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동네적응
이사 온 동네에서 자두와 저는 적응 중입니다
아직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하죠.
특히 동네로 들어오는 진입로가 마을회관부터 급격히 좁아져 차 1대만 다닐 수
있는 좁은 길이어서 서로 마주치면 누군가는 양보를 해야 하고 이 낯선 길,
꼬불꼬불한 1차선 도로에서 후진으로 길을 비켜주어야 합니다.
바퀴가 살짝이라도 벗어나면 밭으로 추락이거나 도랑으로 추락입니다.
아주 고역이죠...
운전을 30년을 했어도 아직도 좁고 구불거리는 길을 후진하는 건 진땀이 납니다.
자두도 아직은 이 동네가 어색하긴 마찬가지... 산책길이 아직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예전 동네에선 우선 집에서 나가면 왼쪽길이냐 오른쪽 길이냐에 따라 아침엔
오른쪽으로 가고 저녁엔 주로 왼쪽으로 가 마을회관 앞 골목으로 동네 한 바퀴
도는 코스로 루틴 하게 정해져 있지만 아직 이 동네에선 거미줄 같은 동네 길에 나도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고 어디가 어딘지 몰라 선뜻 들어서길 꺼려집니다.
그러니 자두도 매번 이쪽, 저쪽으로 정해지지 않은 길을 갑니다.
게다가 이 동네는 길은 좁은데 차는 자주 다녀서 수시로 차가 오면 자두와 저는 길 한편에
바짝 비켜서야 합니다.
이사 온 다음날부터 집 주변 동네 분들 댁에 인사를 드리러 다녔습니다.
첫 번째로 우리 윗집입니다.
이 댁 어르신은 이사 전 주차문제로 우리 집 식구들과 약간의 신경전을 한 적이 있어
제일 먼저 갔습니다.
그때와는 다르게 아주 친절히 인사를 받아주시고 마을 노인회 총무님 댁에도 가보라 하시며
동네 살이의 팁까지 알려주십니다.
그런데 어제 아침 이 댁에서 김장을 했다고 두 포기를 제게 가져다주었습니다
제가 김장하는데 가서 뭐 도와드린 것도 없는데 말입니다.
이게 시골살이의 맛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이 어르신댁 바로 위엔 자그마한 절이 하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인사하러 간 집이 이 절이었습니다.
스님 한 분이 게시는 절로 아담한데 지역문화재로 지정된 목조 좌불상이 하나가 있더군요.
인사도 정겹게 맞아 주시는 스님께 나중에 차 한잔 마시러 오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절 아래쪽엔 펜션이 하나 있는데...
이곳은 관광지도 아닌데 무슨 펜션이 있을까 의아합니다.
바로 우리 집의 왼쪽 뒤편에 있지요.
주말이면 손님들이 와서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거나 담소를 나누는 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그 펜션 너머엔 작은 교회가 있는데 목사님 부부가 있는 개척교회라고 합니다.
아직 그분들을 뵙지 못해 직접 인사는 못 드렸습니다.
그리고 우리 윗집 어르신 말씀대로 이 마을 노인회 총무님 댁에도 인사를 드리러 갔다가
붙잡혀 커피도 마시고 총무님의 입담을 30여분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댁 부부 두 분 정말 재밌는 분들입니다.
사모님께선 귀촌이 상당히 불편하고 싫다고 하시며 마구 불평을 늘어놓습니다.
처음 보는 제게도 시골살이가 너무 싫다고 빨리 서울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남편 쪽에 눈을 흘기며 이야길 하십니다.
그런데 남편인 그 총무님은 꿈쩍도 안 하시고 온 동네의 소식을 다 들려주십니다.
어느 집에 누가 살고 뭐 하는 사람이고...
하이고~ 처음 보는 제게 완전 동네 오리엔테이션을 하는 듯하십니다.
그리고 우리 옆집은 우리 집과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당을 볼 수 있는데
우리 집 대지가 조금 위쪽이라 내려다보는 형국입니다.
그 댁도 이사 오신 지 얼마 안 되셨다고... 하고 아주 조용하고 조용한 집입니다.
하지만 그 댁 안주인 말로는 첨엔 우리 집에 개가 있어 무섭고 걱정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생전 짖지도 않고 자길 봐도 반응이 없어(?) 다행이라 하십니다.
우리 집 입구 첫 집에도 인사를 드리러 갔는데
그 댁은 군에서 예편하고 귀촌하셨다는 분입니다.
노모와 부부가 오신 것 같습니다.
저 보다 3주 먼저 이사 오셨다고 합니다.
그 맞은편 펜션으로 가는 길에는 작은 농막 같은 집이 하나 있는데
그 댁은 주말 농장으로 주로 주말에 와서 밭을 일구고 쉬었다 가신다고 합니다.
지난 주말 자두와 산책 중에 만나 인사를 나눴습니다
물론 이게 다 총무님께서 전해주신 정보들입니다.
자두와 저는 매일 두 번씩 산책을 나가며 만나는 동네분들께 인사를 합니다
시골에서 적응하는 데는 일단 인사가 제일 좋은 방법 같습니다.
자주 만나는 분들은 이제 자두를 기억하고 인사를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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