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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일상

18. 겨울을 이겨낸 봄, 그리고 꽃 심기

by James 아저씨

자연은 신비롭다. 계절도 그렇다. 봄이 왔고 꽃은 피었고 나무는 푸르러졌다. 그래서 우리는 봄엔 만물이 싹을 틔워내고 꽃을 피운다는 것을 안다. 겨우내 헐벗고 있던 나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일제히 푸르른 옷을 입고 서 있다. 동네 어르신들은 일찌감치 밭을 갈아 업고 비료를 뿌려 놓고 요새는 거의 비닐을 씌워(멀칭) 그곳에 채소 종자를 심는다. 우리 동네 밭들은 다 그렇게 검정 비닐이 쓰여 있다. 나는 텃밭으로 하려던 곳에 게을러서 많이 하는 건 포기하고 일부만 삽으로 갈아 업고 두 이랑정도를 만들었고 그곳에 채소를 심을까 하다... 꽃씨를 심었다. 그런데 그게 직파를 하다 보니 발아율이 현저히 떨어져 이미 잡초들이 무성하고 내가 뿌린 꽃씨는 두어 포기 정도 발아가 되었다. 하는 수 없이 다른 꽃들은 파종 트레이에다 배양토를 넣고 꽃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비닐로 덮었다. 이렇게 하면 발아율이 50%는 넘는다고 한다. 암발아가 필요한 애들은 검정 비닐을 덮어 주었다. 2~3주 후 과연 얼마큼 발아가 되었을지 궁금하다. 수시로 물을 주고 애들이 나올 기미를 보일까 살펴보지만 아직은 애들이 나오지 않고 있다.


1. 지난겨울 심어 놓은 구근들 꽃이 피다.

지난 초겨울 읍내 장날 튤립구근들을 사다 심었고 그게 정말 겨울을 이겨내더니 봄에 싹이 자라 올라오길래 그 생명의 신기함에 놀랐는데 드디어 꽃을 피웠다. 만원에 11개라는 구근을 사다 12월 초 마당 한편에 심었더니 정말 이렇게 싹이 올라와 꽃까지 피워 냈다. 화무십일홍이라 했던가... 그래도 꽃이 피니 이쁘기만 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그냥 심어서 잔디에 튤립이 위에 있는 형국이다. 저 애들을 따로 흙을 파서 튤립을 심고 복토를 했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가 든다.

그런데 어떤 모임에서 받아온 구근 대여섯 개는 끝내 싹이 올라오지 않았다. 내가 잘 못 심었거나 구근의 상태가 안 좋았거나... 둘 중의 하나 일 텐데... 아쉬웠다. 튤립 구근 11개를 쪼르륵 심었는데 이 구근들이 한꺼번에 올라오는 게 아니라 하나가 쏙~ 싹을 내밀자 며칠 후 다른 애가 쏙... 그리고 또 다음애가... 그렇게 11개가 정말 다 올라와 꽃을 피웠다. 다만 분홍색 튤립 한 개는 주변 잡초를 뽑다 대를 부러뜨려 꺾어졌다. 이 애는 올라와 막 꽃 피우다 내 부주의로 그만 꽃으로의 생을 다 했다. 순전히 내 부주의였다. 이 사진을 찍었을 때는 4월 초쯤이었다. 잔디가 아직 파릇하게 올라오기 전이었다. 현재는 군데군데 파랗게 싹이 올라오고 튤립 꽃은 다 지고 떨어졌다. 저 튤립 근처엔 지금은 이름 모를 싹들이 엄청 나오고 있다. 이 애들은 쇠뜨기보다 더 빨리 자란다. 거의 매일 뽑아도 또 나온다. 그곳은 포기했다.


2. 잡초를 뽑고...

좌) 마당 한편을 차지한 쇠뜨기들 중) 쇠뜨기를 뽑아내자 맨땅이 드러난 자리 우) 그곳에 화단을 만들었다.

마당에 나오는 잡초들을 뽑아냈는데 한쪽엔 쑥들이 자릴 잡고 군락지가 되었다. 이걸 진작 초봄에 캐내었으면 봄내 그득한 쑥국이나 쑥전 같은 걸 해 먹었을 텐데... 지금은 대가 생겨 먹을 수가 없다.

