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관의 속마음, 합격 전략, 그리고 MBTI 자기 점검 팁
Ep. 6.
"어라? 아까 봤던 사람 아닌가?"
까만 치마, 하얀 블라우스를 입은 지원자가 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순간, 기시감에 흠칫 놀랐다.
면접관도 사람이다. 하루 종일 공채 면접을 보다 보면 이런 착각을 하곤 한다. 복장도 비슷하고, 말투도 비슷하고, 답변조차도 마치 같은 학원에서 배워온 것처럼 겹친다. 문제는 이렇게 무난한 지원자들이 결국 ‘회색조’로만 뿌옇게 기억에 남는다는 데 있다.
그러나 면접의 목적은 ‘무난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회사는 수많은 지원자 가운데 단 한 사람, 바로 ‘그 사람’을 찾는다. 기억에 남아야 한다. 단정한 복장은 기본, 거기에 나만의 작은 개성이 더해져야 한다.
이력서는 문을 여는 열쇠다. 하지만 열쇠만 꽂고 문 앞에 서 있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야 진짜 게임이 시작된다. 그 무대가 바로 면접이다.
면접관은 이력서 속 성과를 토대로 질문한다. 이력서에 “고객 유지율 25% 상승”이라고 적어놨다면, 거의 반드시 이런 질문이 이어진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성했나요?”
이 순간이 바로 진짜 검증의 시간이다. 그래서 숫자만 적어둔 이력서는 반쪽짜리다. 면접장에서는 그 과정을 살아 있는 스토리로 풀어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내가 만난 한 지원자는 인턴 시절 단순히 ‘서류 정리’를 했다고 쓰는 대신, 이를 ‘전산화 프로젝트’로 재정의했다. 그리고 “연간 500만 원 비용 절감”이라는 성과로 연결해 냈을 때 면접관들의 눈빛이 확 달라졌다.
이력서의 한 줄은 면접장에서 살아 숨 쉬는 이야기로 되살아나야 한다.
면접의 핵심은 ‘행동 기반 질문(Behavior-based Interview)’이다. 지원자의 과거 경험과 행동을 바탕으로 미래의 업무 수행 능력을 예측하는 면접 방식이다. 여기에는 STAR 기법(Situation, Task, Action, Result) 이 강력하다.
예를 들어, “팀 내 갈등을 해결한 경험이 있나요?”라는 질문이 나왔다면:
S(상황설명): 프로젝트마감 직전에 갈등이 심해졌다.
T(맡은 역할과 과제): 조율자로서 갈등을 해결해야 했다.
A(내가 취한 행동): 양쪽 이야기를 듣고 중재안을 마련했다.
R(결과와 배움): 프로젝트가 정상 궤도로 복귀했고, 협업 방식이 개선됐다.
상황 → 역할 → 행동 → 결과. 이 구조로 답하면 말이 길어져도 정리된 느낌을 주고 신뢰도가 높아진다. 중요한 건 ‘내 역할’이다. 단순히 “우리 팀이 잘했다”는 답은 힘이 약하다. “내가 어떤 기여를 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지원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결국 이것이다.
“그래, 그럼 실제로 무슨 질문이 나오나요?”
면접관의 질문은 사실 패턴이 있다.
신입과 경력에 따라 조금 달라지지만, 결국 확인하고 싶은 건 두 가지다.
“이 사람이 우리 조직에서 버틸 수 있을까?”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신입 지원자용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전략: 1분 이내, 학력, 경험, 강점을 직무와 연결.
예) "OO 동아리에서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협업능력을 길렀습니다. 이 경험이 고객 대응 직무와 잘 맞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도적으로 일한 경험이 있나요?”
전략 : 작은 경험이라도 괜찮다. ‘내가 주도적으로 기획·실행·문제 해결했다’는 포인트를 STAR 구조로 정리하라
“어려운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한 경험은요?”
전략 : 결과보다 ‘과정’을 강조하라. “어떤 상황에서 내가 어떤 행동을 했고, 무엇을 배웠는가”가 관건이다.
경력 지원자용
“이직 사유가 무엇인가요?”
전략: ‘성장과 도전’을 키워드로 답하라. 전 직장 비판은 절대 금물.
“우리 회사에서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까요?”
전략: 과거 성과를 숫자(매출, 비용 절감, 프로젝트 성공률 등)로 제시하고, JD (Job Description) 키워드와 연결해 답변하라.
“리더십을 발휘한 경험이 있나요?”
전략: 갈등 조율, 위기 대응, 협업 성과 등 구체 사례를 STAR 구조로 전달하라.
면접은 회사마다, 채용마다 방식이 다르다.
1:1 면접: 가장 흔하다. 기본기 + STAR 필수.
패널 면접: 여러 명의 질문을 받으니 압박 속 침착함이 관건.
사전녹화면접: 어색하지만 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장점.
비즈니스 케이스 면접: 실제 문제 해결 능력을 검증.
프레젠테이션면접: 논리와 전달력이 핵심.
공통 전략은 같다. 회사 조사, 간결한 표현, 바른 태도. 마지막에는 반드시 “질문”을 준비하라.
많은 지원자들이 궁금해한다.
“면접관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질문을 던질까요?”
정답은 사실 단순하다.
“이 사람이 우리 팀 문화에 녹아들 수 있을까?”
“앞으로 성장하며 성과를 낼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늘 비슷한 질문을 한다.
“주도적으로 일한 경험이 있나요?”
“어려운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한 경험은?”
핵심은 셀프 리더십(Self-Leadership)이다. 지금 기업들은 ‘혁신, 도전, 변화’를 끊임없이 외친다. 누가 시켜야만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실행하는 사람을 원한다는 뜻이다.
