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신혼인 당신에게
조금 더 먼저 결혼을 해서 살아본 사람이 해주고 싶은 이야기
남편과 결혼한 지 딱 10년. 나의 며느리 라이프는 꽉 채운 10년이 되었다. 친구에서 연인이 되었고 부부가 되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상대의 가족까지 나의 생활 속에 포함되는 삶이 시작된 것이라 볼 수 있다.
SNS나 인터넷 카페를 통해 작성된 화제성이 높은 글 중에는 (예비) 시댁, 처가와의 갈등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데 댓글의 온도는 나의 예상보다 높아 늘 생각하게 되었다. 그만큼 글쓴이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같이 분노하고 함께 동조하는 댓글들을 읽다 보면 세상에 이상한 시댁도 많고 이상한 처가도 정말 많은데 더불어 화가 가득 찬 사람들이 참 많구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비단 시작하는 예비부부나 신혼에 국한되지 않고 결혼 연차가 제법 되는 중년 이상의 부부들 사례도 적지 않지만 그 경우 이미 서로가 지닌 갈등의 골이 깊어 쉽게 손쓰거나 들추기 힘든 경우들이 많아 그전에 미리 알아두었으면 하는 몇 가지를 적어보려 한다.
1.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말자
상대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것은 어찌 보면 인간의 본능에 가깝다. 좋은 사람이 되어 좋은 관계를 지속하고 싶어 하는 것은 어린 아이나 나이 든 어른이나 마찬가지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는 상대의 가족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싶어 하고 결혼 후에도 좋은 관계 유지를 위해 노력한다. 물론 결혼 반대가 심했거나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경우라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그런 경우라도 일단 결혼을 하고 나면 새로운 가족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 애쓴다) 일반적인 경우 시댁과 처가에 잘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결혼 직전과 신혼 때 가장 커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다 보면 몸도 마음도 지치게 마련인데 모든 것에는 적절함이란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내 부모와 내 형제에게 했던 딱 그만큼을 기준에 두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노력하는 것이 오랜 시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기본이 된다.
반대로 시댁이나 처가 입장에서 생각하면 처음에는 너무나 잘했던 며느리, 사위가 어느 날부턴가 소원해졌다고 서운함을 느끼기도 하는데 그것은 오롯이 처음에 너무 노력하고 애쓰던 그 당시에 기준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란 늘 상대적인 존재라 처음에 잘했던 시절, 더 나았던 상황에 기준을 두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말라고 하니 그럼 처음부터 나는 조금만 잘하련다는 놀부 심보를 보이는 이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할 수 있는데 일부러 계산하고 미리 염두하는 얌체짓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 안에서 감당할 수 있는 부분만큼을 상대에게 보이라는 의미다. 남편과 결혼하면서 생긴 새로운 가족에게 쓸데없는 밀당을 했다가는 언젠가 그대로 돌려받을 수 있음을 이야기해 두고 싶다. 살아보니 그것이 인생의 순리더라는.
2. 서운한 점이 있다면 담아두고 키우지 말 것
연인으로서 10년을 알고 지내면서 서로에 대해 너무나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결혼하니 전혀 새로운 사람이라는 우스갯소리를 주변에서 들어봤다. 결혼은 그만큼 다른 것이라고, 단순히 연애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니 잘 생각하라는 이야기도 먼저 결혼을 한 선배들에게 들어봤을 것이다.
개인과 개인의 만남에 그쳤던 연애와는 다르게 결혼은 집안끼리의 만남이기도 하다. 때문에 범위가 넓어지고 깊이도 깊어진다.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이나 신혼 시절에 많은 신혼부부들이 겪는 갈등은 즉흥적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삭혀 꺼내 둔 묵은 것일 확률이 높다. 서운한 점이 있었는데 서로에게 잘 보이려 하다 보니 마음에 담아두게 되고 그것이 반복되면 그때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서로 시너지가 되어 갈등의 크기도 엄청나게 커져있다.
결혼을 앞두고 모든 것이 조심스러워진 예비부부들은 평소 자기가 갖고 있던 신념이나 가치관에 차이를 보이는 일이 생기더라도 처음이라는 이유로 참고 넘기거나 가슴에 담아둔다. 내 부모 형제였더라면 결코 쉽게 지나치지 않았을 문제를 상대 부모와 가족 앞에서는 조심성이 앞서 이해하고 넘기려 한다. 그것이 쌓여 싸움의 씨앗이 되고 갈등의 골을 깊게 하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과연 무조건 이해하고 넘기고 참아내는 것이 미덕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은 우리가 익히 잘 아는 초코파이가 유일하다. 대화를 통해 상대에게 나의 생각이나 감정을 전달하도록 우리는 배웠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이르러서 그 모든 학습이 백지가 된다. 내가 말해주지 않아도 상대가 알아주기를 바란다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이기적인 생각에 불과하다.
