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역사 대 방출... 1
꺼내기 싫은 흑역사인데... 한때 젊은 날, 한창 술을 마실 때... 그때 술 먹고 생긴 해프닝들 총집합이다. 이 글을 올리자니 너무 창피한데... 자폭하는 게 아닐까... 하는 너무 흑역사다. 아무튼 그때의 해프닝들이다. 젊을 땐 왜 그리 대책 없이 술을 마셔댔는지... 나는 많이 마시면 나의 술버릇은 졸거나 대책 없이 잠이 드는 게 가장 큰 일이었다. 대개는 졸음이 오기 시작하면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오는 버릇이 있었는데 대개 그렇게 집으로 오며 생긴 일들이다. 주로 8~90년대의 기억들이다.
순서는 없고 그냥 기억나는 대로다.
예전 잠실에서 살 때였다.
직장은 대학로에 있었고 퇴근 후 술을 마시면 집에 올 때 혜화역에서 4호선을 타고 동대문 운동장역(당시)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야 하는데 혜화-> 동대문-> 동대문 운동장인데 차만 타면 잠이 들어 4호선을 타고 남태령을 넘어가거나 심지어 안산까지 가기도 하는 등... 매번 지나쳐 골머리를 앓았다. 돌아오는 전철이 있으면 다시 타고 오면 되지만 대개는 늦은 시간이라 다시 나오는 전철이 끊긴 적도 있고 하여 난감했던 적이 몇 번 있었다. 결국 혜화역에서 두 정거장만 가서 내리니 서서 가는 걸로 했고 그러던 어느 날 자리가 있어도 앉지 않고 서서 가는데... 깨어보니 세상에나... 서울대공원역을 지나고 있었고(이럴 거면 차라리 편히 앉아서 자고 갈 걸~~) 기가 막히게 서서 잠이 든 채 과천을 지나고 있었던 것이다. 억울, 억울...
이런 일도 있었다.
분명 4호선을 타고 가다 동대문 운동장에서 2호선으로 잘 갈아탔는데... 깨어보니 깜깜한 전철 안, 게다가 승객들은 아무도 없다. 어딘지도 모르는데 전철은 멈춰있고 깜깜해서 한치도 볼 수가 없었다. 너무 무서웠는데 전철 안 저 멀리 어떤 칸인지... 플래시 불빛이 보이며 누군가 오고 있었다. 저벅저벅... 점점 가까이 오고...
반갑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데... 일단 가만히 앉아 조용히 기다리기로 하고 그 사람이 가까이 와서 인기척을 내보니 지하철 공사 복장을 한 것으로 보아 직원인 것 같았고 그 사람은 별로 놀라지도 않고 나를 비추더니 '어디까지 가세요?' 하고 물었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잠실입니다' 했더니 내게 '따라오세요...' 하며 플래시를 비추며 계속 앞칸으로 가는 것이다. 따라가다 보니 전철 안, 바닥에 대자로 누워 자는 사람이 있고 간혹 두고 내린 물건이 선반 위에도 있기도 했다. 그 지하철공사 직원은 그 두고 내린 물건도 챙기며 내게 같이 부축하자고 하며 양쪽에서 대자로 뻗어 버린 그 사람을 질질 끌다시피 하여 맨 앞칸까지 왔고 그 사람은 그럼에도 시체처럼 뻗어 있었다. 그 지하철 직원은 기관사였으며 맨 앞칸 운전석으로 나를 데리고 가더니 성수역까지 태워다 준다는 것인데 대체 이곳이 어디냐고 물어보니 군자 지하철 기지란다. 그곳은 지하철이 들어와 쉬게 하는 지하철의 숙소 같은 곳으로 그곳에선 점검도 하고 차량을 세워두는 차량기지였던 것이다. 순환선인
2호선이 밤새 뱅뱅 도는 건 아니고 스케줄에 따라 돌다 군자 기지로 들어와 쉬고 점검을 받고 다시 나가 도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사상 처음 지하철 운전석에 타고 성수역까지 왔다. 그분은 어쩐 일로 나를 그렇게 까지 태워다 주는지 의아했지만 이런 일이 많아 별로 놀라지도 않는 듯했고 그는 내가 깨서 같이 대화도 하고 도울 수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저런 꽐라 시체는 그나마 다행인데 횡설수설하며 곤욕치루게 하는 취객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고 했다. 성수역에서는 무전기로 연락하니 성수역 역무원이 와서 그 취객을 끌어내렸다. 그 사람은 어찌 되었는지 모르겠고 나는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집으로 왔다.
