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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송 Mar 02. 2024

저물어 가는 삶이 편안할 수 있다면

'불혹 = 세상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나이'


내 나이 40이 되고 보니, 이제 세상 유혹에 흔들리지 않겠구나

마음을 다잡고 회사를 호기롭게 그만두고 자영업을 한 지 8개월 만에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의 상처만 받고 다시 이력서를 끄적이게 되었다.


늘 그들이 믿는 것보다 내가 주변 사람을 더 믿어서였는지

도와달라는 사람은 많고 돈이 안되던 자영업은 그렇게

남일 좋은 일만 시키고 가슴에 멍만 남긴 채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아버지, 나이 40이 돼도 심장이 딱딱해지지 않고

눈물만 흘리다, 재입사!!

연봉도 경력도 커리어도 다 잘리고 이제 남은 건

잔고가 바닥난 통장과 허울뿐인 자신감

거지조각이 되어버린 자존감이 나를 힘들게 한다.


재입사하고 90일, 3개월이 되었는데

시간은 900일처럼 더디게 가는 거 같고

과연 내가 다시 9년을 다닐 수 있을까는 고민이 많아진다.


내가 다시 회사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1년 가까이 루틴이 없는 삶에서 관료제 조직을 버틸 수 있을까?

오랫동안 일을 하지 않은 공백을 과연 다른 직원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이런저런 고민 때문에 다니지 말까도 생각했지만

비가 오는 걸 계속 맞고 있을 수많은 없기에


저녁이 있는 삶을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대신 저물 이 가는 삶이 편안할 수 있도록, 아니

저물어 가는 삶에 우리 가족이 모두 안락하기를 기약하며

하루를 열심히 버티기로 했다.


"지금 저녁이 있는 삶을 접어두면 저물어 가는 삶이 안락하겠지"


내게 회사는 늘 비극이었지, 언제나 희극은 없었지.

멀리도 볼 때도 비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더 비극이었고

회사를 다녀야만 보이는 것들을 참지 못하고

욕만 하다 불평만 하다 일하는 근육을 체력을 루틴을 만들지 못하고

그렇게 하나둘 다녔던 회사만 늘었지

다니는 회사는 많이 없었던 게 내 지난 10년의 커리어지.


사회생활은 10년이 훌쩍 넘지만 나름의 루틴대로 안식년을 많이 가졌더니

이제는 일정말 일근육에 투자하지 않으며, 정말 근손실이 생겨서

다시는 돈을 벌지 못하겠단 두려움에 이젠 마지막이다 꾹 참고

버텨보려 하지만 쉽지 않구나.


다 내려놓지 말자, 채우려 노력하자

통장잔고는 내려놓긴 쉽고 채우긴 어렵웠다만,

마음은 내려놓기도 어렵고 채우기도 고통이 따르지만

그래도 채워 넣자.

여유로움과 너그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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