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에른 주에 있는 작은 도시 잉골슈타트는 독일에 있는 도시 중에 유명한 도시는 아니다. 비슷한 크기의 다른 도시들 중에 여행지로도 유명한 하이델베르크 같이 도시들이 있는데 그에 비해 잉골슈타트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작은 도시이다. 내가 잉골슈타트라는 도시에 살게 된 계기는 이직을 하면서다. 4년 넘게 일한 첫 직장에서 지금의 직장으로 옮기면서 잉골슈타트 도시로 가게 되었는데 지금 직장의 본사가 위치한 도시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곳에서의 생활이 쉽지는 않았지만 도시 자체는 굉장히 아늑한 곳으로 기억한다. 이번에는 만하임에서와 같이 1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살았던 잉골슈타트라는 도시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잉골슈타트는 독일 남부 바이에른 주에 위치해 있다. 위치상으로 위로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유명한 뉘른베르크 아래로는 바이에른 주의 수도 뮌헨이 있다. 지도상으로 보면 뉘른베르크와 뮌헨 사이 딱 중간쯤에 위치해 있다. 처음 잉골슈타트에 도착한 때는 지금 다니는 직장의 면접을 위해서였다. 다만 만하임 때와 달랐던 점은 면접을 위해 기차가 아닌 차를 타고 갔었고 이직을 위한 면접이었기에 면접을 위해 며칠을 쉬거나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면접을 마치고 다시 차를 타고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오면서 면접 당일에 잉골슈타트 도시를 구경할 기회는 없었다. 면접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 이직을 결심한 후에 집을 알아볼 때에도 직접 이 도시에 가서 둘러보며 구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알아보고 집주인과 화상통화를 통해 방을 구했기에 이직 후 첫 출근을 위해 이사를 가기 전까지도 도시를 둘러볼 기회가 전혀 없었다.
이사를 하고 난 뒤 가장 먼저 당황했던 경험은 밤늦게 물을 사 먹으려고 가까운 마트를 찾았는데 집 주변으로 있는 모든 마트들이 이미 문을 닫은 것이다. 그때 시간이 저녁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 혹 구글의 정보가 잘못되었을지 몰라 직접 나가서 마트를 갔는데 정말 문이 닫혀있었다. 그 이전에 살았던 베를린 그리고 슈투트가르트 등 어디에서도 저녁 늦게까지 문을 여는 마트를 찾을 수 있었는데 잉골슈타트에는 정말 8시 이후에 문을 여는 마트가 없었다. 그 일을 겪은 이후에는 퇴근하고 바로 필요한 것을 장 봐서 집에 들어가곤 했다.
잉골슈타트는 외곽에 순환도로를 기준으로 안쪽으로는 고성과 그 주변 공원들이 있는 구 시가지가 있고 순환도로 외곽으로는 많은 회사들이 자리해 있다. 도시 중앙으로 오스트리아까지 이어지는 도나우강이 흐르는데 만하임을 지나는 라인강과 네카강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도나우 강변을 따라서 큰 광장, 야외무대, 캠핑장 등이 있고 많은 크고 작은 공원들이 있어 산책하기에 정말 좋다. 잉골슈타트에서 지내는 1년 동안 회사일이 많아서 퇴근이 늦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래도 저녁을 먹고 나면 거의 매일 도나우 강변을 따라 걸으면서 산책을 했었다.