마음에 담고 삭히고 그러다 결국 병을 얻거나 폭주하게 되면 그것은 스스로에게 가장 치명적인 독이 된다. 오해가 있었다면 풀고 서운한 점이 있다면 말해서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과정 없이 착실하게 쌓아두고 병을 만들어 어느 날 갑자기 쏟아내면 상대방은 당황하고 더욱 자극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당부하고 싶다면 전화나 메시지 말고 얼굴을 보고 대화하길 바란다. 문자나 음성이 주는 표현은 한계가 있다. 비언어적 표현이라 칭하는 많은 것들이 대화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문자 메시지나 전화 통화로 인해 오해를 경험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반드시 만나서 서로의 얼굴을 보고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것, 그래야 대화다운 대화가 가능하다.
3. 경청하라. 그 후에 당신의 이야기를 하라
여자들이 극혐 하는 몇 가지 문장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우리 엄마는 그런 사람 아니야. 우리 누나들 얼마나 착한지 모르지?.”라는 말이 있다. 나도 들으면서 누나가 둘이나 있는 막내 남동생을 생각하면서 절대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아야 할 금기어라고 생각했다.(물론 나의 남동생은 그런 말을 할 남자 사람이 절대 아니다…라고 믿고 싶다)
서운함에 대해 어렵사리 말을 꺼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데 우리 가족은 그럴 사람들이 아니다, 네가 오해한 것이다, 혹은 우리 집은 원래 그랬다 라는 말로 상대의 입을 막을 생각이라면 부디 혼자 살아라. 들어줄 생각이 없는 대화는 더 큰 싸움의 초석이 된다. 무슨 말인지 충분히 듣고 이해하고 의견을 주어도 늦지 않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과 가족에 대해 생각한 것과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 일단 거부감을 강하게 드러내기 시작한다. 때문에 상대가 하는 말을 듣지 않으려 한다. 듣기 좋은 말만 골라서 들어가며 살진 않았을 텐데 이상하리만큼 결혼 상대가 하는 자기 가족에 대한 솔직한 말은 피하려고 한다.
일단 경청하라. 그녀 혹은 그가 하는 말은 당신의 가족을 폄하하거나 깎아내리기 위한 평가가 아니다. 상처받고 서운한 자신의 감정에 대한 위로가 필요해 나오는 이야기인 것이다. 그런데 거기다 대고 그것은 너의 오해이고 우리 가족은 절대 그럴 일이 없고 때문에 네 생각이 잘못된 것이니 바꿔야 한다고 맞받아 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경청은 중요하다. 특히 예비 혹은 신혼부부에게는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
충분히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한 후 당신의 의견을 말해도 늦지 않다.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보는 눈이 다를 수도 있고 살아온 환경이나 시대가 달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나 역시 상대의 가족이 낯설고 행동에 있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을 수 있음을 이야기 한 뒤 서로에게 가장 좋은 방법을 함께 찾아보자고 제안하는 것이 순조로운 대화의 과정일 것이다. 제발 듣고 또 듣고 충분히 듣고 난 후 자기 이야기를 시작하라.
4. 시부모님, 처부모님이 누구인지 생각하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남은 인생을 평생 함께하겠노라 결심했다.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만인 앞에서 서약을 하고 축복을 받고 새로운 출발을 한다. 그런데 이 사람과 즐겁고 행복하기만 하면 될 줄 알았더니 아니다. 새로운 가족이 생겼고 부모님도 새롭게 생겼다.
자, 남편과 아내의 부모님은 누구인가? 일단 단순하게 그것만 생각해보자.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이 세상에 존재하게 해 준 분들이다. 다른 기타의 이유들을 다 제외하고 딱 그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내게 정말 고마운 존재가 바로 결혼한 상대의 부모님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사실을 자주 잊는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어른이라는 존재로 부담스러워하고 내 생활에 여러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사람들이라 여기게 된다. 그래서 가까워지는 것도 망설이고 설령 가까워진다 하더라도 힘들어한다.
