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봄 어린이날에 교회에서 받은 뽀로로, 아기 상어 풍선의 수명이 엄청 길다. 아쿠아리움이나 놀이공원 같은 데선 하나에 만 원씩은 족히 받는 값비싼 아이코닉스 콜라보 캐릭터 풍선이다. 내가 헌금생활을 잘 하고 있던가, 돌아보게 하는 선물이다.
아무튼 이 풍선은 막대 부분과 풍선 부분이 분리되는데, 분리되는 부분 곧 캐릭터들의 엉덩이 쪽에 공기 주입구가 있다. 거기에 후후 입김을 불어넣으면 아기상어와 뽀로로가 오븐에 들어간 빵 반죽처럼 탱글탱글하고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다. 와우!
우리 집 주방 냉장고와 김치 냉장고 사이에는 20cm 정도 되는 틈새 공간이 있다. 머릿속에 번뜩 상상력 번개가 친 첫둥이는 그 공간으로 도도도도 걸어가더니 거기가 풍선 자판기란다. 까치발을 하고 저 위까지 팔을 뻗어 풍선을 높이 쳐든 다음에 손을 놓으면 슝- 풍선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풍선 자판기에서 풍선을 뽑은 거다. 오, 재밌는데?
재밌다. 정말 재미는 있는데 문제는 이놈의 풍선 자판기가 너무 혜자라서 풍선이 나오고 나오고 또 나온다는 점이다. 엄마 나랑 순서대로 차예차예(차례차례) 해 보자. 어? 풍선이 나왔네? 나는 아기상오 나왔다! 엄마 우이(우리) 또 해보자! 엄마 또 해 보자!
나는 신랑한테 뽀로로 풍선을 받아들고 뚜껑도 없는 자판기에서 뽀로로 풍선을 5번은 뽑았다. 자꾸 숙였다 들었다 하는 머리가 어지럽고 들었다 내렸다 하는 팔이 지겨워한다는 걸 느꼈다. 여보, 이제 다시 여보가 좀 해 줄래? 나 설거지 마저 하게.
앗 근데 나랑 바통터치 하기 전에 신랑은 뽀로로 풍선을 이미 10번이나 뽑았단다. 하하하.
혜자 풍선 자판기와의 놀이가 끝나고, 잠자리 독서도 끝났는데 잘 생각을 안 한다. 엄마가 느슨한 무드로 자기 옆에 한가롭게 누워있는 게 좋은 모양이다. 아이는 이 순간에 좀 더 안겨있고 싶나 보다. 나는 가장한 졸림 모드 속에 숨긴 혼자만의 시간에 대한 갈증과 조바심을 들키지 않으려 애를 써본다.
아이가 곁에 있음에, 언제든 이렇게 같이 뒹굴 수 있는 일상을 허락하심에 감사하다.
보글보글 마음속 주전자 때문에 숨이 막히지만 감사 훈련을 받고 있어서 감사하다.
2024.2.1.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