그러나 정작 문제가 되는 건 마당의 일부를 장악하고 올라온 쇠뜨기들... 과 민들레였다. 민들레도 쇠뜨기도 강력한 생명력으로 뽑아도 뽑아도 악착같이 나오는 애들인데 심지어 쇠뜨기가 장악한 곳은 다 뽑아 내니 잔디가 다 죽어 있고 맨땅이 드러났다. 저 애들이 나오면 여름철엔 거의 매일 뽑아주어야 한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여름철엔 뽑고 돌아서면 또 풀이 나올 정도다. 잔디는 관리자가 얼마나 부지런한가에 따라 달라지는데 나는 자주 깎아주는 건 한다. 잔디는 자주 깎고 장마 전까지는 물을 주면 밀도가 높아져 촘촘하게 이쁜 잔디가 된다. 다만 이렇게 이미 침범한 잡초들은 한번 생기면 어려운데 이걸 완전 제거 하는 것도 문제고 저 맨땅에 다시 잔디가 번져 오지 않으니 그게 걱정인데 저 맨땅엔 꽃을 심어야겠다. 쇠뜨기는 그 뿌리가 50cm까지 들어가 있다고도 하고 그게 옆으로도 상당히 넓게 퍼져 있어 쇠뜨기 근절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일단 쇠뜨기 포자가 날리며 온 마당을 쇠뜨기 밭을 만들고 만다. 일단 몇 주에 걸쳐 뽑아내고 또 뽑아냈다. 쇠뜨기는 나물로도 먹고 차로도 마신다는데 꼴도 보기 싫어 일단 다 뽑아내 버렸다.


3. 작은 화단을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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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작은 화단을 만들었다. 중,우) 화단을 조금씩 늘려갔다.

지난 주말 꽃을 사다 놓고 뭉그적거리다 5월 1일 노동절 휴일 아침, 맨땅이 드러난 곳에 작은 화단을 만들었다. 가로 140cm, 세로 90cm쯤 되는 작은 화단이다. 심고 보니 좁은 곳에 너무 다닥다닥 붙여 심다 싶었지만

5월까지만 살아 있을 애들과 여름 전에 끝이 날 애들이라 그냥 그렇게 붙여 심었다. 화단과 맨땅의 경계가 없어 빨간 벽돌을 사다 화단 경계석으로 만들어 줄까 하다가... 집에 있던 바크를 주변에 뿌려 경계를 만들었다. 바크를 뿌려 놓음으로 일단 잡초들이 화단으로 침범은 좀 더디겠지.... 하는 생각으로 뿌려주었다. 화단을 만들고 물을 주고 있는데 빗방울이 떨어졌다. 일기예보를 보니 오후까지 비가 온다고 나와있어 물 주기를 멈추고 거실 앞마당에 쑥군락지가 된 곳에 쑥을 뽑아내니 이곳도 맨땅이 드러났다.


쑥을 뽑아낸 자리엔 보라색 게열의 꽃들을 심었다.

쑥들도 뿌리가 깊고 여러 갈래로 엉켜있어 나물 캐듯 잎과 줄기만 잘라내면 이 질긴 뿌리에서 또 싹이 나온다. 이것들도 깊숙이 쑥 뿌리째 다 뽑아내야 한다. 쑥과 잡초를 뽑아낸 자리에 심을 꼿들은 보라색 계결의 꽃들인 로벨리아, 네모필라, 팬지를 심었다. 이곳엔 지난겨울 모임에서 받아온 구근을 심은 자리라 삽으로 파보니 구근은 자라다 무슨 일인지 썩어 있었다. 아깝지만 다 파내고 삽으로 흙은 뒤 업고 상토를 섞어 꽃을 심었다.

비가 오자 심은 꽃들이 다 옆으로 퍼져 누워있고 볼품이 없어졌다. 멀리서 찍은 사진을 보니 너무 작아 그다지 이뻐 보이지 않는다. 네모필라가 비에 젖어 누워 버렸다. 이곳은 경계가 없어 잡초들이 올라올 것 같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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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조금 꽃을 더 심었다. 우) 으아리는 덩굴식물이라 나무 밑에 심었다.

으아리는 덩굴 식물이라 대를 만들어주어야 하는데 나무 밑에 심고 나무를 타고 올라가게 했다. 혹시 그늘이 질까 걱정은 되는데 나무가 높아 괜찮지 않을까 하여 그냥 심었다. 꽃을 심자 비가 와서 다행이다. 땅에 심었으니 작은 화분에 있던 것보다는 더 잘 자라지 않을까 싶다. 으아리는 월동도 되고 내년에 다시 꽃 피기를 기대해 본다. 잔디는 아직 다 올라오지 않고 작년 가을의 상태가 아직도 남아 있다.


#봄꽃 #꽃심기 #잔디관리 #화단 만들기 # 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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