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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현 May 02. 2024

나는 내가 된다.

행복하려는 생각을 버리면 행복하대.

내 마지막 담임 선생님을 만났다. 꼭 2년 만이었다. 나를 둘러싸고 있던 것들을 전부 내팽개치고 밖으로, 세상으로 도망쳤던 게 벌써 2년이나 지났다니. 그녀는 우리의 2년 전이, 그러니까 나의 탈학교가 아주 먼 옛날 같다고 했다. 샘, 저도 그래요. 괜히 너스레를 떨었다. 제자가 기특하시죠?! 특유의 온화한 미소. 예전엔 그 미소가 죽도록 싫었던 적도 있었는데. 다시 그 표정을 마주하니 묘한 편안함이 들었다.


나의 학교생활에  대해 묻는 나에게

선생님은 이렇게 설명했다.


이해되지 않으면 수긍하지 않던 학생.

뭔가를 시키면 빠짐없이 왜? 냐고 묻던 학생.

그래서 신경이 많이 쓰이던 학생.


어김없이 이런 걸 왜 해야 하냐고 묻는

나의 말에 대학진학을 위한 세특(?)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던 교사.

대학을 안 간다면요?라고 매섭게 쏘아붙였던 것 같다.

난 참 선생님들 할 말없게 만드는 학생이었어.


나는 더 이상 교실에서 잠만 자던 학생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규정하는 엄연한 성인이며 경제활동을 하는 사회인이다.

세상이 부여해준 직위를 내 발로 걷어차고 도망친 뒤로 지금까지 내 선택에 책임지는 마음으로 살았다.

후회는 죽어도 하기 싫었다. 혹여 내가 후회할까 두려웠다. 그래서 더 열심히 더 재밌게 더 행복하게를 외쳤던 건지도 몰라.

사실은 그 행복을 향한 갈망이 나를 약간은 옥죄었다. 행복하고 싶은 마음이 나를 행복할 수 없게 했다.


이효리와 이상순의 대화가 떠오른다. 행복하려고 하는 생각을 버리면 행복한데. 그냥 사는 거지.


그래, 나는 그냥 산다. 나는 내가 된다. 이 삶도 결국은 내가, 내가 되는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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