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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솔 Dec 20. 2023

나를 닮은 나의 글

글쓰기를 하는 이유

 어린 시절의 나는 글이나 그림 등을 창작하고 타인에게 보이는 것을 좋아했더랬다. 인기 있는 캐릭터를 그려 친구들에게 배포하거나, 인터넷 소설이랍시고 쓴 글에 달린 칭찬에 우쭐해하던 때도 있었다. 그 뒤 성장 과정에 알맞게 꾸준히 만들고 읽고 쓰고 보이며 스스로를 바르게 증명하는 법을 배웠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춘기에 접어드니 무언가 만든 것이 있더라도 그것들을 세상에 남겨두는 것이 부끄러웠다. 서툴고 유치했던 내가 싫었고, 그런 내가 묻어나는 창작물들이 싫었다. 그래서 보통은 아무도 보지 못하는 곳에 숨기거나 버리기 바빴기에 창작물들의 생존율은 아주 낮았다.


 최근 몇 년간 두 아들을 키우며 어린 나를 반추할 기회가 잦았다. 아이들에게 해주는 사랑의 속삭임을 어린 나에게도 해주며 해방감을 느꼈다. 완벽하지 못할 바엔 대충 도망치며 살겠다던 그녀를 드디어 쪽팔리게 여기지 않고 인정해 줄 수 있었다. 그때의 나는 어설프고 흔들리는 것이 당연했다고, 노력만으로도 충분했다고 다독여 줄 수 있었다. 옛 시간에 갇힌 그녀의 불안은 여전했지만, 차가운 과거에 따뜻한 온기가 생겼고, 그것은 오늘의 나까지도 성장시켰다.


 성장을 실감한 나는 어느덧 글을 쓰고 있다. 여전히 서툴고 볼품없는 글이지만 그것조차 품으며 솔직하게 드러내는 법을 배워간다. 글 속에서 구체화되는 나를 직시하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한다. 내가 원하거나 원하지 않는 것,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후순위가 되는 것, 동기와 이유, 나와 같거나 다른 타인들의 생각 등을 글 속에 차곡차곡 담고 정돈해 간다. 정돈된 만큼 성장하고, 성장 한 만큼 옛날의 나도 지금의 나도 사랑하게 된다.


 글을 소비하고 생산하며 가치 있는 경험이 쌓이니, 앞으로 계속 글을 가까이하리라 다짐하게 된다. 이 글자들이 나와 함께 성장할 것이라 믿어볼 생각이다. 잘 되든 되지 않든 일단 해볼 생각이다. 가치 있는 글들을 통해 찬란히 꿈꾸고 차근차근 이뤄가며 어린 나에게 진 빚을 갚아가리라.



2023년 10월 12일, 브런치에 글을 쓰기로 결심한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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