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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저 사람을 살리고 보자

by soulsol


운동을 할 때, 몸을 그냥 막 움직이는 게 아니라 몸의 어느 부분 어느 근육에 힘이 들어가는지를 ‘인지’하면서 하라고 배웠다. 그런데 요즘의 나는 결혼생활을 ‘그냥 막’ 하고 있었다. 남편과의 사이가 딱히 나쁜 것도 아니지만, 남편과 내가 EZER(에제르), 서로가 서로의 군대 보급 통로임을 ‘인지’하며 하나님의 설계대로 살고 있지도 않았다.

나와 남편의 믿음은 오락가락한다. 입으로는 복음을 믿는다고 하지만, 행위와 마음으로는 복음을 떠나 있을 때가 많다. 내가 그럴 때 남편이, 남편이 그럴 때 내가, 서로를 거룩하게 하고 하나님께 돌아오게 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바투 뒤쫓아오는 애굽 군대를 보고 벌벌 떨던 이스라엘 백성의 눈앞에서 홍해를 가르신 하나님의 도우심을 뜻하는 에제르. 질 수밖에 없는 싸움에서 역전승을 하게 하는 전적이고도 강력한 도움을 뜻하는 에제르.

전쟁터에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동료를 볼 때, 정상인 군인은 짜증을 내지 않고, 먼저 당장 필요한 도움을 준다. 일단은 동료가 그 위기로 인해 목숨을 잃지 않도록 돕고 본다. 하나님의 도움을 의지하고, 나의 생명을 내어놓음으로써 기꺼이 그렇게 한다. 남편이 위기 상황에 처한 것 같을 때, 이기적인 시선으로만 상황을 바라보던 내 모습을 회개한다.

'나한테 피해가 오니까 싫어.’가 아니라, ‘일단 저 사람을 살리고 보자’는 태도로 결혼생활에 임하겠다고 다짐한다. 위기에 빠진 사람을 살리는 데 짜증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나 자신을 잃을까 봐 두려워하는 건 사랑 안에서 온전히 행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걸, 성령님께서 나에게 계속 상기시켜 주시기를 기도한다.

부부학교 교육과정이 끝난 지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피곤한 일상에 치인다. 귀한 깨달음들이 마음속에서 이미 흐려지고 있는 것 같다. 하루라도 말씀을 읽지 않으면, 아니 말씀을 읽어도, 금세 죄의 길로 달려가는 나의 모습을 본다. 순종하는 아내가 아니라 불평하는 아내, 종 된 아내가 아니라 머리를 누르려는 아내, 온유한 심령이 아니라 격동하는 감정에 휘둘리는 아내...

예수님 없이는, 복음 없이는, 말씀 없이는, 설계자의 의도대로 결혼생활을 해 나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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