 바로잡겠다고 생각하며 글을 써야 서서히 나아집니다.


그러니 부담 갖지 마세요. 단번에 올바른 문장을 쓰겠다는 욕심은 버려요. 조금씩 나아질 거라 믿고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읽고 글을 쓰시기 바랍니다.



100점짜리 문장을 괴롭게 쓰는 것보다 10점짜리 문장을 즐겁게 쓰는 게 낫습니다. 내용이 있어야 형식이 의미를 가집니다. 혹시나 글쓰기를 괴롭게 만든다면 이 책은 읽지 않는 게 좋습니다. 글쓰기에 이런 부분도 있구나 하고 편하게 읽을 분께 추천하고 싶네요.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아무렴 어때요.

이상한 문장이라도 쓰는 게 어디예요. ^^


오늘도 글을 쓰는 모든 문장가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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