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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현 Jun 18. 2024

20240618

6개월의 시간

우린 모두 점이야. 어딘가로 가는 중인.


형한테 전화가 왔다. 몇 달만이지. 기억도 잘 나지 않아. 그가 말없이 전화번호를 바꾼 게 언제였더라.


모르는 번호로 온 전화에 목소리를 깔고 받았다. 네, 여보세요? 들리는 목소리. 수줍게 자기 이름을 말한다. 괘씸해. 나한텐 바뀐 번호 알려주지도 않았으면서 자기는 내 번호 가지고 있었네. 근데 또 좋았다. 고백하자면 너무 많이. 나에 대해 묻는다. 어떻게 살고 있는지, 인스타 보니 괜찮게 사는 거 같았다고. 너무 잘살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내 말이 과장이라는 걸 아마 형도 알았겠지. 그리고는 말한다. 어른 같다고. 이상하게 항상 형한테는 어른 같고 싶었어. 그치만 숨길 수 없는 연하 특유의 그 느낌은 어쩔 수 없었지만. 그는 이걸 이렇게 표현했다. 내가 어떨 땐 엄청 어른 같다가도 어쩔 땐 엄청 애 같은 면이 있다고.


형이 해주는 나에 대한 이야기가 좋았다. 이를테면 칭찬이나 격려 같은 거. 내 나이에 이 정도 사회생활이면 훌륭하다고 해줬던 말이라던가, 내가 따뜻한 사람 같다고 했던 말. 내가 정말 그런 사람이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형에게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게 좋았고 그냥 좋았어.


만나기로 했다. 날을 세어보니 6개월 만이네. 과연 잘한 결정일까. 아직 그를 제대로 잊은 것도 아니면서. 나에게 그를 마주할 용기가 있을까. 그것도 모르겠다. 몰라. 될 대로 되라지. 난 될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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