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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ins Feb 03. 2022

만하임 이야기

꿈같은 경험 끝에 구질구질해 보였던 마무리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을 통해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곳에 정착하기까지 여러 많은 도시들을 오가며 살았다. 가장 먼저는 유학을 했던 베를린, 그리고 학업 중에 인턴을 위해 지냈던 지금 나의 삶의 터전인 슈투트가르트 그리고 두 번째 인턴을 하며 지낸 만하임, 취업 준비의 시간을 보낸 바이마르 그리고 이직을 통해 아내와 떨어져 주말부부 생활을 하며 살았던 잉골슈타트까지... 독일에 오기 전 한국에서 서울 말고는 다른 도시에 살아본 적도 심지어 우리나라의 다른 도시에 여행으로도 잘 가보지 않았는데 독일에서는 정말 크고 작은 여러 도시들에서 짧게는 6개월 길게는 6년을 넘게 살아보았고 지금도 살고 있다. 이 글에서는 내가 두 번째 인턴을 시작했고 나의 학사과정을 마무리 지었던 만하임이라는 도시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사실 인턴 자리를 지원하기 전 까지는 만하임이라는 도시가 어떤 도시인지 어디에 있는 도시인지 잘 몰랐다. 그런데 인턴을 위한 면접에 초대받은 이후 그 도시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았다. 위치상으로는 당시에 내가 유학하고 있었던 베를린에서 600킬로 넘게 떨어진 남부 독일에 위치하고 있었고 면접을 위해 기차를 예약하면서 가장 빠른 기차 편을 이용해도 베를린에서 5시간 반이 걸린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면접을 위해 가장 처음 만하임을 방문하여 도시를 보았을 땐 그냥 좀 작다는 생각이 들었다. 면접을 마치고 시내를 가는 버스를 타고 시내에 내려 조금 걸었는데 왠지 모르게 내가 잠시 본 거리들이 이 만하임이라는 도시의 시내의 전부일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베를린으로 돌아가기 위한 기차 시간 때문에 더 자세히 도시를 보지는 않았다. 그리고 인턴 기회를 얻게 되어 본격적으로 만하임으로 이사하여 살게 되면서 만하임이라는 도시를 더 깊이 경험할 수 있었다. 

만하임이라는 도시의 가장 큰 매력은 도시가 두 개의 강 사이에 있다는 것이다. 이게 왜 매력이었는지는 정확하게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아무래도 베를린에는 크게 흐르는 강이 없었어서 그렇게 큰 강이 두 개나 흐르는 도시가 탁 트이고 좋았었던 것 같다. 두 개의 강중 하나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슈투트가르트까지도 흐르는 네카강이고 다른 하나는 라인강이다. 지도상으로 만하임을 중심으로 서쪽에 있는 라인강은 시내 가까운 곳에서 다다르면 사람들이 산책을 하거나 걸을 수 있는 공원보다는 그 큰 강을 따라 지나가는 산업용 배들을 볼 수 있다. 강폭이 크다 보니 물건을 싣고 그 강을 따라 많은 배들이 지나간다. 그리고 그 라인강을 기준으로 마주하고 있는 곳에 세계 최대 화학회사 BASF가 자리하고 있어 공업지역 느낌이 많이 난다. 그래서 시내에 살았던 나는 라인강변에는 잘 가지 않았었다. 이 라인강은 만하임과 강 맞은편에 위치한 루드비히스하펜을 구분 짓는 강이기도 하고 이 두 도시만 경계 짓는 것이 아니라 이 두 도시가 각각 위치한 바덴 뷔어템 베르크와 라인란드 팔츠라는 주를 경계 짓기도 한다. 시내에서 아주 금방 닿을 수 있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조깅하고 여름에는 잔디에 누워있기도 하는 네카강 주변은 내가 만하임에서 살면서 제일 좋아했던 장소이기도 하다. 그 강을 따라 조성된 루이제 공원은 산책하기에도 좋고 많지는 않지만 몇 종의 동물들도 볼 수 있는 재미도 있다. 인턴 업무를 마치고 집에 오면 피곤해서 밖에 잘 나가기 싫은데 그때에도 작고 좁은 방에서 혼자 지내고 있었다 보니 답답해서 자주 밖으로 나와 시내를 걸을 때가 많았고 시내를 걷다 보면 자연스레 이 네카강변 공원을 자주 걸었다. 

