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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달 Jan 27. 2024

무화과 나뭇잎이 마르고



  "돈이 없다, 돈이 없어." 나는 이따금 돈 걱정을 하는 남편에게 '아, 여보! 돈이 뭐가 중요해. 돈이 중요한 게 아니야. 하나님을 제대로 믿어야지. 염려하지 말라고 하셨잖아.' 온유한 위로가 아닌 입바른 잔소리를 하곤 했다.

  그런데 바로 오늘 깨달았다. 내가 그런 잔소리를 하는 건 '내 기준에서' 우리의 형편이 늘 넉넉하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지난 1년 동안 신랑이 벌어오는 돈과 나의 육아휴직수당, 나라에서 나오는 아동수당 덕분에 나는 배부르고 호화롭게 살았다. 우리는 그 돈으로 장도 보고 집 빚도 갚고 가끔 외식도 하고, 이따금 값비싼 옷과 가방도 샀다.

  그런데 다음 달부터 매달 수십만 원씩 나오던 휴직수당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둘째 육아휴직 2년 차이기 때문이다. 그 돈으로는 저축, 실비보험, 기독교 방송 후원, 월 30만 원 실적의 카드 대금을 내곤 하였다. 이제는 수당 들어오던 통장에 해당 금액의 돈을 주기적으로 채워 두어야 한다.

  앞으로는 운동도 1:1 말고 그룹 수업으로 다니고,  신랑이 생일마다 좋은 가방을 사주던 것도 사 오지 말라고 진심으로 뜯어말려야 할 테다. 외식 배달은 지금도 거의 안 하지만 더더욱 줄여야겠지. 퇴근길에 연어 초밥 좀 사다 달라고 부탁하기 전에 먹을까 말까 3번 하던 고민을 33번씩 하게 되겠지.

  그런 생각들을 빨래 널듯이 머릿속에 펼쳐 널면서 나는 주방에서 치킨 텐더를 만들고 있었다. 닭가슴살에 밀가루 달걀, 빵가루를 묻히는데 기운이 빠지고 축축 늘어진다. 나의 병든 닭 같은 아우라를 살피던 신랑이 묻는다. '여보 배고파서 힘들구나. 뭐 좀 시켜 먹을까?' 나는 울컥해서 대답했다. "시켜 먹긴 뭘 시켜 먹어. 돈도 없는데!"

  신랑이 내뱉을 때마다 입바른 잔소리를 해대며 그렇게도 듣기 싫어했던 '돈 없다'는 그 말이 지금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내 입에서 나왔다.

  딩-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다.

  내가 그동안 남편한테 '하나님 믿는 사람이 왜 돈 걱정을 하느냐'라고 말했던 건, 내 믿음이 좋아서가 아니라 내 기준에서 진짜 돈이 아쉽지 않아서였구나. 비싼 운동, 먹고 싶은 것, 크고 작은 좋은 물건 사기 등. 나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었으니까.

  하나님 나한테 물어보신다. '내 기준'과 다른 하나님의 기준에서 하나님은 나의 형편과 궁핍함을 아시고 늘 채워주신다는 것을 정말로 믿느냐고. 무화과 나뭇잎이 마르고 포도 열매가 없어도 구원의 하나님으로 인해 기뻐하느냐고.

  통장 잔고가 마르고 나에게 돈 벌 능력이 없어도. 각종 수입이 불투명하고 재정이 빡빡하여도. 편안하게 살지 못하고 갖고 싶은 걸 사지 못할 때에도. '난 여호와로 즐거워하리. 난 구원의 하나님을 인해 기뻐하리라.' 그렇게 고백할 수 있느냐고.

  내가 알 수 없는 길로, 내가 갈 수 없는 길로, 가장 좋은 길로 나를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묵상한다.

  내가 나의 욕구에만 집중할 때는 결코 알 수 없는 길로, 이기적인 나의 본성으로는 결코 갈 수 없는 길로, 그러나 결국은 나에게 정말 필요하고 내가 갈구했던 가장 좋은 그 길로 나를 인도하시는 하나님으로 인해 나는 기뻐하겠다.



<무화과 나뭇잎이 마르고>

무화과 나뭇잎이 마르고
포도 열매가 없으며
감람나무 열매 그치고
논밭에 식물이 없어도
우리에 양 떼가 없으며
외양간 송아지 없어도
난 여호와로 즐거워하리
난 여호와로 즐거워하리
난 구원의 하나님을 인해
기뻐하리라


 오늘 내 마음에 주신 찬송으로 인해 감사하다.


2024.1.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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