나를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에게는 편하고 쉽게 대할 수 있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 시댁이나 처가를 통하면 문제가 되어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사실 ‘부모님’이라는 마음보다 대하기 껄끄럽고 힘든 어른이라는 생각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30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일면식도 없이 지내오다 갑자기 부모님이 되어 나타난 존재가 하루아침에 내 부모만큼 살갑고 편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룬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내 몫으로 주어진 다양한 의무를 다 하고 책임져야 할 일이 늘어나 비로소 진짜 어른이 되는 것이 결혼이다. 내 반려자의 부모님도 내 부모님처럼 어른에 대한 자식 된 도리를 해야 하는 것이 결혼생활이다. 받는 것에 익숙하고 권리를 챙기는 일에만 급급한 우리 세대는 기본적인 의무나 도리에는 취약한 편이다. 때문에 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신혼인 당신들에게 진짜 권리와 의무를 생각해 볼 시간을 갖기를 권하는 바이다.
5. 시댁의 흉을 친정에서 보지 말 것, 본가에 가서 처가 험담을 하지 말 것
제 얼굴에 침 뱉는다는 말을 모두가 알고 있다. 바로 그것이다. 친정에 가서 시댁을 흉보고 본가에 가서 처가 험담을 하는 행위는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무엇을 위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냐 묻는다면 스트레스받아 그렇게라도 풀어야 한다고 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정말 하고 싶다면 거울 보고 이야기하라. 답답함을 풀어야 하니 거울이라도 보고 말을 해야 직성이 풀릴 테니 부디 할 말이 있다면 거울보고 실컷 하길 바란다.
내가 평생을 살 사람은 부모나 형제가 아니라 내가 결혼한 사람이다. 그런데 그 사람의 집안과 부모를 깎아내리는 말은 결국 나 스스로를 저평가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자기가 안고 있는 문제를 다른 가족들에게 해결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굳이 험담해서 남는 것이 무엇인가? 할 말이 있으면 직접 당사자들 앞에서 명확하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차라리 그것이 훨씬 현명하고 지혜로는 대처 방법일 수 있다.
험담은 끝이 좋지 않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험담의 끝이 얼마나 찝찝하고 아름답지 못한 지 크고 작은 경험을 통해 배웠다. 그럼에도 험담을 늘어놓는 그 순간의 쾌락을 잊지 못해 반복한다. ‘씹어야 맛’은 고기면 충분하다. 굳이 좋은 결과를 남기지도 않는 배우자 가족 험담으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를 바란다.
딸이 와서 시댁을 욕하면 엄마는 사위가 밉다. 아들이 와서 처가의 대우가 시원찮다고 고자질하면 엄마는 며느리가 싫어진다. 그것이 당연한 것인데 그 당연한 것을 우리는 순간에 망각한다. 부디 친정과 본가에 가서 시댁이나 처가에 대한 좋지 않은 이야기는 넣어두길 부탁한다. 먼저 살아본 사람으로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서로가 좋은 이야기만 해 줄 때 관계가 잘 유지되고 더 이쁨 받는 며느리, 사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만약 내가 미워하는 시댁이나 처가를 험담하는데 내 부모나 형제가 격하게 동조하고 함께 분노해 주다 그 화살이 내 배우자를 향했을 때 당신이 기분이 어떨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그것을 생각한다면 결국 내편이 누구인지 답은 쉽게 나온다.
주제넘는 참견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신중하게 결혼을 결정하고 될 수 있으면 즐겁게 결혼생활을 유지해 나가는 부부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텔레비전을 즐겨 보는 사람이 아니라 잘 모르지만 최근에 여러 프로그램에서 시댁과 처가에 대한 좋지 않은 이야기들을 적나라하게 다루고 있다고 들었다. 특히 나는 그런 프로그램들에 대해 회의적인 편인데 굳이 방송에까지 나와서 개인사를 들춰내고 타인들로 공감을 얻으려 애쓰는지 모르겠다. 각자의 상황과 형편이 다르겠지만 결국 그 프로그램들이 추구하는 방향이 그들이 이혼이나 파국이 아닐 것인데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배우자나 집안을 깎아내리려는 모습을 볼 때 마음 한 구석이 좋지 않다. 고작 10년을 살아놓고 뭘 그렇게 알은 채 하느냐 말한다면 그래도 결혼이란 해 보니 좋은 것이라고 내가 살아가는 또 하나의 큰 힘이 되는 아름다운 제도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부탁하는 몇 가지의 이야기는 온전히 젊은 부부들의 입장에서 생각한 것도 아니고 그들의 부모세대의 눈으로 바라본 것도 아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조금 먼저 결혼해 본 사람으로 당부하는 것이다. 갈등이란 조금만 달리 생각해보면 때로는 정말 아무것도 아닐 때가 많기에 정말 사소한 문제들로 그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비극을 맞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생각하는 부분이 정답은 아닐 것이다. 다만 알아두면 나쁘지 않을 결혼 생활의 소소한 팁 같은 것이라고 참고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