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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현 May 13. 2024

20240513

새벽 3시의 정념

요즘 잠을 잘 못 잔다.


2022년에 한창 자기계발에 심취해서 미라클모닝을 했었다. 그때 루틴을 대충 말해보자면 10시쯤 자고 5시에 일어나서 차 끓여 마시면서 모닝페이지(아침일기) 쓰고 산책 나갔다 들어와서 아침먹기 이런 느낌. 참 열심히도 살았다.


고해성사해보자면 요즘은 미라클모닝할 때 일어나던 시간쯤에 잔다. 날이 따뜻해지고 해는 점점 일찍 뜨는데 내 취침시간은 점점 늦어져. 자려고 누웠는데 창 밖으로 동이 터오를 때의 그 자괴감이란. 정말 끔찍하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 취침시간이 늦어지면 자기혐오가 생긴다. 새벽엔 탓할 사람이 오직 나뿐이기 때문에 뭐든지 내 탓으로 간주하게 되거든. 실제로 내 탓일 때도 있지만ㅋ.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지금이 3시 20분이기 때문이다. 새벽이 이래요. 별로 건강하지 못한 시간이야.


지난주 내내 감기를 앓았다. 열이 나고 목이 아프고 기침이 났다. 병원에 가서 지어온 약을 먹었더니 위염이 생겼다. 명치가 타들어가듯이 아프길래 약봉투를 들고 내과에 갔더니 의사가 이렇게 말했다. 먹고 있는 항생제랑 소염제가 위염을 유발해서 속이 쓰릴 수 있다고. 솔직히 말하면 그 자리에서 울고 싶었다. 약을 열심히 먹어서 아픈 거라고? 억울하기 짝이 없어. 의사는 위장약을 처방해 주며 소염제인 빨간색 알약을 빼고 먹을 것을 추천했다. 약이 또 늘었네. 절망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약을 먹는다는 건 나에게 상당한 고행이다. 기본적으로 하루에 한 끼 혹은 많아야 두 끼가 디폴트인 사람인 나에게 하루 세 번 식후 30분은 말도 안 되는 문장이다. 평소였으면 입맛도 없고 배고프지도 않아서 먹지 않았을 시간에 정말 온전히 약을 먹기 위해 위장으로 음식을 넣어야 한다는 현실이 너무 참담했다. 그리고 그렇게 먹은 약이 내 위를 타들어가게 만들었다는 사실도.


감기증상은 많이 호전됐다. 다만 기침이 낫질 않는다. 한 번 시작된 기침은 5번 넘게 혼이 쏙 빠지게 하고 나서야 멎는다. 이걸 쓰고 있는 지금도 그렇다. 기진맥진해. +지금도 속 쓰리다.


2월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 하고 탱자탱자 놀고 있으면서 뭐가 그렇게 지겹고 힘들고 우울한 지 모르겠다. 일을 안 해서 지겨운 건가? 아무것도 안 해서 우울한 건가. 그런 생각이 들어서 다음 달엔 재취업을 할 요량이다. 그래,, 지겨워도 최선을 다해서 놀아야지. 다시 취업하고 나면 이것도 다 꿈같이 느껴질 테지. 현재를 즐기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이거 하나만큼은 절대 잊지 말자.

나는 언제나 더 나은 선택을 해. 의심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토록 바라던 5월인데. 기분이 왜 이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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