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글
나의 언어는 점점 뾰족해지고 날카롭게 둘러싸 사람들을 밀어낸다.
나의 강한 어투는 사실, 전부 나를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나를 만만하게 볼까, 나를 쉬운 사람으로 생각할까 두려웠으니까. 그렇게 내뱉은 송곳처럼 날카로운 말들이 소중한 사람들을 다치게 할 거라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그때의 나에겐 그들보다 내가 더 소중하기도 했고. 보호 효과는 톡톡히 봤다. 주변에 그 누구도 나를 만만하게 보지 않았다. 무례하게 굴지도, 곤란하게 만들지도 않았다.
성공이다. 축하한다. 자, 이제 나를 보자. 나는 어떻지?
온몸이 긁히고 찔린 상처로 가득하다.
나는 몰랐다. 내가 만든 가시들은 사람들 뿐 아니라 나조차도 다치게 한다는 사실을. 나의 말에 내가 상처를 받는다고? 이해가 되는가. 당신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좀 알 것 같다. 나를 지키겠다고 타인에게 내뱉은 뾰족한 말들이 나의 내면을 지불하게 관통해서는 나의 마음을 찌른다. 그 가시엔 치사량의 독이 묻어있다. 나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한 양이다. 영혼은 상처 입고 그 상처를 보호하겠다고 더 큰 가시덤불을 만든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나와 너를 병들게 할 가시들이 너무 많아.
최근 들어 이런 후회를 자주 했다. 이 말은 하지 말걸. 이렇게까지 말할 건 없었는데. 전화를 걸어 어쭙잖은 사과를 건넸다. 그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했다. 넌 원래 그래서 별로 상처 안 받았어. 넌 원래 그런 스타일이지. 넌 원래 솔직하게 말하지. 원래. 원래. 원래. 그게 아니야. 그렇게 말해준 친구들에게는 뭐라고 설명조차 할 수 없이 황송한 마음이지만 원래 그랬다는 것이 모든 걸 무마해 줄 수는 없다는 걸 안다.
이 글은 조금 달라져보자는 마음에서 시작된 글이다. 뭉툭해지자는 말이 아니야. 나는 여전히 뾰족한 사람이다. 그치만 적어도, 적어도 내가 소중한 사람들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건 정말로 원치 않는다. 덤불을 전부 뽑아버릴 수는 없지만, 소중한 것들이 다치지 않게 가지치기를 하자.
첫 글로 어떤 말을 해야 할까 고민하느라 몇 주가 지났다. 뭔가 블로그와는 다른, 양질의 콘텐츠를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느라 아무것도 적지 못했다. 고백하자면 몇 번이나 적었다 지웠다를 반복했던 날도 있고. 그래도 첫 글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말하고 싶었다. 뭐, 이걸로 나를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사실은 턱없이 부족하지만) 앞으로 내가 해나갈 말들을 귀 기울여 주 지는 말았으면 좋겠고 그냥 저런 이상한 사람도 살고 있구나 정도로 생각해 주면 좋겠다. 자,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