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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바라보다가

꽃을 바라보다가


꽃을 바라보다가

          2022년 5월 3일 화요일 은희


벚꽃이 피려고 꽃봉오리로 대기 중일 때

온통 연분홍으로 뒤덮일 벚나무를 보며

축제가 끝난 뒤의 허탈함에 대해 생각했던 적이

 아마도 누구에게나 있었을 거야


이제 아카시아꽃이 하얀 몸을 열려고 해

꽃은 피기 시작하면

채 열흘도 가지 않고

우리 곁을 떠나지


또 예쁜 꽃을 시샘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바람은 미풍으로 불다가도

세찬 바람을 보내와 꽃의 자태를

흔들어 놓잖아

때 아닌 봄비는 또 어떻고


한 해 농사와

목말랐던 대지에게는

축복이겠으나

이미 개화한 꽃들에게는

치명타잖아


긴 겨울을 이겨내고

마침내 물기를 머금고 피어난

어여쁜 꽃이 기어이 땅 밑으로

추락하는 모습을

누군가는 보고 싶었던 걸까


풀과 나무가 세포를 지닌 존재로 살아가며

바람과 햇빛 비와 공기 속에서

작은 몸짓으로

소리 없이 몸부림치 듯

우리도 그렇게 시샘하며

몸부림치며 살다가

서서히 시든 세포가 되어 가겠지


꽃은 시들어도 꽃이고

사람도 늙는다고 하여

사람이 아닌 건 아니지


살아있는 생명으로

생명의 한계를 부인할 수 없는

세포의 존재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볼까

누군가에게 질문하고 싶고

자문받고 싶지만

대부분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다


우리는 객관성을 주장하기보다

살아온 연륜으로

그 너그러운 지혜로

어느 정도는 삶을 이해할 수 있다며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단지

표면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듣는 이와 말하는 이의

의도는 다르다

속 깊이 그 사람이 되어

이야기를 듣는다면

우리들의 갈등은

어쩌면 생겨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우월한 지위에 서고 싶고

타인들로부터 그 누구보다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은

점잖은 한 사람이 순식간에 달라지고

그 사람을 불안하게 하고

때로 분노하게도 한다


인생이란

그리고 우리들의 관계란

해와 달, 그리고  빛과 그림자처럼

밝음과 어둠이 공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너그러워져라

조금 더 겸손해지고

희망 같은 꿈을 지녀라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고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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