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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롬의 탭을 닫으며:
제미나이를 부팅하다

검색(Search)의 종말과 대답(Answer)의 시작, 살아남는 기록들

by 박샤넬로


우리는 더 이상 '서핑'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해보자. 당신의 크롬 브라우저 상단에는 지금 몇 개의 탭이 열려 있는가? 맛집 하나를 찾기 위해 블로그 탭 5개, 지도 탭 2개, 인스타그램 탭 3개를 띄워놓고 비교 분석하던 그 '정보의 바다' 서핑이, 이제는 피로감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우리가 스스로 정보를 찾아 헤매던 '크롬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이제 우리는 검색창에 키워드를 넣고 엔터를 치는 대신, 제미나이(Gemini)나 챗GPT 같은 AI 에이전트에게 "주말에 30대 커플이 가기 좋은, 너무 시끄럽지 않은 광안리 카페 추천해 줘"라고 말을 건다. 이 사소한 행동의 변화가 디지털 생태계의 모든 규칙을 바꾸고 있다. 이 거대한 파도 속에서, 당신이 무심코 남긴 일기장 한 줄, 블로그 포스팅 하나가 어떻게 AI 시대의 '핵심 자산'이 되는지 이야기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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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이동: 도서관 사서(Chrome)에서 개인 비서(Gemini)로


크롬(Chrome)의 시대는 거대한 '도서관'이었다. 구글과 네이버는 유능한 사서였고, 우리는 그들이 정리해 둔 책장(검색 결과) 사이를 직접 걸어 다니며 책(웹페이지)을 꺼내 읽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건 '노출(SEO)'이었다. 남들보다 더 높은 선반(상위 랭킹)에 올라가기 위해 모두가 비슷한 형식을 따르고, 키워드를 쑤셔 넣었다. 결과적으로 인터넷은 비슷비슷한 정보들로 넘쳐나는 '복제된 텍스트의 쓰레기장'이 되어갔다.


반면, 제미나이(Gemini)의 시대는 유능한 '비서'를 고용하는 것과 같다. 비서에게 "이것 좀 조사해 줘"라고 시키면, 그는 도서관을 샅샅이 뒤져 내 입맛에 딱 맞는 한 장의 보고서를 써서 가져온다. 우리는 더 이상 10개의 링크를 클릭하지 않는다. AI가 씹어서 소화시킨 '단 하나의 대답(One Answer)'만을 소비한다.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그럼 AI는 그 대답을 어디서 가져오는가?"


https://www.newstheai.com/news/articleView.html?idxno=9103


AI의 작동 원리: 당신의 '고유함'이 AI의 '지능'이 된다


AI는 마법상자가 아니다. 확률적으로 가장 그럴듯한 말을 이어 붙이는 기계다. 그래서 AI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할루시네이션(거짓말)'이고, 가장 갈급해하는 것은 '근거(Grounding)'다.

제미나이와 같은 최신 AI 모델은 RAG(검색 증강 생성) 기술을 통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때 AI는 인터넷에 떠도는 '뻔한 정보(위키백과 식의 정의)'는 이미 학습 데이터로 다 가지고 있다. AI가 지금 당장 목말라하는 데이터는 바로 '당신만의 고유한 경험(Context)'이다.


일반적인 글: "광안리 카페 A는 커피가 맛있다." (AI: 이미 아는 내용임. 가치 낮음)

당신의 기록: "광안리 카페 A에 비 오는 날 갔더니, 주인장이 따뜻한 물수건을 건네주더라. 그 온도가 위로가 됐다." (AI: 유레카! '비 오는 날', '위로', '서비스'라는 맥락을 연결할 수 있는 고유 데이터 발견!)


AI는 당신의 구체적이고 사적인 기록을 '출처(Source)'로 인용하여 사용자에게 답변한다. 즉, 과거에는 검색 상위 노출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AI에게 '인용'되는 것이 권력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https://www.chitika.com/evaluating-rag-quality-best-practices/




기회와 차별성: '평균'은 AI가 하고, '디테일'은 인간이 한다


앞으로 디지털 세상은 두 부류로 나뉠 것이다. AI가 쓴 글을 소비하는 사람과 AI에게 글감을 제공하는 사람.

AI 시대에 당신의 기록이 쓸모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희소성' 때문에 가치가 폭등한다. AI는 평균적인 답변을 3초 만에 만들어내지만, "지난주 수요일, 야근하고 먹은 떡볶이가 왜 유독 맛있었는지"에 대한 감정적 서사는 만들어낼 수 없다. (만들어낸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디지털 기록을 가진 사람에게 오는 기회는 명확하다.


신뢰의 원천(Source Node): AI가 답변을 생성할 때 당신의 블로그나 SNS를 '레퍼런스'로 달기 시작한다. 트래픽은 줄어들지 몰라도, 방문하는 사람의 '관여도'는 훨씬 높아진다.

퍼스널 브랜딩의 심화: 누구나 할 수 있는 정보 전달은 AI가 다 한다. 당신은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Insight)만 남기면 된다. 껍데기는 AI가 맡고, 알맹이는 당신이 채우는 것이다.



[Insight Tip] 제미나이 시대, AI에게 사랑받는 기록의 기술 3가지



1. 정보(Fact)가 아니라 경험(Experience)을 적어라

'맛집 정보'는 네이버 플레이스에 다 있다. AI는 그걸 긁어간다. 하지만 그곳의 '공기', '소음', '주인의 표정'은 당신만 쓸 수 있다. AI는 팩트보다 '맥락(Context)'이 담긴 데이터를 더 신뢰도 높은 소스로 판단한다.


2. '나'라는 주어를 포기하지 마라 (Perspective)

객관적인 척하는 글쓰기는 이제 그만둬라. 그건 AI가 제일 잘한다. 지극히 주관적이고, 편파적이고, 감정적인 글을 써라. "내 생각에는", "내가 겪어보니"로 시작하는 문장들이야말로 AI가 복제할 수 없는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의 원천이다.


3. 파편화된 기록을 연결해라 (Archiving)

단발성 글보다는, 특정 주제에 대해 꾸준히 쌓인 기록(Series)을 AI는 더 전문성 있는 데이터로 인식한다. 3년 동안 매주 월요일에 쓴 '직장인 도시락 일기'는 AI에게 있어 그 어떤 요리책보다 귀중한 '패턴 데이터'가 된다.




크롬의 시대에는 남들이 검색할 만한 키워드를 좇아 글을 썼다. 하지만 제미나이의 시대에는, 가장 '나다운' 기록만이 인공지능의 숲에서 살아남는다. 그러니 겁먹지 말고 계속 쓰자. 당신의 오늘 하루는, AI도 흉내 낼 수 없는 유일한 데이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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