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 전략으로 여는 채용의 숨은 문
Ep.7
“엄마, 나 스카이 대학 아니면 채용에서 불리한 거 아니야?”
이제는 너무 커져서 눈에 넣으면 아플 것 같지만 여전히 소중한 내 아들이 물었다.
그 질문은 어쩌면 많은 청년들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고민일지도 모른다.
대기업, 외국계 기업, 공기업. 이름만 들어도 경쟁률이 수십, 수백 대 일을 자랑하는 곳에 도전하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학벌로 이미 반은 지고 들어가는 건 아닐까?”
그리고 속으로는 사실 이렇게 예쁜 희망의 답을 듣고 싶어 묻는 게 아닐까?
“아니야, 요즘은 블라인드 채용이 대세라 학벌 안 봐. 괜찮아.”
하지만 인정할 건 인정하자.
그 친구들은 우리가 놀 때 피 터지게 공부했다. 그 노력에 대한 가산점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 신입 채용에서 좋은 대학이 유리한 건 사실이다.
억울한 사람 많다. 우리 사회는 하루 시험으로 학교가 갈리고, 그 꼬리표가 평생 따라다니는 구조다.
하지만 회사 입장은 다르다. 채용팀은 개인 사연을 일일이 헤아려줄 수 없다. 대신 눈에 보이는 지표로 판단한다.
회사 입장에서 검증된 무기가 없는 신입에게 그나마 쓸 수 있는 필터가 바로 학벌과 성적이다.
어쨌든 수많은 유혹을 이겨내고 끝까지 공부에 매진해 높은 관문을 넘었다는 건, 최소한의 집중력과 성실성을 증명하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외국계 기업이라고 다를까? 아니다. 채용팀 내부에는 분명 ‘주요 타겟 대학 리스트’가 있다.
캠퍼스 리쿠르팅도 결국 좋은 대학 위주로 간다. 그러니, 좋은 대학이 유리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럼 나는 이번 생은 이미 망한 거야?”
그건 또 아니다. 여기서 멈추면 절반의 진실만 보는 것이다. 진짜 이야기는 지금부터다.
인사부에서 수많은 채용을 지켜본 내 결론은 이렇다.
학벌은 초기 관문을 여는 ‘열쇠’ 역할은 한다. 그러나 그 벽은 절대적인 게 아니다.
공부 잘하는 것도 재능이다. 인정한다. 하지만 그 재능이 부족해 원하는 대학을 못 갔다면, 다른 열쇠를 찾아 문을 열면 된다.
그리고 분명히 말하지만, 공부를 잘한다고 해서 회사생활·사회생활까지 잘하리란 보장은 없다.
신림동 고시촌의 서울대생들을 떠올려보라. 공부는 기가 막히게 잘하지만, 사회성이나 조직 적응력은 부족한 경우도 많다. (미안… 서울대생들..)
공부도 잘하는데 걱실걱실 잘 지내는 사회성까지 우리가 그들에게 크게 기대하지는 않지 않나.
실제로 우리 회사가 대학과 연계해 인턴십을 진행했을 때, 스카이대보다 다른 학교 학생들에 대한 평가가 더 좋은 경우도 많았다. 이유는 단순하다.
스펙이 높다고 해서 기본적인 태도까지 당연히 따라오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몇 년만 지나도 채용 담당자의 관심사는 ‘어느 학교 출신인가’에서 → ‘이 일을 얼마나 잘할 수 있는가’로 완전히 바뀐다.
시간이 흐르면 학벌은 점점 희미해지고, 본인 스스로가 자랑삼아 계속 떠들어대지 않는 이상, 결국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이미 학벌이 그 사람의 능력을 대변해 주는 시기는 지나가기 때문이다.
내가 채용했던 수많은 사람들 중 비명문대, 비전공자도 많았다. 그들의 공통점은 단순했다.
학벌을 대신할 무기를 제대로 준비했다는 것.
1) 직무 경험
인턴십, 대외활동, 개인 프로젝트 — 무엇이든 ‘실제로 해본 경험’은 이력서에서 강하게 빛난다. 한 지원자는 자격증 하나 없이도, 대학 시절 스타트업 창업 경험을 구체적으로 풀어써서 최종 합격했다. “전 그 경험 덕분에 귀사 신제품 론칭 초기 마케팅 전략에 바로 투입될 수 있습니다.”라는 한 문장이 결정적이었다.
2) 언어·커뮤니케이션
외국계 회사를 목표로 한다면 영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네이티브처럼 유창할 필요는 없지만, 회의에서 내 의견을 설명할 정도는 되어야 한다.
