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여행을 좋아합니다. 일상에서 벗어나 어딘가로 떠나는 건 항상 즐겁습니다. 올해를 충실히 보내기 위해 “분기마다 가족 여행하기”라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1분기 계획은 달성했습니다. 지난달에 2박 3일 동안 가평을 다녀왔습니다. 운전대를 잡는 순간 머릿속이 맑아지고 몸이 가벼워집니다. 현실에서 벗어나 산과 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마저 깨끗해집니다. 주변이 환해집니다.
누구나 여행을 떠나 기분을 전환하고 싶다고 생각할 겁니다. 여행이 주는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으니까요. 그런데 여행을 가지 않아도 여행을 간 것과 똑같은 기분을 느끼는 방법이 있습니다. 지금 바로 여행지에 있다고 상상하는 겁니다. 무슨 헛소리냐고요? 조금만 더 읽어주세요. ^^
우리의 뇌는 똑똑합니다. 뇌는 눈, 코, 입, 귀, 손발로부터 입력되는 수많은 감각 정보를 순식간에 처리하고 기억합니다. 특히 짜릿한 경험, 새로운 체험은 뇌 깊숙이 들어가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뇌의 탁월한 기능 중 하나는 기억을 떠올리면 그때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떡볶이를 생각하면 입안에 침이 고이고, 첫사랑을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아련해지는 까닭은 똑똑한 뇌 덕분입니다.
『브레인 오딧세이』의 저자 알렉산더 뢰슬러는 다음과 같은 실험을 제안합니다. 직접 글로 적으면 효과가 크지만 글을 적을 필요는 없습니다. 머릿속으로 상상해도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대상을 상상만 해도 마음이 평안해지고 웃음이 납니다. 참기름이 듬뿍 들어간 비빔밥 한 숟갈, 1년 만에 만나는 친구와의 술자리, 이불을 덮고 새근새근 자는 자녀, 뮤지컬 공연처럼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상상하세요. 마음속에 따스한 봄이 찾아옵니다. 꽃이 핍니다.
눈을 감고 지난날 즐겁게 여행했던 장소를 떠올려보세요. 여행지에서 들었던 노래도 틀어보세요. 제주도를 좋아한다면 비행기가 착륙한 순간, 식당에서 먹은 음식, 창문을 열고 바라본 해안 도로,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가족을 마음속에 소환하세요. 그 순간만큼은 학교, 일터가 아니라 제주도의 땅을 밟고 있습니다. 공기의 질감이 달라집니다. 기분이 나아집니다. 시간이 천천히 흘러갑니다.
즐거웠던 경험을 떠올리려면 떠나야 합니다. 체험해야 기억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날 때, 여유가 있을 때를 놓치지 말고 여행하세요. 집 앞 공원이든, 수목원이든, 미술관이든, 교외든 아무 데나 마음껏 여행하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어떤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까요. 설레는 마음, 봄이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