'지하철 운전석에서 타고 온 경험 있는 사람 나오라 그래~~~'
그리고 그전 수유리 살 때였으니 더 젊었을 20대 때쯤?
종로에서 술을 먹고 1호선 전철을 탔으니 동대문에서 4호선으로 갈아타야 하는데 잠이 드는 바람에 깨어보니 의정부... 다시 나오는 전철을 타고 창동에서 4호선으로 갈아타려 했는데 이번엔 깨어보니 인천...
다시 인천에서 전철을 타고 동대문에서 갈아타려 했는데 깨어보니 다시 청량리... 다행히 이게 의정부나 동두천까지 가는 게 아니고 청량리까지 오는 막차여서 그곳에서 지하철 청소하시는 분들이 깨워 일어나 나와보니 모든 전철은 끊겨, 하는 수 없이 택시 타고 귀가... 뭐 이 정도는 양호 한 편....
그리고 역시 수유리 살 때였다.
한양대에서 친구 셋이 술을 마시고 셋이 완전히 취했는데 그중 한 녀석은 완전 꽐라시체가 되어 그나마 덜 취한 나와 또 한 녀석이 부축하여 질질 끌고 역까지 와서 전철을 기다리는데 취한 녀석은 플랫폼 의자에서 뻗어 버렸고 지하철이 와서 녀석을 깨웠으나 이미 시체가 되어 버린 녀석이라 꿈쩍도 하지 않았다. 흔들고 따귀를 때리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때 우리 둘은 그냥 녀석을 버리고 우리만 전철을 탔다.(그땐 이렇게 친구를 버리는 기막힌 우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곤 역시 앉자마자 우리도 잠이 들었고 그렇게 편히 잠에 빠져있다 한참을 자다 보니 '다음 역은 한양대, 한양대 역'이라는 안내 방송이 나올 때 깼는데... 이 순환선이 삥~ 돌아 결국 다시 한양대 역으로 왔고 우린 정신이 번쩍 들었고 다시 내려 보니 그 녀석은 아직도 전철역 의자에서 자고 있었다. 이건 운명, 운명이다... 하며 우린 다시 녀석을 깨워(녀석도 이젠 비틀거리지만 부축하니 걸을 수는 있었고) 한양대 근처의 술집에 또 술을 먹고 여관에서 잤다.
예전 80년대 90년대 초까지는 강북구 우이동에 MT촌이 있었고 대학생들, 직장인들이 MT때 이곳을 많이 이용을 했었는데 (가격이 싸고... 서울이라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MT때 술을 밤새 먹고 잠은 편히 집에서 자리라 마음먹고 날밤을 새고 나와 집으로 가려는데 나는 집이 수유리 그쪽이라 평소엔 걸어오기도 했으나 그날은 힘이 들어 버스를 탔다. 우이동엔 버스 종점들이 많이 있었고 그중 하나의 버스를 탔고 그곳에서 3~4 정류장만 가면 우리 집이었다. 그런데 그만 잠이 들었고 깨어 보니 봉천동 버스 종점이었다.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이 다시 되돌아오는 버스를 타고 왔는데 깨어보니 이번엔 다시 우이동 버스 종점... 다시 나오는 버스를 타고 또 잠이 들어 이번엔 정릉입구... 하여간 그날 버스를 타고 그렇게 왔다 갔다... 하며 잠도 자고 그러다 보니 술도 깨고 집에 오니 오전이 다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