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우리동네 길냥이들...
발행을 했는데 브런치북 연재로 옮기느라 다시 올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미 몇분이 다녀가셔서 읽고 좋아요까지 눌렀음에도 이렇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 길냥이들
이곳으로 이사를 와서는 고양이들에게 정을 주지 않으려 마주쳐도 눈을 보지 않으려 하고 저만치 냥이가 있으면 지나가길 기다리거나 모르는 체 지나치기도 했는데 지난겨울 엄청 추운 날, 자두는 나와 같이 집안으로 들어와 있었고 마당으로 들어온 어떤 냥이 한 아이가 빈 자두집에 들어가 추위를 피하는 걸 보고는 너무 짠해서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마주하고 가까이 가지는 않고 대문밖과 창고 옆에 밥만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어떤 아이들은 이제 조금씩 다가오기도 하는데 물론 일정거리를 두고 다가오는데 자두와 산책 시 만나는 검정고양이 하나는 4~5m 사이를 두고 마치 뒤를 밟는 듯 쫓아오는데 자두와 내가 지나가는 길, 높은 곳 또는 지형지물 뒤에 숨어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럼 자두는 냄새를 맡고는 킁킁거리며 마구 다가가려 하고요. 또 치즈 비슷한 색을 가진 애 또한 자두네 집 밥을 먹다가 내가 나가면 후다닥 도망을 가고 또 고등어 비슷한 아이 또한 자두가 마당가에서 잠을 잘 때 자두네 집 밥을 먹기도 하는 걸 목격했습니다.
어떤 날은 텃밭으로 하려다 그냥 밭이랑 2개만 만들고 꽃을 심은- 지금은 잡초밭이 된- 곳에 엎드려서 나를
쳐다보는 애가 있었는데 다리를 다쳐 잘 움직이지 못하는 것 같더군요... 너무 애처로워 다가가니 그 다리를 끌며 도망을 가기에 더 이상 가까이 가지 않고 근처에 먹을 걸 주고 왔습니다. 다친 애들을 보면 제일 안타깝습니다. 저 애들은 저렇게 있다 자연치유가 되면 다행이지만 저러다 상처가 심하게 덧나거나 아파서 먹이활동을 못하면 그냥 죽고 마는 겁니다. 그래서 길냥이들의 평균 수명은 2~3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자두는 자기 집 근처에서 고양이 냄새가 나고 자기 밥그릇에서도 고양이 냄새가 나니 매번 밥그릇 주변과
집 주변에서 노즈웤을 하며 주변을 맴돌고 낑낑거리기도 합니다. 이는 가끔 고양이가 자두가 잘 때 또는 다른 곳에 있을 때 마당에 들어와 자두 밥을 먹기도 하는데 그러면 그곳에서 냄새가 나니 자두는 하염없이 자기
밥그릇 앞에서 밥도 안 먹고 배를 깔고 엎드려 기다리곤 합니다. 또 올까 봐...
또한 산책을 나가도 냄새를 맡아 냥이들 있는 곳을 찾아냅니다. 그리고는 낑낑대고 그 자리에서 뱅뱅 돌며
잡아끌어도 안 가고 버티고 그럽니다. 그러면 억지로 끌고 와야 합니다. 자두는 생전 고집을 부리거나 떼를
쓰거나 해본 적이 없는데 요즘 냥이들 냄새만 맡으면 저렇게 고집을 부리곤 합니다.
그러나 이곳 고양이들은 다행히도 아직 내 곁으로 오는 애들은 없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나 또한 그냥 밥만 주고 있고 애들도 내가 안 보이면 와서 밥을 먹고 갑니다. 그중 어떤 까만 애는 대문 밖에 내 차 밑에서 나를 보고 있다가 내가 안 보이면 대문옆 밥을 먹습니다. 그럼 자두는 또 그 곁으로 가 낑낑거리고 난리가 납니다.
그런데 요새는 동네 물까치 떼들이 냥이 밥을 먹고 있습니다. 냥이들은 내가 없을 때만 와서 먹고 가는데
바로 이 물까치 떼들은 내가 밥을 줄 때 여러 마리들이 하늘을 돌거나 나뭇가지, 휀스등에 앉아 있다 내가
집으로 들어가면 이 애들이 내려와 밥을 다 먹습니다. 몇 번, 이 물까치들을 쫓아 내버리곤 했지만 냥이들이
와서 먹을 때까지 내가 지키고 서있을 수도 없고... 하여간 요새는 이 물까치 떼가 와서 밥을 훔쳐(?) 먹고
있습니다. 밥만 먹는 게 아니라 대문, 담장 휀스들에 똥을 싸서 바닥이며 온통 새떼의 똥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일명 '새똥 테러'를 당하고 있는 겁니다. 그랬더니 이웃집 어르신이 지나가다 우리 집 담벼락과 담장을
보고는 새들한테 밥을 주니까 애들이 이렇게 모여드는 거 아니냐고... 한마디 하셨습니다.
에고고... 그게 아닌데...
나는 아직 이곳 동네 냥이들과는 인사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마음의 철벽을 치고 있는 거죠.
이곳에서 만나는 애들... 사진도 찍지 않고 있습니다. 그게 뭐라고... 그 애들이 마음에 들어올까 봐...
자두만 냥이 앓이를 하는 게 아니라 나도 두고 온 냥이들을 아직도 내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게 겁이 나니 이 동네 냥이들이 내 가슴에 들어올까 봐 사리고 있습니다. 치사하게도...
대문사진은 옛날 집에서의 자두와 호피
자두,살구, 고양이에 대한 지난 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