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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솔 Dec 20. 2023

또라이에게 먹이를 주지 마시오

부부싸움 중인 또라이들

 간혹 "또라이"라는 단어가 긍정적으로 쓰이기도 한다. 일반적인 틀에서 벗어나는 특별함을 가진 사람들을 표현하며 시작된 것 같다. 하지만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이는 자기 멋대로 하거나 생각이 모자라고 행동이 어리석은 사람을 속되게 표현하는 상당히 부정적인 단어이다. 오늘 내가 욕마냥 속 시원히 내뱉은 말도 이러한 부정성으로 가득했었다.


 오랜만에 부부싸움 중 서로의 또라이 짓을 보았다. 처음엔 화가 나다가, 조금 무섭다가, 안심이 되니 끝내 웃음이 났다. 조소와 함께 나도 모르게 "또라이들.." 이라고 읊조렸다. 우리의 모습이 우습고 한심해 보였던 탓이다.


 누가 누구에게 손가락질하랴?


 또라이가 항상 또라이인 것은 아니다. 또라이는 모두의 속에 똬리를 틀고 빈틈을 노린다. 주인이 얼마나 노련하게 길들이는지에 따라 사고 치는 빈도수나 강도가 달라질 뿐이다. 


 요즘 우리 집에선 신랑의 것과 내 것이 동시에 난리다. 하나만 난리라도 좀 낫겠는데... 우리는 이 또라이들을 길들이긴커녕 끌려다니기 바쁘다. 속에 있는 이놈들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쉽게 전염되는 탓에 무한반복 악순환이다. 각자 자신의 또라이에 집중하면 좋으련만 그저 서로를 탓하기 바쁘다. 내가 신랑에게 "내 속에 있는 또라이에게 먹이를 주지 마시오" 요구한다면 그는 "나의 또라이를 깨운 건 너"라고 하겠지.


 닭이 먼전지 달걀이 먼전지 알게 뭐냐. 유치한 짓 그만하자. 의쌰의쌰 힘을 합쳐 이 새끼들을 빛 한 점 들지 않는 견고한 옥에 가둬버리는 쾌거를 함께 누린다면 좋겠다. 제발.


2023년 11월 12일 일요일, 지옥의 밤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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