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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선아

문득 너의 이름을 부르고 말았어



문득 너의 이름을 부르고 말았어
기억의 혼선 같은 것
마치 순간적 치매이거나
치매에 걸릴 조짐이 있는 사람처람

오래 전
이 세상을 두고 간
너를

열심히 살았어
아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늘 부족하다는 생각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어

내가 전화하면
언제나 내 말동무가 되어 주었던
네가 존재했던 그 때

우울이 온통  나를 칭칭 동여 매어
숨을 쉴 수 없다고 느꼈을 때
삶이 정말로 싫었을 때
존재하기 싫었을 때
덩그러니 홀로
세상에 던저져 말할 상대를
찾고 있었을 때
부담없이 부르던 이름
내 친구 미선아

여리고 작은 너는
길고 긴 나의 수다스런 푸념과 눈물을
내일이면 다 잊을 일에 대한
그 너절한 이야기를
그저 묵묵히 들어 주었지

정작 나는
너의 슬픔과 외로움에 대해서는

너의  자발적 죽음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지
네가 우리 곁을 떠나고 난 뒤에야
나는 분노했지

나는 오늘 또다시
이기적인 나의 마음으로 인해
나보다 더 아팠던
너를 헤아리지 못한 것에 대한
부끄런 고백을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두고
홀로 떠나야 했던
그 절박한 절망의 순간에
내가 너의 친구이지 못했던 것이
나는 내내  미안하고 슬프다

세상은 위장을 잘 하는
교활한 사람들
진실은 없고
출세로 무장한 사람들만이
힘차게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

네가 실망하고 떠난 이 세상에는
정말 희망이 없는 걸까
네가 나에게 주고 간
숙제는 무얼까

다시는 또다른 선량하고
어여쁜 미선이가
울지 않게
세상을 원망하지 않게

두 눈 똑바로 뜨고
진실과 정의가 승리하는
세상을 위해
분투 노력하는 일 

그리고 또 하나
너를 아프게  한
그의 슬픔을 보는 일일까

네가 그토록 믿고 의지하던
하나님은 여전히
무조건 기도하면
용서하는 것인가
그래서 너를 배반한 그를
용서하고 있는 것일까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삶의 기준이란 건
도대체 무앗인가

세월이 흐를수록 더 멀어지는
정의할 수 없는
이 혼돈과의 투쟁에서
나는 어떻게든
승자가 되어야 겠다

그것이 너에게 다하지 못한
내 마음의 미안함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내게로 올 수 없는
내 친구 미선아
오늘따라 네가 너무 많이 그립고
보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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