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ins May 02. 2022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

메르세데스 벤츠 이야기


Das Beste oder Nicht (Best or nothig)...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 바로 메르세데스 벤츠의 슬로건이다. 자동차 역사의 시작인 칼 벤츠가 세운 Benz & Cie.라는 회사가 뿌리가 되는 세계적인 명차 브랜드 메르세데스 벤츠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독일엔 택시가 다 벤츠?

내가 벤츠를 처음 타보게 된 계기는 독일에 처음 와서 공항에서부터 숙소로 가는 길에 탄 택시를 통해서다. 그때 너무 신기하면서 기분이 좋았다. 벤츠를 타볼 수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근데 조금 시간이 지나고 주변을 둘러보며 지나다니는 택시를 보니 다 벤츠였다. 독일에 택시는 주로 공항과 기차역 앞에 줄지어 서있다. 이 택시들이 돌아다니며 손님을 찾아 태우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만약 공항이나 기차역이 아니라면 택시를 콜로 부르면 된다. 근데 이때 공항이든 기차역이든 줄지어 서있는 택시들을 보면 거의 다 벤츠다. 난 그걸 보며 처음엔 여기 택시기사들은 돈을 잘 버나보다 라는 생각을 했다. 왜냐면 벤츠중에서도 가격이 저렴하지 않은 E클래스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아직도 택시기사들이 사업용으로 벤츠를 구매할 시 얼마나 저렴한지는 잘 모른다. 그러나 아무튼 독일에 대부분의 택시는 벤츠이다. 그런데 조금 더 독일에 오래 살면서 발견한 사실은 택시뿐만 아니라 동네를 지나며 쓰레기를 수거하는 차량도 엠블란스도 경찰차도 소방차도 심지어 아주 가끔 볼 수 있는 군용 차량들까지도 거의 메르세데스 벤츠의 차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택시나 경찰차, 특수목적용 상용차량들을 현대자동차에서 만드는 것처럼 독일에서도 메르세데스 벤츠가 여러 많은 종류의 특수목적 차량을 만든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다임러 그룹에서 일할 기회가 있어 일하면서 조금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는데 다임러 그룹 안에 특수목적용 차량을 개발하는 부서가 따로 있었고 규모가 꽤 컸었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만드는 특수목적 차량 중에 또 특별하고 어찌 보면 많은 사람들에게도 알려져 있는 차량 중에 하나는 바로 고위 공직자 (총리나 장관 등)를 위한 의전용 차량 가드 500이다. 지난 16년간 독일의 총리를 지낸 앙겔라 메르켈은 아우디 A8 모델을 의전차량으로 썼는데 이번에 새롭게 독일의 새로운 총리로 임명된 올라프 숄츠 총리는 메르세데스 벤츠에서 나오는 의전용 차량을 쓸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에도 독일의 16개 주의 주 장관들 그리고 독일 연합정부의 장관들 중 상당수도 메르세데스 벤츠의 의전용 차량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수목적용 차량이 메르세데스 벤츠의 차량 판매나 매출에 얼마나 많은 부분을 차지할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회사차원에서의 실적과 무관하게 독일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이런 차량들로 인해 메르세데스 벤츠라는 브랜드가 친숙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그리고 특이하게 엠블란스 아니 하다못해 쓰레기를 수거하는 차량도 벤츠의 삼각별이 달려있으면 멋있어 보이기도 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고객이 원하는 건...