잉골슈타트를 흐르는 도나우 강 잉골슈타트는 바이에른 주의 주요 도시 중에 하나에 속하지만 사실은 작은 도시이다. 물론 내가 계속 잉골슈타트를 작은 도시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아마 내가 이전에 베를린, 만하임, 슈투트가르트와 같은 대도시에 주로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거주하는 인구는 13만 명 정도인데 이 도시에 아우디의 본사가 위치해 있다. 잉골슈타트 북부 외곽에 위치한 아우디 본사에는 총 4만 5천 명 정도의 직원이 일하는데 이 직원들 모두가 잉골슈타트에 사는 건 아니 니지만 상당수가 잉골슈타트 도시와 그 주변에 산다고 볼 때 도시에서 같은 회사 직원을 만나는 일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본사에 일하는 직원 모두를 아는 게 아니기 때문에 사실 도로에서 지나치고 마주쳐도 알지는 못하는 게 사실이지만 드물지 않게 아는 얼굴들 그리고 내 업무와 관련하여 협업하는 직원들을 마주치는 일이 일어난다. 도나우 강 주변을 산책하다가도 구 시가지를 지나다니다가도 어렵지 않게 회사 동료들을 보게 된다. 그게 사실 나에게는 딱히 어떤 불편함 같은 건 없었는데 어느 날은 한 동료가 자기는 얼마 전 뉘른베르크로 이사를 갔는데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일을 끝나고 시내에서 외식을 하다가도 아니면 가족들과 산책을 하다가도 자주 동료들을 마주하게 되는 게 좀 불편하다고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 말을 듣고 나서 오랫동안 일하며 많은 사람들을 회사에서 알게 되고 또 그 사람들이 일이 끝나고 나의 개인적인 시간에서도 마주하게 되면 불편할 수 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잉골슈타트에서의 생활을 떠올리면 제일 기억에 남는 일이 하나 있다. 바로 월드컵이다. 내가 잉골슈타트에 간지 얼마 되지 않아 2018년 월드컵이 시작되었고 2014년에 월드컵을 우승한 독일은 우리나라와 한 조에 있었다. 그리고 독일이 우리나라와 맞붙게 된 날에 동료들이 나를 불러 비어가르텐에서 같이 축구경기를 보자고 초대했다. 그래서 동료들과 함께 간 장소에는 월드컵 기간 여느 가게들처럼 엄청나게 큰 스크린 앞에 많은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그 경기는 독일에게 매우 중요했고 우리나라를 이겨야지만 16강에 오를 수 있었는데 그날 독일은 우리나라에게 2대 0으로 패했다. 나는 아직도 그날 내가 거기에서 얼마나 불편하게 앉았있었는지 기억이 생생하다. 거기 앉았있던 다른 사람들은 내가 한국사람인지 몰랐겠지만 내 동료들은 내가 한국사람인 걸 알기에 경기가 끝나자마자 나에게 축하한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우리나라도 당시 16강에 오르지는 못했다. 물론 독일이라는 나라를 이긴 건 엄청난 일이었고 경기를 같이 보던 나도 놀라기도 했지만 그냥 집에서 조용히 보면서 혼자 좋아할걸 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경기가 끝나고 한 동료가 나를 집에 데려다주었는데 그때 그 동료는 내가 내릴 때 다시 한번 축하한다고 말해주었고 그 동료 앞에서 한번 아주 기쁜 내색을 하고 헤어졌던 기억이 있다.
내게 잉골슈타트는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인연 같다. 이직을 하며 들어가게 된 부서에서도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일들을 접하며 잘 적응하지 못해 주어진 업무를 따라잡는데 정신이 없었고 아내와 떨어져 주말부부 생활을 하면서 금요일 퇴근 후에 아내가 있는 곳으로 왔다가 일요일 저녁 혹은 월요일 새벽에 다시 잉골슈타트로 가는 것을 매주 반복하면서 사실 내가 사는 도시를 잘 느낄 정도로 즐기지는 못했던 것 같다. 마치 내가 베를린에서 4년을 공부하면서 지냈지만 그 기간 동안 베를린에서 보고 즐길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누리지 못했던 것처럼... 1년의 시간이 지나 회사 내에서 부서 이동을 통해 슈투트가르트와 근접한 네카줄름에 있는 아우디로 옮길 수 있었고 그러면서 잉골슈타트에서의 생활도 마무리되었다. 이제 잉골슈타트는 본사로 일이 있을 때 가끔 찾아가는 도시가 되어버렸는데 만일 부서 이동을 못했다면 난 아마 2018년부터 지금까지 잉골슈타트에 살고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