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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직구작가 May 07. 2024

보지 말걸 그랬어

나쁜 엄마가 되는 순간, 육아서 읽기

2013년 첫 아이를 출산하고 나의 책 읽기는 각종 육아서를 섭렵하는 것으로 옮겨갔다. 그래서 그런지 그즈음을 시작으로 세상에 출간된 좋은 책들을 1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하나씩 읽어 나가고 있다고 고백한다. 물론 육아서라는 카테고리 안에 세상에 나온 모든 책들이 좋은 책이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당시의 나는 책 속에 육아에 대한 정답이 있는 것 마냥 탐독하고 고민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너무나 많이 갖었다는 것이다.

당시 SNS가 지금보다 활성화되지 않았기에 서점가를 강타(?)한 자극적 제목의 육아서들은 초보맘, 경력맘 가릴 것 없이 그녀들을 반성하게 하고 교화시키는 좋은 교재가 되었다. 나 역시 엄청난 양의 육아서를 읽고 또 읽었으며 엄마라는 역할에 부족한 나의 모든 것을 그 책들이 채울 수 있으리라 맹신했다. 지금 생각하면 적당히 읽고 적당히 반성하고 차라리 그 시간에 아이에게 더 집중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엄마가 처음이라 그것만이 내가 살 길이라고 믿었던 어리석음을 반성한다.


처음에는 나보다 먼저 아이를 키운 선배맘들이 적어나간 육아기록을 읽으면서 참 많이 반성하고 뉘우쳤다. 이른 아침부터 하루종일 오롯이 아이에게만 집중하고 있으면서도 더 열심히 아이를 키우지 못한다는 죄책감을 육아서를 읽을수록 키워나갔다. 오감자극을 해주는 놀이를 해줘야지, 영어 노출도 좋다는데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할까? 아이의 말이 터지기 전부터 나는 내 나름의 거창한 육아 플렌을 세우고 고치고 가다듬으면서 나도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다, 나도 남들에게 육아란 이런 것이라고 이야기해 줄 수 있는 훌륭한 육아 멘토가 될 수 있다 은연중에 기대했던 것 같다. 

그런데 아이가 클수록 육아서에 대한 맹목적이고 신실한 나의 믿음에 점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일단 그 시작은 책을 쓴 작가의 아이와 내 아이가 다르다는 것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시작은 결국 육아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결국 나의 육아는 내가 설계하는 것이고 육아서란 일종의 길잡이 혹은 도움말 정도라는 것이다. 완벽해 보이는 그들의 육아 이면을 한 두 권의 책으로 절대 전부 알 수 없으며 그들이 말하는 이야기가 결코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읽으면 읽을수록 나는 나쁜 엄마가 되고 있었고 책 속의 육아 현실과 나의 현실을 비교하면 비교할수록 내 아이는 불쌍한 존재가 되어야만 했다. 나는 화도 내고 훈육도 하고 어느 순간에는 아이보다 내가 소중할 때도 있는데 그것이 마치 큰 잘못이 되는 육아서 세상에 점점 지쳐갔다. 


엄마는 아이의 우주라는 말이 있다.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모든 우주가 완벽할 수는 없다. 완벽하지 않은 존재이기에 고민하고 반성하고 공부한다. 내 아이를 잘 키운다는 목적은 모든 우주가 동일하게 갖고 있다. 다만 각 우주마다 상황이 다르고 형편이 다르기 때문에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것이다. 

나의 우주였던 우리 엄마는 내 동생들에게는 다른 우주의 모습이었고 그래서 우리 삼 남매는 각자 다른 성향을 가지고 다른 개성으로 성장했다. 우리 셋을 낳고 키우는 동안 각각의 상황이 달랐고 엄마는 그때마다 다른 우주의 모습으로 우리를 대했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의 개성을 만들었던 것은 아닐까? 

13년생과 16년생 두 아이의 엄마로 성장하는 지금, 나는 육아서를 읽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부분을 참고하되 그것이 정답이라 믿지 않는 것이다. 나의 아이는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는 믿음 역시 섣부르게 갖지 않는다. 아이는 독립된 인격체이며 나와는 다른 존재라는 전제를 명심하고 내 육아의 최종 목적지인 완벽한 독립을 위해 어떤 조력을 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그것이 내가 살 길이고 아이를 살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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