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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가 당신에게 청구서 대신 '초대장'을 건낼 때

by 박샤넬로


요즘 부산 광안리가 핫스팟으로 부상하기 시작하였다.

단순히 바다가 있어서가 아닌 그곳에 '콘텐츠'가 탑재된 상점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혹시, 여러분들은 [ 카페 ]라고 하면 어떤 의미가 떠오르나?!


수많은 키워드들이 떠오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원론적으로 '커피' 또는 '디저트'를 소비하기 위한 곳으로 생각한다.


물론, 정말 맞는 말이다.

하지만, 어쩌면 이런 관점이 늘 고정적으로 전달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한 번쯤은 의심해 보았는가?


" 카페는 또 다른 누군가의 집에 놀러 가는 [ 집들이 ]이다."


위 슬로건으로 새롭게 브랜딩 및 고객 경험을 전달하는 로컬 카페를 알게 되었고 체험하면 얻은 인사이트를 가볍게 공유해보려고 한다.





1. 관점의 전환: 카페가 아니라 '집들이' 현장입니다


광안리 바다 냄새가 섞인 골목 어귀, 골든김은 스스로를 단순한 카페로 정의하지 않는다. 이곳은 거대한 '집들이(Housewarming)' 현장이다.


보통의 스타트업이나 신규 브랜드들이 "우리 원두가 얼마나 비싼지", "우리 인테리어가 얼마나 힙한지"를 자랑하며 확성기를 켤 때, 골든김은 조용히 대문을 열어두고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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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 직접 촬영 ) 매장의 음식은 단순한 음식이 아닌 세계관을 먹는 것이 된다


"어서 와, 내 공간은 처음이지? 편하게 놀다 가."

이 '집들이'라는 키워드는 마케팅적으로 굉장히 영리한 장치다.


심리적 장벽 해제: 상업적인 공간에 들어가는 건 긴장되지만, 친구 집에 초대받아 가는 건 설레는 일이다.

주도권의 이동: 고객이 '왕'이 아니라, 브랜드(호스트)가 주인공이 되고 고객은 그 세계를 즐기는 '참여자'가 된다.


[Marketing Trend] 로컬 브랜드의 반란


"최근 소비 트렌드는 '기능'에서 '경험'으로, 그리고 '경험'에서 '관계'로 이동하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가 제공하는 표준화된 서비스 대신, 로컬 브랜드만이 줄 수 있는 친밀하고 사적인(Private) 유대감이 MZ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소비 기준이 되고 있다." (출처: 2024 로컬 브랜딩 트렌드 리포트 재구성)



2. 세계관과 마스코트: 그들만의 세상으로 로그인


골든김에는 그들만의 확실한 '세계관'과 이를 이끄는 '마스코트'가 있다. 이것은 단순히 귀여운 캐릭터 하나 그려 넣은 수준이 아니다. 마치 디즈니랜드에 입장하면 미키마우스가 주인인 것처럼, 이 카페의 모든 흐름은 그들의 세계관 안에서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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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 직접 촬영 ) 매장의 마스코드 '골든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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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 직접 촬영 ) 골든킴의 작업실은 매주 넷째 주 토요일에 오픈된다.


그들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마치 친구가 DM을 보내듯 가볍고 빠르게 소통한다. "오늘 원두 세일해요" 같은 딱딱한 공지 대신, "오늘 날씨 좋은데 우리 집 마당에서 커피 한 잔 어때?" 같은 뉘앙스를 풍긴다. 이것은 브랜드가 고객에게 정보를 '통보'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관 안으로 계속해서 '말을 거는' 행위다.


특히 메뉴 이름조차 이 세계관의 소품이 된다. 단순히 '아이스 아메리카노', '초코 케이크'로 적혀 있었다면 우리는 현실로 돌아왔을 것이다. 하지만 메뉴판을 보는 순간, 우리는 호스트가 정성스레 준비한 집들이 음식 리스트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게 아니라, 이 브랜드의 '스토리'를 섭취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로컬 브랜드가 대기업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무기, '내러티브(Narrative)'다.



3. Insight: 거래처가 되지 말고 '아지트'가 되어라


많은 스타트업 마케터들이 '기능'을 파는 데 집중한다. 앱이 얼마나 빠른지, 서비스가 얼마나 저렴한지. 하지만 골든김의 사례는 우리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던진다.


"기능은 카피할 수 있어도, 관계는 카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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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 직접 촬영 )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스토리를 판매한다


경쟁사 카페가 더 싼 커피를 팔 수는 있다. 하지만 골든김이 맺어놓은 '집들이에 초대받은 친구'라는 관계는 뺏어갈 수 없다. 커피를 마시러 가는 게 아니라, 그 공간이 주는 '초대의 경험'을 소비하러 가기 때문이다. 기존의 관점(판매자 vs 구매자)을 비틀어, (호스트 vs 게스트)로 재정의하는 순간, 브랜드는 대체 불가능한 '아지트'가 된다.



� [Marketing Tip] 당신의 브랜드를 '초대장'으로 만드는 3가지 법칙



1. 고객의 역할을 다시 정의하라 (Role-Playing)


고객을 단순히 '구매자'로 두지 마라. 그들에게 역할을 부여해라. 골든김처럼 '집들이 손님'이어도 좋고, '탐험 대원'이어도 좋다.

Action: 우리 브랜드를 이용하는 고객을 부르는 애칭(팬네임)이나 그들이 우리 공간(온/오프라인)에서 느껴야 할 감정을 한 단어로 정의해 보자.


2. 메뉴판 하나까지 세계관에 복무하게 하라 (Micro-Detail)


세계관은 거창한 홈페이지 소개 글에 있는 게 아니다. 고객이 접하는 아주 사소한 접점(Touch-point)에 있다. 메뉴 이름, 와이파이 비밀번호, 영수증 하단의 문구, 인스타그램 말투가 모두 하나의 톤 앤 매너로 연결되어야 한다.

Action: 지금 당장 당신의 서비스/제품 상세페이지를 켜라. 설명문이 '설명서' 같은가, 아니면 '이야기' 같은가? 세계관을 입힌 언어로 싹 바꿔라.


3. 공지가 아닌 '수다'를 떨어라 (Communication)


보도자료 같은 딱딱한 게시물은 아무도 안 본다. 골든김이 인스타그램으로 가볍게 소통하듯, 브랜드가 살아서 움직이는 인격체처럼 느껴지게 해야 한다.

Action: 브랜드 공식 계정의 힘을 빼라. 완벽하게 보정된 사진보다, 흔들렸지만 현장감 있는 스토리 한 장이 더 강력한 팬덤을 만든다. 친구에게 카톡 보내듯 '말'을 걸어라.


짧은 인사이트 글을 마치며


결국 마케팅은 누군가의 시간을 우리 쪽으로 돌려세우는 일이다. 당신의 브랜드는 지금 전단지를 돌리고 있는가, 아니면 정성스러운 초대장을 보내고 있는가?





지구에 불시착한 골든킴을 고심 끝에 구매해버린 나,

어쩌면 이제는 [ 스토리 ]를 어떻게 담아서 전달해나가는가?! 가 중요해져가는 시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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