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 거긴 밤인가요?
여긴 밤인데, 저의 시간은 낮도 밤도 아니에요.
엄마. 내가 요즘 많이 힘든데..
물어볼 때가 없어요.
엄마는 너무 힘들 때 어떻게 하셨어요?
엄마가 너무 일찍 가셔서 못 물어본 게 너무 많네..
조금만 더 살다 가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엄마 딸 마음이 어디 갔는데, 어디 갔는지 몰라요.
엄마도 이런 적 있으셨어요?
마음이 없어서 눈물을 못 흘려,
실컷 소리 내서 울어야 풀릴텐데...
마음이 없으니 가슴이 소리도 못 내고 우는데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모르겠어요.
듣고 계시면 대답 좀 해주세요?
엄마 난 왜 먹고사는 거보다, 살아있는 게 더 힘들지?
엄마 난 여기 있는데 전혀 없는 거 같아.
내 존재는 바람처럼 잡히지도 않고,
빗물처럼 흩어지는 느낌이야.
.
.
.
엄마 정말 살다 보면 살아지나요?
'이소정 님이 부르는 살다 보면'이란 노래를 계속 듣고 있는데 거기선 그러네.
"그저 살다 보면 살아진다"
"그저 살다 보면 살아진다"
"눈을 감고 바람을 느껴봐"
"엄마가 쓰다듬던 손길이야"
"그저 살다 보면 살아진다"
엄마 눈이 뜨면 떠지는 데로,
숨을 쉬면 쉬는 데로..
그냥 살면 되나요?
마음이 없어도 그냥 살면 되나요?
그냥 살다 보면 살아진다 했으니깐..
엄마가 오늘 꿈에 나왔으면 좋겠다.
열두 살 딸 만나러 오지 마시고, 중년이 된 셋째 딸 만나러 한 번만 오셔요.
오실 때 제 마음도 찾아 주시면 더 좋고.
마흔다섯 살 딸도 엄마를 소리 내서 불러보고 싶어요.
아직도 많이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