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늘 비극, 나만 비극이 아니라서 희극이 될 수 없는 잔혹 (事)
나는 뼈대 없는 집안에서 태어났다.
양반은 아니었던 거 같다.
양반이었다 해도 족보에 어디쯤에 매관매직하지 않았을까 싶다.
자학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집안 가풍(家風)이 떨어졌고
가품(家品)을 보나 그리 넉넉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나라도 어떻게든 살아가고자 그리고 뼈대 없는
집안에 뼈를 좀 채워 넣고자 노력했다.
나의 절치부심 노력에 의해 남들과 견줄만할 정도로 정반정도는 채워 넣었다.
그래서 나는 반골(反骨)이 되었다.
군대에서 그 흔한 챙겨주는 선임하나 없었고
받는 거 없는 후임들만 챙기다가 시간이 훌쩍 가서 쓸쓸한 시간이 갔다.
이런 내가 직장생활을 어영부영 10년 넘게 이어가고 있다니
정말 돈이 무섭다.
부패한 상사를 모신적이 있었다.
대리에서 시작으로 6년 만에 본부장까지 수직상승했고
회사의 모든 권력은 그에게 집중되었다.
회사 내의 직원은 둘로 나눴다.
그 사람과 라인과 아닌 사람.
난 뼈가 반밖에 없던지라 라인이 아닌 사람이 되는 게 맞았겠지만,
내가 잘 보인 건지, 혹은 내 능력이 필요해서인지
나는 라인축에 속했다. 더럽고 힘든 일을 잘도 참고했다.
그러다 결국 사달이 났다.
그 사람이 거래처와 검은 뒷거래가 걸리면서 하루아침에 지워졌다.
나는 그 사람 면전에 욕을 해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하긴 모든 힘이 한곳에 집중되는데 그런 유혹을 받지 않으리란 법이 없었다.
그 사람 자리는 한동안 공석이었고, 어쩔 수 없이 내가 그 자리를 보근 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나고 그 사람은 잊히고 새로운 본부장이 왔다.
'아, 나는 참 인복이 더럽게 없구나~' 새로운 사람을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꼰대구나!!
그냥 꼰대가 아니라 무능하구나, 착하기라도 하면 내가 끌고라도 갈 텐데,
전형적인 약자 앞에 강한 스타일이었다.
무능하기가 똥파리보다 못했고, 주둥이로 글로만 실무를 하는 그렇게 하루를 살아가는
전형적인 생계형 직장인!!
내가 반골(反骨)이어서 들이대서 이런 사람들만 만나나,
내가 인성이 좋았다면, 좀 더 뼈대 있는 집안에서 강단 있게 바르게 성장했다면
내가 좋은 사람이라면 좋은 사람들을 만났을까 하는 자책을 하며
무기여 잘 있거라를 외치며 뒤도 안 돌아보고 손절했다.
주변에서 사람들이 말해줬다, 나 같은 사람은 길고 가늘게 갈 수 없다고
짧게 굵게 가라고 말이다.
그런데 참 짧게는 되는데 굵게 가 안된다.
굵게 굵게 굵게 그러려면 무능보다 부패 쪽이 더 쉽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차라리 부패한 사람이 되는 게
적어도 나한테는 이롭지 않을까? 걸리더라도 플러스 마이너스 대비
플러스가 높으면 된 거 아닌가 말이다.
이런 못된 생각할 시간에 더 좋은 사람이 되길,
더 좋은 사람을 만나길 고대하고 기대하는 게 더 낫겠다 싶었다.
그런데 정말 무능한 사람 하고도 못하겠더라.
똥파리가 하는 거 없이 윙윙 소리만 내고 가끔 얼굴에 앉아서 귀찮게 하는데
어디서 똥만 묻혀와서 치우기 급급한 똥파리 하고는 정말 못하겠다.
똥파리가 뒤에서 싹싹 빌고 비는데도
아니 나간다, 손 털고 나올 때 그 희열이 너무 좋아서인지
똥파리가 더러워서 인지 무능한 놈 놓고 나갈 땐 정말 짜릿했다.
물론 백수로 몇 달은 참 힘들지만...
여하튼 부패한 상사와 무능한 상사 그 어디를 선택할 수도 그래도 능력이 있으니
부패한 짓도 한다는, 무능한 놈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는 그런 얘기를 하며
누군가를 선택하기 위함은 아니다.
단지 내가 반골이 된 이유, 그리고 반골에게 붙는 저런 완골의 저주를 갖고 있는
일부의 혹은 대부분의 직장인 분들이 있다면 피하시길 바란다.
버틴다고 버텨지는 게 아니고, 기다린다고 기다려지는 게 아니다.
그 어느 쪽도 절대 선택할 수 없고, 참을 수도 없다.
가야 할 때 분명히, 빠르게, 가시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