신입이라도 좋다. 동아리, 프로젝트, 아르바이트—무엇이든 내가 중심이 되어 이끌어본 경험이 있다면 강력한 무기가 된다.
나는 면접장에서 참 많은 장면을 마주한다.
“그 부분은 아직 잘 모르지만 필요하다면 배우겠습니다”
이런 대답은 신선하다.
원래 면접은 어려움을 주는 자리다. 애초에 지원자가 완벽한 답을 내놓으리라 기대하며 질문하지 않는다.
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는 것이다. 그래서 어설픈 아는 척보다, 모르는 걸 솔직히 인정하고 배우려는 태도가 훨씬 더 씩씩하고 신뢰감 있게 다가온다.
그룹 면접: 자진해 조정자가 되어보라.
신입 공채에서는 그룹면접을 진행하기도 한다. 지원자들에게 논란이 되는 주제를 주고 찬반으로 나누어 토론하게 한 뒤, 면접관들은 옆에서 가만히 지켜본다.
많은 지원자들은 이 자리에서 어떻게든 자기 의견을 강하게 어필하려고만 한다. 하지만 더 인상적인 방식이 있다. 바로 진행자나 조정자 역할을 자청하는 것이다.
토론이 과열될 때 잠시 흐름을 멈추고, 양쪽 주장을 정리해 주며 합의점을 찾아내는 사람.
이런 모습은 면접관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단순히 ‘의견이 뚜렷한 사람’이 아니라, 팀의 균형을 잡아줄 수 있는 사람으로 비친다.
리더십은 목소리를 크게 내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흐름을 읽고 잡아내는 사람이 조직에서는 더 귀하다. 이런 순간은 그룹면접에서 자신만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화상 면접의 비밀: 전략적 상반신 미남·미녀가 되는 것
화상 면접은 또 다른 세계다. 카메라 각도 하나로 ‘콧구멍 클로즈업’이 될 수도 있고, 조명 하나로 사람이 음침해 보일 수도 있다. 반대로, 적절한 배경과 조명만으로도 단정하고 자신감 있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실제로 나도 재택근무 시절 화상으로 뽑은 지원자를 나중에 대면한 적이 있다. 그런데 화면 속 이미지와 너무 달라 순간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이처럼 화상 면접은 ‘연출 가능한 무대’다. 심지어 대면 면접에 자신이 없다면 오히려 화상 면접이 더 유리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화상 면접에서는 누구나 전략적 상반신 미남·미녀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꼭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배경소음.
나는 해외 화상 면접 도중 닭 울음소리가 마이크를 뚫고 들어온 경험이 있다. (그 나라에선 집집마다 닭을 키우는 듯하다. 닭과 얽힌 에피소드만도 여러 개다.)
한국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아이 울음, 개 짖는 소리, 아파트 안내 방송까지…. 생각보다 변수가 많다.
결국 중요한 건 단 하나. 조용히,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
“ 그런데 MBTI가 뭐예요? “
주말에 취미 삼아 다니는 화실에서 보조 선생님을 뽑는 면접을 우연히 들은 적이 있다. 귀가 번쩍 열렸다.
채용 자리에서 지원자에게 MBTI를 묻다니!
물론 기업 채용에서는 MBTI가 합격을 좌우하지는 않는다. 나 역시 이 성격 검사를 정식 잣대로 삼는 데에는 회의적이다.
하지만 면접을 앞두고 어디서부터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MBTI를 가볍게 자기 점검 도구로 활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면접에서 어떤 강점을 살리고, 어떤 약점을 보완해야 할까?”
이를 확인하는 작은 나침반처럼 쓰면 된다.
E vs I
E(외향형): 말이 길어져 산으로 가기 쉬움 → 핵심만, 숫자로.
I(내향형): 너무 짧게 말하고 끝내버림 → STAR 구조로 충분히 풀어라.
N vs S
N(직관형): 아이디어는 많지만 구체성이 부족 → 반드시 실행 과정과 데이터 포함.
S(감각형): 디테일은 훌륭하지만 큰 그림 설명이 약함→ ‘그래서 회사에 어떤 가치?’를 붙여라.
T vs F
T(사고형): 냉정하고 분석적이지만 감정 공감이 부족 → 협업 경험을 강조하라.
F(감정형): 따뜻하지만 성과 강조가 약함 → 반드시 숫자·성과로 보강.
J vs P
J(계획형): 준비 철저하지만 유연성 부족 → 예상 못한 질문에도 “배워서 적용했다” 경험 필요.
P(즉흥형): 창의적이지만 두서없음 → 미리 답변 틀을 정해두라.
MBTI는 정답이 아니다. 하지만 스스로의 면접 패턴을 돌아보는 재미있는 출발점은 될 수 있다.
면접은 회사가 나를 선택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가 회사를 평가하고 선택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조직과 내가 맞는지, 서로의 궁합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결론은 단순하다.
준비가 곧 합격이다.
그리고 잊지 말자.
면접은 단순한 평가가 아니라, 나와 회사를 이어 줄 첫 번째 대화다.
준비한 만큼, 그 대화의 무대에서 더 빛날 수 있다.
많이 묻는다.
스카이대 출신 아니면 불리한가요?
사실 이번 편에 넣으려 했지만, 면접 이야기만으로도 이미 숨이 가빴다.
그리고 이 질문은, 단순한 ‘학벌’의 문제가 아니라 커리어 전체와 연결되는 주제라 가볍게 넘길 수 없었다.
그래서 다음 화에서는 “학벌과 채용, 그리고 회사생활의 진실”을 속 시원하게 풀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