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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F Dec 06. 2022

10일 공부하고 법학적성시험 LEET 응시하기

스물아홉의 어쩌다 로스쿨 도전 03


치료되지 않은 '공부하기 싫어' 병을 안고, LEET를 준비했다. 사실 준비를 했다고 하기에는 너무 양심 없는 공부량이지만, 일단 하긴 했으니까... 저번 편에서 작년과 재작년 기출에서 낮지 않은 점수를 받고, 마음이 한결 놓였었다.


어느덧 7월... LEET를 3주 정도 앞두게 된 시점이었다. 이제 정말 공부를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스터디 카페에 등록했다. 스스로가 꾸준하지 않을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기간권이 아닌 시간권으로 50시간을 구매했다. (글을 쓰는 시점은 11월인데 아직도 시간이 남아있다.)


당시에는 공공기관에 재직 중이어서 업무가 끝나면 항상 스터디 카페로 퇴근하려고 노력했다... 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즈음 적었던 메모장을 열어보니 스터디 카페엔 일주일 정도 나갔었다. 결국 6월에 2일 동안 기출을 푼 것까지 합치면, LEET는 길어봤자 10일을 공부한 것이다. 언어와 추리 모두 푼 날은 7일 정도 되는 것 같다.


각설하고, 7월이 되어 20년 기출과 19년 기출을 풀어보았는데 갑자기 표준점수가 110점대로 뜨는 것이 아닌가... 시험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충격을 먹으면 공부를 해야 할 텐데 도무지 공부가 되지 않았다. 이제부터 공부한다고 점수를 바꿀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내 마음속 깊이 내재되어있는 회피성 자아가 발동한 탓이었겠지.


답지 않게 시험 전에는 프로 예민러가 되어 카톡을 비롯한 모든 연락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사람인데, 만족스럽지 못한 점수를 받으니 더욱 예민해졌다. 특히나 적성시험은 전날과 당일의 컨디션에 굉장히 크게 좌우되는 것을 알기에, 긴장이 계속 켜켜이 쌓여갔다. 시험 일주일 전부턴 항상 소화불량에 시달리고, 모든 감각이 극도로 곤두서서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민감해진다.


적성시험의 특성이 있는 것 같다. 적성시험을 잘 보는 사람인데도, 항상 시험 전에는 개복치가 된다.  다만, NCS는 예외다. 기업마다 다른 성향이라서 전혀 예측할 수 없기에, 하나도 긴장하지 않고 잔뜩 해이해진 상태로 보곤 했다. 하지만, 그를 제외한 적성시험 전날에는 무조건 죽을 먹고 (먹는 메뉴도 정해져 있다) 물도 잘 마시지 않는다. 핸드폰도 전날부터 비행기 모드로 설정해 놓는다. 당일 아침에는 새벽 일찍 일어나서 시험장에 항상 첫 번째로 도착한다. 물론, 시험장에 도착하기까지의 모든 경로와 전철 시간을 일주일 전에 찾아놓는다. 도착해서 책상과 의자의 상태를 살피고, 시계 및 필기구를 세팅하고 가장 편안한 자세를 물색한다.


이번에도 그렇게 잔뜩 긴장한 상태로 LEET에 응시했다. 짧은 시간에 복잡한 지문을 극한의 집중력을 발휘하여 해석하고 헷갈리기 그지없는 선지를 가려내야 한다. 그것도 하루 반종일. 있는 에너지, 없는 에너지를 모두 끌어와서 시험을 치르고 난 후에는 다리에 힘까지 풀린 채로 집에 돌아오는 것이다. 답안이 바로 그 밤에 공개되는데, 당일에는 개수만 알 수 있다. 표준점수와 백분위, 그리고 실제 채점 결과는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8월 말에 공개된다. 가채점을 해보니, 여태 풀었던 기출보다 많은 개수를 맞아서 마음이 놓였다. 그럼에도 좀 더 높게 받았다면 좋을 텐데 하는 마음에 조금은 아쉬웠다. 그래도 시험이 끝났다는 가뿐한 마음으로 잠시 휴식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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