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괴물은 없다.
연휴를 내내 짝꿍과 보냈다. 이렇게 긴 시간 동안 누군가와 일상의 가장 내밀한 부분까지 공유한다는 게 이런 느낌이었구나. 우리는 그런 말을 자주 했다. 우리가 만약에 같이 살면 엄청 싸우겠지? 응, 싸우겠지.
긴 호흡의 대화를 많이 했다. 기억에 남는 건 서로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 우리는 정말 다른 삶을 살았구나. 그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너무 좋았다. 비단 흥미롭고 재밌어서만은 아닌 것 같고, 뭐랄까. 내가 그를 몰랐던 시대의 그의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게 즐거웠다. 너는 그렇게 살았구나. 나는 이렇게 살았어. 그런 우리가 어쩌다 만나서 관계를 맺고 서로의 일상에 침범해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건, 어쩌면 엄청 운명적인 걸지도 몰라. 그런 얘기도 했었다. 비슷한 시대에 태어나서 비슷한 장소에서 만나게 된다는 건 너무 멋진 일이라고.
평생을 ‘혼자’, ‘솔로’ 만을 외쳐오던 내가 누군가와 함께 일상을 보낸다. 삶이라는 게 진짜 앞날은 모르는 거구나. 나에게 아직도 나조차 모르는 면들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 나를 너무 단정 짓고 살지 말아야지. 나에게는 무수한 의외가 존재한다. 너도 마찬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