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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May 06. 2024

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4.05.6/일)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즐거운 오후이다.

아들 친구들이 놀러 와서 쫑알쫑알 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읽던 책을 아들 친구들 얼굴을 보러 갔다. 부끄러워 인사 못하는 아이들에게 먼저 가서 장난을 쳐주었다.


"How are you today?"


"안녕하세요~"

(함성)


귀여워서 놀라고 하고는 문을 닫아주었다. 열다섯 살에 박스로 만든 칼로 칼싸움을 하고 있었다. 녀석들이 어찌나 저리 이쁜지 모르겠다.


게임을 하든 뭘 하든 넷이 모이면 수다스럽기가 그지없다. 남자들이 말이 없다는 건 일부 남자들 얘기이지 싶다. 우리 애들은 엄청난 딱따구리 같다.


어제는 내가 참 예뻐하는 친구가 놀러 오지 못한다고 연락이 다. 내가 처음 만난 그 아이 아버님은 하나를 받으면 하나를 값아야 하시는 분이었다. 아버님은 어떤 이유에선지 그런 면에서 신세지는 거라고 생각하셨다. 그래도 아이들이 워낙 친하게 모여서 놀으니 이젠 그냥 놀게 해주시나 싶었는데, 어제는 갑자기 우리 집에 놀러 가는 게 언짢으시다고 못 가게 한다는 말을 들었다.


아마 그 친구 집에서는 초대해서 놀게 해 줄 수 없는데, 우리 집에서만 모여 놀고먹고 가는 게 계속 맘에 걸리신 듯했다.


한 아이를 기르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데, 이게 무슨 신세인가. 상황이 된다면 당연히 함께  돌볼 의무가 있는 게 아닌가. 아버님께서 홀로 키우시 힘드시고 속상하실 수는 있다. 그래도 우리 친구도 다른 집도 다니며 여러 환경에 노출되는 게 좋다. 많은 어른들을 보고 사랑받으며 다른 가정을 경험하는 것 또한 성장에 중요한 일일테다.


결국 아들 친구는 아버님을 이기고 오늘 우리 집에 와 있다. 아버님께는 죄송하지만 아들 친구가 와서 나는 기쁘다. 친구 엄마라도 건너서는 엄마이다.

엄마가 해주는 다양한 간식과 음식을 먹어보고 간섭하지 않는 자유를 누려 보길 바란다. 이 아이들 순하더라도 질풍노도의 중2가 아닌가.


사람의 심리가 그렇다. 풀어놓아야 널뛰지 않고 도망가지 않는다. 묶어 놓고 가두려 하며 나 같아도 반항심이 들 거 같다.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고 바라봐 주는 어른이 주변에 있다는 일이 아이들 성장에 반드시 도움이 되리라 나는 믿는다.


오늘 아친구들은 거의 부모님 이기다시피 해서 자유를 얻어냈다고 한다. 결국 자유시간을 받은 걸 축하한다.


부디 이 시간이 너희의 창문이 되길 바란다.

신나게 놀고 먹어라. 

 그럴 나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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