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리, 재즈를 만나다
이곳 글들은 문화적 열등감에서 빚어진 내 발걸음에 대한 엉거주춤한 내 감성을 기록한 것들입니다.
마치 황새 쫓아가는 뱁새 다리가 찢어지듯... 그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불나방처럼 달려든 나의 얕디 얕은
감성의 기록이고 또 그 아마추어적 감동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기억은 짧고 감동은 오래이고 싶은... 주로 공연과 전시가 될 것입니다
2024년 11월 10일 성남 아트홀
한때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을 무지하게 좋아한 적이 있었다. 처음 본 게 '원령공주'이었고 그 후
'천공의 성 라퓨타',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를 본 것 같고 그다음부터는 극장에서 '하울의 움직이는 성',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웃집 토토로' 등을 본 것 같다. 모두 정말 주옥같은 작품들이었다. 이는 모두 세계적
애니메이션 거장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이다. 하지만 내가 이 만화 영화들을 처음 본건 90년대 중반쯤? 당시 불법 CD로 복제되어 서로 돌려보던 시절 내 차례가 와서 '원령공주'를 본 것이 최초일 것 같다.
그 후 아예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들을 복제한 CD로 봤으니 요새 같으면 큰일 날 것이나 그땐 별로 죄책감
같은 것도 없이 그렇게 돌려 보곤 했다. (요즘엔 중국에서 우리나라 작품들을 불법 복제하고 시청해서 문제다) 그 후 극장에서 큰 화면으로 몇 개의 작품을 봤다.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가 처음이었던것 같고 그리고 또
극장에서 몇 개를 봤다. 그 영화에 음악으로는 언제나 '히사이지 조'가 대부분 참여를 했고 웅장한 스케일에 맞는 또는 그 상황의 화면에 맞는... 그의 음악들이 더 감동을 주기도 했다.
왜 일본은 이런 만화영활 만들어 세계적 영화제에서 상도 받고 하는데 우린 왜 못 만들까... 하는 질투도 있었고 또 일본은 만화시장 자체가 하나의 경제의 커다란 축이고 또 예술에서도 한 장르로 분류되기도 하는 등... 일단 만화를 대하는 자세가 우리와는 다른 게 있다. 우린 만화 하면 일단 어른들이 갖게 되는 선입견은 그 불량성, 또는 어린이용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일본은 만화를 산업으로 또는 예술의 한 장르로 키워냈고 어린이용이라는 선입견을 없앴는데 말이다.
이번 공연은 그 지브리 스튜디오의 만화영화 곡들을 재즈 트리오로 공연을 한 것이었는데 이게 오케스트라로 들었던 '히샤이시 조'의 음악과는 또 다른 맛이 있다. 일단 재즈의 즉흥성이나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리듬이 관객들로 하여금 참여를 이끌어 내기도 하고 그 리듬에 맞춰 박수를 치거나 발을 까닥거리거나 고개를 흔들거리게 한다. 원곡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지만 그렇다고 그게 원곡의 감동을 해치지는 않고 재즈의 특별한 리듬에 빠질 수 있는 것 같은 어쨌든 새로운 느낌이다. 곡이 연주될 때 피아노 연주자 겸 리더인 '타테이시 카즈미'가 한국어로 인사도 하고 흥도 돋우고 일본어로 설명도 하는데 물론 통역자가 있지만 그가 말하는 톤이라 표정만 봐도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다.
다음곡은 '이웃집 토토로의 OVERTURE'다... 뭐 이러면서 연주에 들어가고....
셋의 흥겨운 연주에 관객은 박수로 또는 어깨 들썩임으로... 화답을 한다.
눈을 감고 가만히 들으면 영화의 장면이 머리에 쓰윽 스쳐가는 것 같기도 하고... 발을 까닥거리며 리듬에 몸을 맡겨보기도 한다. 쇼맨십이랄까... 피아니스트 '타데이시 카즈미'는 흥 돋우기에도 아주 뛰어난 것 같다.
관객의 연호를 이끌어내는 동작이나 연주에서 즉흥적으로 일어나 객석을 향해 제스처를 보내기도 한다.
이 재즈 트리오는 매년 한국에서 전국 투어 공연을 한다고 하는데 이번이 벌써 12년째라고 한다.
그만큼 한국에서 인기가 있는 재즈 트리오다. 이번에도 전국투어를 연말까지 하고 있고 나는 그중 성남시
공연을 본 것이다. 이 '카즈미 타테이시 트리오'는 피아노(타테이시 카즈미), 콘트라베이스(사토 시노부),
드럼(스즈키 마오)등 3명으로 구성된 일본의 피아노 트리오로 지브리 애니메이션 주제곡을 재즈곡으로 편곡연주하며 음반을 2010년에 발매했으며 이듬해 일본 아마존 차트에 1위로 오르는 등 일본 내 공연마다 전석 매진이 되는 등 인기를 누리고 있다. 2011년부터는 매년 내한 공연을 하고 있으며 순회공연 때 거의 전석
매진이 된다고 한다. 2013년엔 내한공연 실황을 담은 <돌아올 수 없는 날들-Live in Korea 2013>을 발매
하고 2015년엔 크리스마스 앨범 "Christmas meets Jazz"을 냈고 곧 내한공연의 추억을 담은 오리지널 곡 <December in Seoul> 음반을 내는 등 한국에 대한 애정이 담긴 앨범들도 내고 있다.
이번 공연의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바로 Guest인데...
구경훈이라는 우리 국악기 생황연주자로 신기하게도 재즈 트리오에 우리 전통 악기인 생황이 협연자로 나왔다는 것이다. 정말 생황의 소리가 이렇게 재즈와 잘 어울리는구나... 를 새롭게 느꼈는데 이는 마치 재즈 연주에 트럼펫이나 트롬본과 같은 역할을 하는 느낌이었다. 우리 국악기의 생황소리를 단독으로 들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고 이게 신기하게도 잘 어울려 더 좋았다는 것이다.
어찌 이런 발상을 할 수 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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