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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형근 Oct 24. 2021

글쓰기의 고통

퇴근길.


오늘은 무엇을 쓸까. 메모장을 열어 글감 목록을 훑어봐도, 이런저런 문장을 써봐도 글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한참 동안 커서가 제자리에서 깜빡인다. 글이 써지지 않는데 글을 써야 하는 순간, 글쓰기는 고통스럽다.


고민에 빠진다.


오늘은 포기하고 내일로 미룰까. 죽이건 밥이건 아무 글이나 쓰고 발행할까. 정답은 없다. 엄지를 두 번 두드려 메모장을 종료해도 되고 뒤죽박죽인 글을 발행해도 된다. 보통은 아무 글이라도 써서 남기는 게 낫다. 글을 쓰면 생각을 눈에 보이게 바꿀 수 있지만 쓰지 않으면 생각은 기억 저편으로 날아가 버린다.


글쓰기가 좋다.


아무도 내게 글을 쓰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내 마음대로 쓸 수 있어서 재미있다. 머릿속에 맴도는 잔상을 글로 옮기다가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신이 난다. 미처 생각지 못한 문장을 쓸 때 희열을 느낀다.


가끔은 글쓰기가 괴롭다.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생각처럼 글이 써지지 않을 때 답답하다. 글쓰기의 고통은 어떻게 감내해야 하나. 날마다 머릿속에 글감이 반짝거리면 얼마나 좋을까.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쓰고 또 쓰고 싶은데 쉽지 않을 때가 많다.




하루에 한 편씩 글을 쓰면서 날마다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과 글쓰기가 습관이 되는 기쁨을 동시에 느낀다.


글쓰기에 강박을 가질 필요는 없다. 강박은 글쓰기의 즐거움을 반감시킨다.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고 두 손을 굳어버리게 한다. 그렇지만 글쓰기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면 꾸준히 글을 쓰기 힘들다.


일주일에 세 편씩 쓴다든지, 주말 글쓰기 모임에 참석해서 글을 쓴다든지 자신과 약속하고 글을 써야 오래 쓸 수 있다. 적당한 긴장감을 가지고, 글쓰기를 일상의 습관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더해져야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다. 글을 쓰고 싶은 날에만 글을 쓰겠다는 생각은 어쩌면 글을 쓰지 않겠다는 말과 같을지도 모른다. 내일 써야지 하고 미루려 했던 것을 반성한다.


오늘도 여차여차 한 편의 글을 완성한다.


고통 끝에 환희가 찾아온다. 이 맛에 글을 쓰는 걸까. 쓸거리가 많아 신나게 글을 쓸 때도 좋지만 한참을 머뭇거리다 글을 썼을 때는 더 뿌듯하다.


오늘은 잠이 잘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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