독일에 있는 많은 대학교들이 저마다의 특성이 있고 경쟁력 있는 학과를 보유하고 있는데 만하임에 있는 대학교 역시도 경제학과로 독일에서 아주 유명하다. 만하임의 대학교는 만하임 성을 개조하여 대학교로 만들었는데 (각 도시에 오래된 성을 개조하여 대학교를 만들어 놓은 도시는 사실 만하임뿐만이 아니다) 그 학교의 모습이 꽤 멋있다. 딱딱해 보이는 베를린 공대 건물만 보며 공부했던 나에게는 성을 학교 건물로 쓰고 있는 만하임 대학교가 멋있어 보였다.

만하임 대학교 (Mannheim Universität)

내가 만하임에 살면서 가장 좋아했던 건 초코 크로와상이다. 이 빵이 만하임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독일 전국 어느 빵집에 가도 다 있지만 만하임에서 이 빵을 정말 많이 좋아했는데 그 이유는 그리밍어 (Grimminger)라는 빵집 때문이다. 내가 만하임에 살 때 거주한 사설 기숙사 근처에 이 빵집 공장이 있었는데 매일 아침 출근할 때면 이 공장에서 달달한 빵 냄새가 났다. 만하임에 살면서 알게 된 이 그리밍어라는 빵집은 독일 전국에 있는 체인이 아니라 만하임에만 있는 지역? 빵집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독일에는 그 지역에서 빵집을 열고 그 빵집이 잘돼서 그 동네 안에서 확장을 한 지역 빵집이 여러 개 있는데 그리밍어는 만하임에 여러 지점을 가지고 있는 빵집이다. 이 빵집에서 나오는 초코 크로와상을 한번 먹고 난 뒤에는 이 빵집을 지날 때마다 들러서 초코 크로와상을 사 먹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이 빵 때문에 일부러 만하임에 갈 일은 없지만 혹 나중에 다시 만하임이라는 도시에 가게 되면 꼭 다시 먹어보고 싶다. 


사실 이 만하임이라는 도시에서의 추억은 거의 좋은 기억밖에는 없다. 다임러 그룹에서 인턴을 할 수 있었고 그 이후에 바로 같은 부서에서 내 학사 논문을 쓰며 만하임에 1년을 머물렀는데 그때 회사에서 그리고 교회에서 만났던 좋은 사람들 때문에 만하임이라는 도시에서 머문 기억을 좋게 만들어준다. 그런데 졸업을 하고 난 이후에 바로 직장에 취업을 하지 못하며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는 시기를 보내게 된 곳도 만하임이었다. 1년만 계약되어 있었던 기숙사를 떠나 다른 방을 구하고 이사하면서도 내가 왜 만하임에 계속 있어야 하는지 알지 못했고 직장이 구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잠시 내가 무얼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베를린공대에 내 졸업 논문을 제출하고 졸업이 되자마자 학생 신분의 비자 역시도 만기 된다는 소식을 접했고 비자야 사실 직장 준비를 위한 비자로 전환하면 문제가 없었지만 심리적으로 이제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를 계속 고민해야 했던 시기... 그때를 또한 만하임에서 보냈다. 졸업 논문을 쓰던 때에 있었던 부서에서 나를 뽑아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 했지만 이뤄지지 않았고 내가 가고 싶어 했던 자동차 회사들 대부분이 다 만하임을 포함한 남부 독일 지역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뭔가 만하임에서 계속 버티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취업이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만하임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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