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mes 아저씨 Jun 24. 2024

#4. 블랙독

    차별과 억압을 넘어... 힙합댄스로

이곳 글들은 문화적 열등감에서 빚어진 내 발걸음에 대한 엉거주춤한 내 감성을 기록한 것들입니다.

마치 황새 쫓아가는 뱁새 다리가 찢어지듯... 그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불나방처럼 달려든 나의 얕디 얕은 

감성의 기록이고 또 그 아마추어적 감동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기억은 짧고 감동은 오래이고 싶은... 주로 공연과 전시가 될 것입니다

       

                                                  2024년 6월 23일 성남아트센터

공연 메인 포스터

사실, 힙합댄스에 대한 장르를 좋아하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잘 몰랐고 단지 음악의 한 장르로만 알고 있었지 이게 춤으로 단독 공연이 된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나는 다양한 무용장르에 대해 

알고 싶었고 좋아하건 잘 모르건 일단 한번 보자...라는 심정이 제일 먼저 발동한 게 "블랙독"이었다.


안무가 '보티스 세바'가 어린 시절 흑인으로서 겪은 차별과 억압의 경험을 바탕으로 오늘날 청소년들이 절망과 두려움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 작품이란 것에 끌렸었다. 힙합이란 장르 자체가 자유로운 형식과 거칠고 직설적인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대체 춤은 어떨까... 궁금하기도 했고... 비보잉 같은 생각하기도 했었다. 또 한편으론 초(?) 현대적인 무용이라 상상하기도 했다. 


그렇게 찾아간 오랜만의 성남 아트 센터의 뜨거운 초여름...


우아한 오페라하우스에서 펼쳐진 이번 공연은 무대장치도 없고 그저 텅 빈 무대에 어두운 조명과 핀을 이용한 절묘한 움직임이 무대장치의 다였다. 음악이 주는 긴장감이 최고조를 향해 가고 무대 구석에 미동만 보이는 어떤 물체를 향한 얇은 빛의 움직임만 있었다. 이게 도입부였고 내내 나는 무용수들의 동작과 비트에 가슴이 조마조마했는데 끝까지 그 느낌이 나를 놔두질 않은 것 같았다. 

아주 많은 무용수들은 아니지만 열명 남짓 되는 무용수들의 몸짓은 무대 위의 벌레처럼 꿈틀거리기도 했고 

때로 강한 비트의 박자에 따라 몸짓은 커지기도 하고 움츠려 들기도 하며 대체 이 긴장을 어디까지 끌고 갈 

셈인가 궁금할 만큼 오래도록 무대 위에서 마치 폭발직전 같은 분위기를 오래오래 유지했다.

잘 모르는 나 같은 관객은 숨을 어디서 쉬어야 할지... 어디쯤에서 침을 꼴깍 삼켜야 할지도 모르게 아주 아주 이상한 긴장감을 유발했는데 나는 엉뚱하게 '위안'을 찾고 있었으니... 감성의 발란스가 이리도 다르게 느껴질 줄이야...

'춤이 건넨 위로'라는 말이 이 공연 안에 담겨 있었다는 것만 기억을 해서인지 사실 문외한인 나는 위로라기

보다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암감을 계속 주입하는 것 같고 접해보지 않은 이상한 비트가 팍~팍~ 전해질 때마다 가슴이 뜨끔뜨끔하기도 했었다. 

힙합을 중심으로 극적인 전개를 펼치는 예술가 집단이라는 사전 설명을 읽고 간 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만큼 나는 힙합에 대해 문외한이고 또 가까이 접해보지 않은 장르여서 1시간여 내내 조마조마하며 춤에 

집중하려 했었다. 알려고 하면 더 뭔지 모르게 도망가는 것 같은... 느낌도 들며 말이다.

내내 저들의 몸짓마다 이상한 긴장감이 내 몸을 감쌌으며 어둡다가 언젠가 밝은 느낌이 팍~하고 들어 오겠지... 저 긴장감 유발하는 이 음악이 나중에 클라이맥스를 만들며 나를 깨어나게(?)하겠지... 하는 내 바람은

하나도 맞지 않고 내내 그렇게 어두운 무대에서 그들의 음침한 실루엣을 보았고 내내 가슴에 이상하게 퍽~퍽~하고 쳐들어 오는 것 같은 비트만이 있었다.  내겐 어렵지만 처음 경험하는 강한 느낌의 공연이었다.


‘파 프롬 더 놈’(Far From The Norm·FFTN)의 작품 ‘블랙독’(BLKDOG)은 이런 공연이었다. 힙합을 중심으로 한 ‘힙합 댄스 시어터’가 오늘날 청년들의 절망과 두려움에 대처하는 방식을 이렇게 다룬 것이라 했고 비트를 나노단위로 쪼갠 탁월한 박자 감각을 얹은 공연이라고 했다. 이렇게 쓰인 해설서를 다시 보았다. 

아무튼 젊은 감각과 에너지가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다만 내가 너무 늙고 멀리 있어 가까이할 수 없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며 말이다. 


"괜찮아요. 당신도 나와 같아요"

라고 위로를 건넨다는 이번 공연... 실제 검은 개는 한마리도 나오지 않는공연이다~


*블랙독(Black Dog)이란?

우울증과 낙담을 상징하는 표현이라 하며 역사적으로는 검은 개는 불운과 악마를 연상시키는 상징으로 여겨져 왔으며 처칠이 자신의 우울증을 이렇게 '블랙독'이라 불러왔다고 한다.

또 다른 의미로는 유기동물 보호소 등에서 유기견을 입양할 때 검정개는 털빛이 검다는 이유로 입양하기를 

꺼리거나 싫어하여 피하는 현상으로 소외되고 낙오되는 것을 '블랙독'이라 부른다고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3. 매튜 본의 '로미오와 줄리엣'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