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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솔 Dec 20. 2023

비교의 말을 삼킨 엄마

자기 주도 성장 아들

 오랜만에 가족처럼 마음 쓰며 지내는 교회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중 한 여자아이는 첫째 아들과 동갑내기 친구인데, 아이엄마가 전해준 이야기 속 그녀는 못본사 한층 더 기특해져 있었다. 혼자 외투를 벗어 곱게 개어 정리하는 모습은 입으로 전해진 말을 더욱 견고하게 했다.

만 4살 그녀는
스스로 놀이방 정리는 물론
빨래 개기도 한다더라


 그녀의 자조 능력을 칭찬하며 마음속으로 나도 모르게 첫째 아들과 이런저런 비교를 하게 되었다. '요 순간은 저 아이가 멋진 것으로 끝내야 한다. 나의 딸로 여기고 그저 기뻐하자' 생각하며 정말 그러고자 얼마나 노력했나 모른다. 첫째에게 엄마의 이 복잡한 마음이 혹시라도 전해진다면 부디 쓸데없는 위축이 없길, 그것이 좋은 동기와 에너지원이 되길 얼마나 바랐나 모른다.



 

 사실 나의 이 마음은 첫째와 둘째의 자조 능력을 비교하며 꾸준히 느껴오던 것이기도 했다. "내가"를 외치며 스스로 하길 좋아하는 둘째와, 양치질 중에도 덧셈 문제를 푸는 첫째의 즐김은 방향이 전혀 달랐다. 첫째가 모범이 되어 둘째가 모방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반대로 하향평준화 되어 답답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너는 형아가 되가지고@#%&]
비교의 말은 목구멍 너머로
꿀꺽꿀꺽


 비교하며 말하지 않더라도, 엄마의 기대정도는 첫째도 충분히 알고 있을 터였다. 가끔 놀면서 "아이고 김박사님 눈곱도 안 떼고 출근하셨네유~" "아이고 김교수님 잠옷 입고 수업하시면 학생들이 놀라쥬~" 라고 말하기도 하고, 지금부터 꾸준히 발전해야 하는 중요한 일은 수학이 아니라 씻기 옷 입기 먹기와 같은 생활 습관이라고 얘기해 왔기 때문이다.

 외출 준비가 재미없는 첫째에게, 금요일에는 친구를 칭찬하던 엄마가, 토요일에는 동생에게 감탄하던 아빠가 유난히 눈에 들어왔던 걸까. 다음 날 아침 첫째는 교회 갈 준비를 하며 평소보다 더 긴 시간, 더 신중하게, 더 많은 것을 스스로 해냈다. 타인의 성공을 자신의 것과 비교하고 생각 결과가 능동적인 성장이라는 것이 참 기특했다.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며, 그동안 내가

아이들에게 바른 가치를 바르게 전달한 것이 맞는지

아이들의 고유함을 충분히 관찰하며 각자의 속도에 맞춰 기다려 왔는지

아이들의 발전을 바라기 이전에 내가 먼저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았는지

자문하고 반성하고 그저 감사했다.

내 수준 이상의 벅찬 하루하루를 목도하고 누릴 수 있음이 그저 은혜이다.


2023년 11월 12일 일요일, 은혜로운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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