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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광열 Aug 06. 2021

왜 ZUZU를 시작했나


코드박스를 창업하기 전 스타트업의 창업 멤버이자 CTO로 7년을 일했습니다. 성과를 내며 성장하던 시기도 있었고, 성장이 정체되어 지지부진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CTO로 일을 하는 기간 내내 마음 한편에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적지 않은 지분을 가지고 있었고 스스로 회사의 주인이라는 믿음도 있었지만, 내 운명을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무기력에서 오는 불안이었죠.


결정은 대표가 합니다. Go도 Stop도 다 대표의 몫이죠. 회사 3년차에 대기업으로부터 M&A 제안이 있었습니다. 당시 집안 사정으로 경제적으로 매우 궁핍했던 저에게는 무척이나 반가운 제안이었지만, 대표님은 Go를 외쳤고 전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7년차에 전 제 주식을 전부 포기하고 회사를 나왔습니다.(할말하않) 회사가 투자를 받을 때마다 내 주식 가치가 얼마인지 계산하고 행복한 상상을 했던 그 애증의 주식을 말이죠.


그리고 계속 생각했습니다. 왜 all or nothing이어만 할까? 주식이나 스톡옵션을 줘봐야 현금화할 기회가 없으면 그냥 종이 쪼가리 아닌가?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일부라도 팔 수 있어야 그 돈으로 결혼도 하고 집도 얻고 하지 않나? 그래야 똑똑한 사람들이 대기업을 마다하고 스타트업에 오는 거 아닌가?


자본 시장은 상장과 비상장 사이에 거대한 선을 긋고 상장 주식에는 초단위의 유동성을, 비상장 주식에는 10년 단위의 유동성을 부여합니다. 그런데 10년은 회사와 운명을 함께하는 대표 입장에서도 너무 긴 시간입니다. 초기에 스타트업에 합류한 멤버들에게는 영겁과 같은 시간이죠.


ZUZU의 문제 의식은 여기서 출발합니다.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고 스타트업에 합류한 인재들에게 경제적인 보상을 제공할 방법은 없을까?  상장과 비상장이 아닌 제3의 길은 없을까? 그런 길이 있다면 어떻게 찾아야 할까?


여러 시도들이 있지만 아직 답은 모릅니다. 운 좋게 한번에 정답을 찍어 맞출 수 있는 게 아니라면 빠르게 실험을 반복할 수 있는 데이터와 인프라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ZUZU는 비상장 회사의 데이터를 모읍니다. 주주명부, 스톡옵션, 전환 사채, SAFE… 


당시에 제가 느꼈던 불안감을 지금 우리 회사 멤버들도 똑같이 느끼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회사를 떠나며 느꼈던 좌절감을 느끼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ZUZU 서비스를 사용하는 대표님들과 이 문제를 같이 풀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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