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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Nov 17. 2024

아버지 보셔요~

하늘 우체국

아빠 엄마 잘 지내시죠?

큰언니가 아빠. 엄마. 권능이 절로 모셨다는데 이제는 평안하셔요? 우리가 기독교라 제사를 안 지내서 엄마가 꿈에 자꾸 나온다고 하셨잖아. 그래서 우리가 제사를 지냈는데 또 아빠가 목사님이 제사 지내지 말라고 했다고 해서 또 그만했지. 그래도 아빠 본심은 제사를 원하시는 거 같아서 언니가 절로 모신 거예요.

잘했죠? 그러니 큰언니한테 복 많이 내려 주셔요! 


아빠 생각나?

아빠 사고 친 거 참 많았지. 에휴..

보이스 피싱, 핸드폰 가입사기 당해서 내가 해결하고, 그뿐이에요..

큰언니가 해결한 거. 막내가 해결한 거. 둘째 언니가 해결한 거..  자식 많이 있길 정말 다행이셨어요!

지나고 보니 다 웃을 수 있는 일들인데. 그땐 진짜 힘들었어요. 한밤중에 전화하셔서 사기당한 거 같다고 하셔서 나는 서울 사는데 그때마다 내려갈 수도 없고, 경찰에 신고하고 알아보고 생쇼를 했잖아요.


아마 아빤 이럴 거야.


"내가 또 언제?"


안 봐도 비디오여. 이공.. 휴..

엄마한테 바가지 좀 박박 긁히셔야 해 진짜.


"맞지 엄마?"


교회서 헌금 많이 하면 천국에 큰집 얻는다고 해서 600만 원씩 헌금하시고..


문 안 잠그고 다니셔서 옆집 가출팸들이 음식하고 돈 매일 훔쳐가고. 그러고도 문 안 잠그고 주무셔서 아빠 계신 밤에도 와서 냉장고하고 집 싹 뒤져가고. 애들이 돌변해서 사고 날까 봐 아빠가 숨도 못 쉬셨다고 하셔서 우리가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갔잖아.


스마트키는 잃어버리고 번호는 까먹는다고 하셔서 열쇠도 못 바꾸게 하고. 지문이 없어서 지문키도 못하고 그땐 참 애가 많이 탔었어요. 그러고도 계속 안 잠그고 다니셨잖아. 우리가 보낸 반찬들 개들이 다 먹고, 우리가 드린 용돈 개들이 다 가져가고. 해고지 할까 봐 무섭다고 cctv도 못 달게 하고.

아빠는 생각 나시지? 


요구르트아줌마 불쌍하다고 올 때마다 상품 가입해 가지고 우리가 그거 찾아서 해지하느라고 힘들었어요.


티브이에서 하는 기부란 기부는 다하셔서 언니들하고 막내가 애먹었고요.


자식들 짜장면 사줄 돈은 아깝다고 하셔서 딸들 속을 바가지 파듯이 박박 파내고.


이궁, 정말 속도 속도 진짜 많이 썩이셨어.

그때 생각하면 아빠 미오, 미오!


지금 하늘나라 집 평수는 어때요?

억 단위로 헌금하는 사람 있다고 많이 낙담하셨잖아.

이 땅에서 부자인  사람들이 하늘가도 부자라고 하시면서..  


아, 그땐 내가 너무 웃겨가지고 옆에서 아무 말도 못 했는데. 그 목사님 사기 맞아요. 언니들이 계속 말했잖아. 자식들이 주는 돈을 다 헌금하는 사람이 어딨어요.


천국에 차별과 탐욕이 어디 있겠어요!

이제 이승의 한은 다 푸시고 엄마랑 권능이랑 잘 지내세요.  나도 시간이 끝나면 아빠 곁으로 갈 테니깐.


이제 올라가서 보니 세상이 좀 보이셔요?

자식들도 잘했다는 거! 아빠 마지막은 막내가 자기 사는 대전 수목원으로 모셔서 자주 찾아뵙고 좋아하시는 커피도 뽑아다 드리고 있잖아. 막내딸 이쁘죠?


아빠 그래도 자식들 잘 키우시고, 자식들도 아빠에게 잘했어요. 그렇죠? 사시는 동안 애 많이 쓰셨습니다.

엄마 없이도 키워주셔서 감사해요.

.

.

.


아빠,

애증도 사랑이라고 아직도 아빠가 너무 그립다.

계속 살아계신 거 같이 자꾸 헷갈려.


"아빠 뭐 하지?"

"전화해 볼까?"


문득문득 생각들이 찾아와.

그러면 너무 서러워서 아직도 울컥울컥 해요.


아빠 아파트 열쇠도, 핸드폰 번호도 , 집 번호도 아직 못 지웠어. 내가 모시고 다닐 때 병원 서류, 영상 CD. 다 그대로야. 버릴 수가 없더라고..


아빠도 나만큼 우리가 보고 싶었으면 좋겠다.


자꾸  정신이 아득해지네..

흐려지고..


쉬어야겠어요.

아빠 엄마 내 남동생  굿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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