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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Apr 16. 2024

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4.4.15/월)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오늘은 참 기분 좋은 밤이에요. 수업도 잘 마쳤고, 지하철도 잘 타고 내려왔거든요. 물론 또 타는 곳 잘 못 찾아서 엉뚱한 곳에서 이십 분 정도 서 있었지만요. 그래도 그게 나았어요. 딴 데로 갔다 돌아오는 거보단 서 있는 게 좋더라고요. 히히.


다른 수업날보다 한 시간 일찍 집에 도착했으니 행운이 빵빵 터지는 날이었지요.


갈 때 올 때 지하철 똑바로 승하차 완료

환승 역 제대로 갈아타기 완료

집에 일찍 도착

기분도 해피해피(조증 아닙니더, 갈 때부터 좋았음더)


이쯤 되니 다시 시외운전을 연습해야 하나 은 생각이 간절하게 들었어요.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거든요. 지금은 정신과 약 복용으로 운전하면 안 되는 시기 이기지만, 운전하고 수업 오시는 분들 보니 부럽더라고요. 어떻게 서울을 운전하고 다니는지 참 멋지셔요. 전 올림픽대로 한번 잘못 타면 며칠 동안 계속 뺑뺑이를 돌 거 같거든요. 아님 부산까지 가버릴까 두렵기도 하고요. 면허 따고 바로 운전하고 다녔는데 그게 분당에서 안양까지로 끝난 게 문제였어요. 더 넘어갔어야 했는데.. 겁쟁이라. 어떤 계기가 된다면 다시 용기를 내어 만남의 광장까진 가봤으니, 지방도 꼭 가봐야겠습니다.


이젠 글쓰기 수업 얼마 남지 않았어요. 벌써부터 마음이 허전합니다. 선생님 없는 시간을 혼자 싸워가며 연습고 글을 채워가야 하니깐요.


수업이 끝나면 이젠 비빌곳 없는 길냥이가 되는 심정 같다고 할까요?  그동안은 캣맘이 계셔 행복했던 길냥였어요.


이제 이주 남은 수업 열심히 해야 하는데 저는 왜 열심히 하면 할수록 몸과 글에 힘이 들어갈까요. 안 그래도 정신도 분산상태인데 굳기까지 하니 배울수록 글쓰기가 어렵게 느껴지네요.


고뤠도 내 일기장에서 만큼은 조금은 편하게 써봅니다. 안 쓰는 거보단 났다는 생각으로요.


신기한 게요. 꼭 오늘처럼 수업을 다녀온 날은 불면증이 최고조입니다. 나무껍질도 오늘밤은 재워주질 못하네요. 정말 피곤한 날은 각성이 됐는지 아예 잠이 안 와요. 진짜 피곤한데요.


아들이 자기 방에서 자면 불이라도 켜고 책이라도 읽을 텐데.. 아직도 엄마 옆에서 쿨쿨 자고 있어요. 아들방 가서 책을 읽기엔 아들방은 이 세상 방이 아니고요. 중2인 녀석이 언제쯤 떨어져 잘는지요. 혼자 잘까 싶어 아들방에 tv도 놔줬지만 아직 효과를 못 봤습니다. 아직도 놀 때만 자기 방 가서 놀고 잘 때는 들어오는 다람쥐 같아요.


정말 내 방에서 아무 때나 독서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각자 방이 있어도 아무 소용이 없어요. 엄마방은 언제나 공유 와이파이 같은 곳이거든요. '그래도 품 안에 파고들 때가 좋은 거겠지' 하고 잘 때면 쓰다듬어 봅니다.


"많이도 컸네 내 새끼"

"마음도 쑥쑥 크자"

"그래야 혼자 자도 무섭지 않"


하루가 가는 게 보이진 않는데 빛으로 말해주니 그런가 합니다. 오늘도 내일도 다를 건 없지만 또 보이면 믿고 그런가 하며 살겠죠.


공기가 있어 숨을 쉬듯이, 봄이 돌아와 따스했습니다. 꽃이 피어 행복했던 건 봄이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있어 지구는 달과 나란히 춤을 췄고, 나는 당신과 함춤을 췄습니다. 빛은 시간을 삼키고 흐르고, 나는 당신을 그리다 잠이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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