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20대 시절 나를 설레게 하고 기다리게 하던 존재들은 정신없이 30대를 보내고 맞이한 40대가 되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은 불편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언제부터 그랬는지, 왜 그렇게 되었는지 알지도 못한 채 말이다. 사람들은 "그게 다 나이가 들어서 그래! 우리가 무슨 애니~''라고 말하며 이 또한 우리가 살아가며 겪게 되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기에 서운해 할 일도, 아쉬워 할 일도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나의 청춘과 함께 설레게 했고, 즐겁게 했던 그래서 언제나 기다림에 대상이 되었던 존재가 어느 순간 다른 존재로 자리 잡고 있다는 현실이 아쉽고 서운하고 또 조금은 슬프기도 하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변해 버린 '봄 꽃, 여름 비, 가을 낙엽, 겨울 눈'은 나에게 다가온 시기와 모습은 매년 조금씩은 다르지만 그 존재 자체는 변함이 없었을 것이다. 정신없는 일상생활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다 놓쳐버린 봄 꽃구경에 대한 아쉬움을 나는 봄 비로 인하여 떨어지는 꽃에 길이 지저분해지고 있다고 불평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찜통 같은 여름에 지쳐 하염없이 멀고 힘들기만 한 출근길을 괜스레 쏟아지는 여름비에 짜증 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이 한 해가 또 저물어가고 있다는 현실에서 오는 허전함과 허탈한 마음을 가을 낙엽에 떠 넘기고 소복이 쌓이는 눈 위에서 놀지 못하고 한 없이 쌓이는 업무를 보면 늦어질 퇴근 시간을 괜스레 하얗게 쌓여 있는 눈에 화 풀이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항상 나에게 같은 존재로 있어 주었지만 그들을 대하는 내가 다른 존재로는 바뀌어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 내가 아닌 계절 속 그들이 달라져 버린 나의 존재에 아쉽고 서운해하고 있었을 것 같다.
다른 존재가 되어버린 40대, 내가 다시 예전의 마음과 생각으로 돌아가 그들을 맞이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해 보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 어쩌면 내가 지금 풀어야 할 수많은 인생의 과제 중에 가장 쉬운 일 일수도 있을 것이다. 마음의 여유를 조금만 가진다면, 생각을 조금만 더 긍정적으로 한다면, 나의 힘든 현실을, 삶의 무게를 다른 무언가에 넘기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조금만 더 극복하고 이겨 내려고 노력한다면 다시 봄에 흩날리는 꽃을 보며 설레어하고 여름비를 보며 시원함을 느끼고 가을 낙엽의 낭만에 빠지며 겨울 눈에 즐거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그 조금만이 너무 크게 느껴지고 멀게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문제일까?
어쩌면 나는 더 이상 과거의 마음으로 다가오는 계절을 맞이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지금의 40대가 지나면 또 다른 내가 또 다른 계절을 만날지도 모른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그 새로운 만남이 지금보다는 조금은 더 설레고 즐거운 만남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봄에 피는 꽃에 다시 한번 나를 설레게 하고 여름에 내리는 비가 나의 지친 여름에 단비가 되어주며 가을의 낙엽이 나의 감수성을 한 없이 자극하고 겨울 눈은 즐거움 그 자체가 되어 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