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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May 29. 2024

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4.05.28/화)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힘들었법원 일이 완전히 해결되었다. 나중에 조회해 보니 판사님은 내가 출석한 날 저녁에 선고를 올렸다. 제 내게 60일의 기다림 필요 없어졌다. 정말 감사하게 한 개의 큰일이 사라다.


며칠 후 오른 안면통증과 마비증상이 나타났다. 얼얼하다  눈에서만 눈물도 나오고 침도 흘렀다. 두피에서부터 인후두까지 피부와 신경이 모두 한쪽만 아파오기 시작하는데 진통 강도가 상당히 높았다. 


주말이라 진통제로 겨우 참고 월요일에 신경과를 방문했다. 삼차신경통 같다는데 정확히는 알 수 없다고 한다. 약물치료와 주사치료, 고주파치료를 해야 한다고 해서 예약을 잡고 왔다.


약이 뇌전증약이라 세다고 했다. 정신과 약과 함께 먹으니 걸을 수 없을 정도 기증울렁증올라왔다. 약국에서는 같이 먹어도 된다고 했지만, 내가 알아서 따로 먹었어야 했다.


치 약을 처방받고 일치 약을 복용할 때쯤 반대쪽 얼굴도 아파오고 목안까지 아파서 마른기침을 동반했다. 일째 날부터는 뇌전증 진통제도 잘 안 들기 시작했다. 삼차신경통은 번개 친 거처럼 잠깐씩 왔다 간다는데 나는 온종일 번개 치듯이 가기도 했지만 통증이 떠나지를 않았다. 왠지 신경과 진단이 맞지 않는 거 같 생각이 들었다. 내증상은 비정형성안면통과 비슷했다.  안 되겠다 싶어한의원을 가봤다.


한의원에서는 안면신경을 건드리는 방사통치료를 해보자고 했다. 첫째 날 진맥을 잡고 말씀하셨다.


"이러다 하늘나라 볼 수도 있어요. 저 그런 분 많이 봤습니다. 스트레스 관리 잘하셔야 해요"


그리곤 치료를 받고 집에 왔다. 첫날은 좀 세게 말하시는 분인가 하고 집에 왔다.


둘째 날후 일정이 있어서 아침 일찍 치료를 받으러 갔다. 얼른 다녀와서 좀 쉬 가려했기 때문이다.


"선생님 혹시 몰라서 그러는데 얼굴에는 놓지 말아 주세요"


"안 놓잖아요. 어제도 어깨만 치료했고"

"왜요? 어디 가시게?"


"네. 저녁에 서울에서 들을 강의가 있어서요"


"안 돼요. 이 몸으로 어디를 가시게요?"

"어딘데?"


"안국역이요"


"안돼"

"내 말을 이해 못 하셨구나"

"어제 맥을 짚어보니, 일반인 생명이 100이 있다 쳐봐요. 그러면 환자분 생명은 10밖에 없어요"

"하늘나라 하 맞닿아 있다고요"

"지금 뭘 들어도 기억도 못할 뇌고, 소화도 못고 잠도 못 주무실 텐데 어딜 가요."

"통증 참으면서 갔다 오려고요?"


"....."


"그 10을  쓰면 죽는 거예요"

"사람은 에너지로 살아요. 질병은 거들뿐"

"에너지가 소모되면 질병이 치고 올라와서 사인이 되는 거고, 돌연사가 얼마나 많은지 알아요?"

"에너지 다 쓰면 가는 거예요"

"미련하게 참고하는  그만하세요. 기력회복에만 힘쓰세요. 소화 잘되는 음식만 드시고, 어떻게든 밤에 잘 자려고 노력하시고"

"치료를 받아도 회복이 느려요. 나이도 있고 기본 에너지가 바닥이고요"


"네"


"내일도 꼭 오세요"


"네"


말만 세게 하시는지 알았는데 내가 말 안 한 증상까지 다 진맥으로 맞추는 거 보고 깜짝 놀랐다.

용한 무당집처럼 진맥으로 어떻게 다 알지?

참 신기한 게 침 맞은 날은 더 힘들고 죽겠는데, 다음날은 진통도 조금 덜하고 가벼워진다.


대답만 해놓고 난 강의 들으려 가야지 했다. 집에 와서 있다 보니 이틀째라 그런가. 사혈 부황에 침을 맞아서 그런가. 어깨가 빠질 거처럼 아팠다. 얼굴 아프지, 어깨 아프지, 열나지 더는 내 맘 데로 움직일 수 없는 몸인 걸 알았다. 벌써 이렇게 놓친 강의가 세 개나 되니 자괴감이 들었다. 이젠 강의도 신청하면 안 되겠다. 이젠 아프단 말도 염치없고 주사람 볼 면목도 없다. 목요일도 약속이 있는데 또 취소해야겠다. 아파서 못 간다는 말을 하지 않게 이젠 아무것도 시도하면 안 될 거 같다.


가만히 누워서 앓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보이지 않는 내 생명이 10밖에 없다는 말이네. 그럼 까닥하면 하나님을 만나러 가는 거고..


내가 우울증 환자라서 그런가?

나에게 남은 10을 잘 채워 살아야 하는 게 맞는 건지, 10을 잘 쓰고 가는 게 맞는 건가 싶은 의문이 들었다.


죽고 싶진 않아도 또 엄청 살고 싶지도 않다는 생각이 늘 있었다. 근데 막상 하나님 만나게 생겼다니 기분이 이상했다. 


내게 남은 10을 어떻게 써야 50이라도 될 수 있을까. 애기를 생각하면 무조건 살아야 한다.

근데 나를 위해선 나는 어떻게 하고 싶을까?

나는 정작 나에겐 물어봐 주지 않는 거 같다.


어떻게 살고 싶어서,

어떻게 에너지를 채울 건지..


하나님은 어떠세요.

제가 만나고 싶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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