이전 글에서도 썼던 일화이다. 내가 이전에 메르세데스 벤츠 디자인 스튜디오로 임대계약을 맺고 일하던 시기에 경험한 일이다. 이미 출시된 차량이지만 그 모든 세세한 과정은 쉽게 밝히기 어렵다. 다만 디자인된 모델을 기술부서와 면밀히 검토하며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회의에서였다. 어떤 한 부분에서 조금 복잡한 문제가 있었는데 이 문제를 다른 경쟁사들은 어떻게 해결했는지 살펴보며 검토하던 중에 어느 누군가가 이 문제에 있어 그냥 이전 모델에서 썼던 방식을 사용하고 넘어가자는 말을 했다. 그 사람의 말대로라면 디자인적으로 조금 수정하면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다. 이전 기술을 사용한다는 것 또한 이미 가지고 있는 기술이기에 적용도 쉽고 부품 조달 등 새롭게 해쳐나가야 할 문제들도 적어진다. 그런데 그때 그 말을 들은 한 부서장이 이런 말을 했다. 우리 메르세데스 벤츠를 구매하는 고객은 이전의 수준을 원하지 않아! 새로운 디자인 라인을 사수하고 이 부분에서 새롭게 적용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우리는 그걸 적용해야 한다고... 거의 디자인이 완성된 모델을 가지고 윈드터널로 들어가 공기역학을 측정하던 날이다. 이날의 포커스는 사이드미러였는데 사이드미러의 이곳저곳을 깎으며 공기저항계수를 낮추려고 애를 썼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사이드 미러 안에 들어가는 부품들의 공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살을 마구잡이로 깎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조심조심 수정하다 보면 공기저항계수는 쉽게 잘 낮아지지 않았다. 현재 전 세계에 출시되어 판매되는 양산 차량 중 공기저항 계수가 가장 적은 차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EQS모델인데 계수의 값은 0,20이다. 내가 그날 윈드 터널에서 디자이너와 함께 이곳저곳을 수정하며 겨우 0,002의 저항계수를 줄일 수 있었다... 어느 날은 또 다른 한 부분에서 디자인과 기술부 서간의 충돌이 일어났다. 정말 단 몇 mm 되지 않는 차이를 두고 일어난 충돌이다. 이 문제로 그날 4시간을 토의하고 자리로 돌아왔는데 너무 지치고 힘들다는 생각보다 이래서 메르세데스 벤츠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 건가 보다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Mercedes-Benz EQS (Source: Mercedes-Benz)

매년 인터브랜드라는 기관이 세계에서 가치 있는 기업의 순위를 발표한다. 지난 2021년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메르세데스 벤츠는 세계에서 8번째로 가치 있는 브랜드에 자리를 올렸다. 독일 기업을 통틀어서는 가장 가치 있는 브랜드이다. 자동차 역사의 시작이라는 상징을 넘어 독일이라는 나라의 자부심이기도 한 브랜드... 메르세데스 벤츠는 얼마 전 회사 역사적으로 또 한 번의 큰 변화를 겪었다. 다임러크라이슬러 그룹에서 크라이슬러가 분리된 이후 줄곧 다임러 그룹이라는 이름 아래 Mercedes-Benz Cars, Vans, Bus, Truck 사업부를 두고 있었는데 버스와 트럭 사업부가 얼마 전 Daimler Truck Holdings로 분리되면서 다임러 그룹은 사라지고 이제 Mercedes-Benz Group과 Daimler Truck Holdings가 남았다. 삼각별이라는 하나의 엠블렘을 사용하는 두 개의 회사... 이 분리를 두고 수많은 전문가들은 좋은 결정이었다고 평가했다. 메르세데스 벤츠 그룹 산하에서 승용차와 상용차를 전기자동차로만 출시하고자 하는 계획에 집중하고 다임러 트럭 그룹을 통해 순수 전기 트럭과 버스뿐만 아니라 수소연료전지를 얹은 수소버스와 수소 트럭도 출시할 목표를 세우며 확실한 미래전략을 이미 발표하고 실행 중이다.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라는 슬로건 보며 벤츠가 만드는 차가 늘 최고는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실제로 메르세데스 벤츠의 모든 차가 다 최고의 차는 아닐 거다. 그래도 지난날 메르세데스 벤츠에서 경험한 일들을 기억할 때 난 여전히 메르세데스 벤츠가 미래에 내놓을 새로운 모델들이 늘 기대된다...



작가의 이전글 잉골슈타트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