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4.05.7/월)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_내가 남기고 싶은 건
다시 밤이 되었다. 낮과 밤은 순서를 지켜 오는데 사람의 죽음에는 순서가 없다. 나는 아직 오월인데도 벌써 다사다난한 해를 보내고 있다.
내가 벌써 그럴 나이인가 싶을 만큼 장례가 많았던 오개월이었다. 지금도 예상되는 중환자실과 요양원만 해도 줄을 이을 정도이다.
요즘은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아끼는 사람들이 떠나면 어쩌지?"
생각도 할 수 없을 만큼 두려움이 밀려온다.
그 사람들이 떠난 자리를 나는 상상도 할 수 없다. 내 살 같은 사람들을 보내고 어떻게 살 수 있을까...
내 삶이 영원할 거라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영원히 살 생각도 없다. 다만 주변 사람들이 떠나는 걸 지켜보는 일도 감당하기 힘든 일일테다.
죽음은 우리의 호흡처럼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난 아직 심근경색처럼 숨차게 느껴진다.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는 것만큼 무지한 게 없다지만, 누가 위독하다 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잘 나이 드는 법은 무엇일까?
이 모든 자연의 순리를 이해하는 일일까,
아님 나이가 들어도 얼굴이 보기 좋게 변하는 모습일까.
아니면 오늘을 잘 살아냄으로 하루씩 쌓아 올리는 방법일까.
왠지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평온하고 고요하게 살고 싶다. 시비하지 않고 베풀고 나누며 살면 좋겠다.
점점 물건과 흔적은 줄이고 내 생각을 상대에게 주장하고 싶지 않은 생각도 든다. 나는 쥐는 것보다 비우는 게 편하다. 구속하는 일보다 풀어놓는 일이 익숙하다.
그것 또한 나보다 더 살아남을 사람들에게 남겨질 흔적이 될까 봐 주저하게 된다.
내가 남은 삶을 사는 동안 그 무엇도 훼손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서로의 감정과 삶도.
자연의 소비와 훼손도.
사념의 낭비될 시간도.
다 없었으면 좋겠다.
그저 남기고 싶은 게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날 떠났다는
사망일이면 좋겠다.
혼자 남고 싶진 않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