영어점수는 부족한 해외 경험을 메워주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일단 토익점수 900점을 목표로 해보라. 단순 점수가 아니라, 목표를 세우고 실행했다는 증거다. 고득점자는 분명 일정 수준의 언어 감각을 몸에 익힌다. (어려울 것 같다고? 영어가 안 돼서 청소부에서도 잘린 내 경우를 생각해 보라)
3) 문제 해결력
학벌보다 강력한 무기가 바로 문제 해결 사례다. “이 문제를 어떻게 정의했고, 어떤 방법으로 풀었는지, 결과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다면, 그건 채용 담당자에게 ‘이 사람은 당장 써먹을 수 있다’는 신호다.
4) 네트워크
사내 추천 제도, 멘토링, 업계 인맥 — 이런 연결 고리는 서류를 한 번 더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추천받아 면접에 들어온 지원자 중, 평소라면 탈락했을 스펙이었지만, 강한 추천서 덕분에 기회를 얻고 합격까지 간 사례도 많다.
5) 개인 브랜드
요즘 채용담당자들은 지원자의 링크드인을 검색한다. 온라인 흔적은 곧 브랜드다. 이력서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순간이 있다.
단기 계약직에 해외 명문 법대 출신이 지원했다. 결과는? 탈락. 이유는? Overqualified.
회사 신입이 맡는 일은 생각보다 대부분 단순하고 반복적이다. 복사, 문서 정리, 박스 나르기, 회의록 쓰기. 이게 현실이다. 신입에게 회사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프로젝트를 맡기는 일은 없다. 그런데 고스펙을 가진 일부 친구들은 이런 인고의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는 거다. “내가 이런 일 하려고 그 어려운 공부, 시험 다 통과하고 여기까지 왔나?”
그리고 회사도 경험으로 안다. 이런 태도를 가진 친구들은 금방 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걸. 그렇기에 “overqualified”라는 이유로 오히려 채용에서 탈락하기도 한다. 회사 입장에서는 채용도 투자다. 시간과 돈을 들여 어렵게 뽑았는데 금방 퇴사한다면 손해가 크다. 그래서 차라리 오랫동안 묵묵히 함께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뽑는다.
나도 입사 초기, 한 달 내내 프린트기 앞에 있었다. 동생이 물었다.
“언니, 회사 가서 뭐 해?”
“응, 정장 입고 출근해서 하루 종일 프린트 해.”
진짜였다. 그게 내 회사 생활의 첫걸음이었다.
그래서 나는 늘 말한다.
“자격증 수집보다 짧더라도 실무 경험. 그게 진짜 스펙이다.”
지난 화에서 언급했듯, 내 팀의 6개월 계약직 자리에 서울대생이 지원했다. 경쟁률은 160:1.
결과는? 불합격. 대신 합격 소식을 받은 건 회사 내 타 부서의 지방대 출신 계약직이었다.
왜냐고? 검증된 태도와 신뢰 때문이다.
그녀는 이미 다른 부서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며 성실함을 인정받고 있었다. 사내 추천 제도를 통해 공식적인 절차를 밟았고, 당시 그녀의 부서장이 직접 나에게 그녀의 장점을 어필했다. 이 순간 학벌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여기서 지원자들이 눈여겨볼 사항이 있다. 그 자리는 정규직이 아니라 계약직이었다. 정규직이라면 서류심사, 1차~4차 면접, 리전 헤드 인터뷰까지 이어졌겠지만, 계약직은 훨씬 간단하다. 그래서 빠르게 채용이 결정됐다.
그리고 그 친구는 곧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다.
외국계 기업에 지원하는 사람들조차 잘 모르는 사실이 있다. 정규직 공채만이 유일한 길은 아니라는 것이다.
인턴, 계약직, 아르바이트 같은 작은 문이 곳곳에 열려 있다.
그리고 그 문을 통과한 사람에게는 예상보다 훨씬 큰 기회가 주어진다.
특히 외국계는 채용 즉시 실무 투입 가능한 경력자를 선호한다.
그래서 신입 채용은 점점 줄어든다. 그러나 작은 역할이라도 맡아 일단 내부에 들어간다면 기회는 많아진다.
이게 바로 채용의 틈새시장이다.
왜 어렵고 힘든 가시밭길 정공법만 고집하는가. 우회도로는 생각보다 많다.
또 많은 청년들이 간과하는 기회가 있다. 바로 정부 지원 인턴 제도다.
나는 현장에서 이 제도를 통해 들어온 인턴들을 직접 보면서, “이거야말로 숨은 보물 같은 기회”라고 느꼈다.
일단, 정부와 연계되어 있는 제도라서 행정적인 지원이 탄탄하다. 단순히 일만 시키는 인턴이 아니라, 취업 준비와 병행할 수 있게 배려가 잘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서울형 청년 직무캠프’라는 제도를 아는가? 사전 교육과 실제 인턴십을 연계해 주며, 4대 보험과 급여 지원까지 제공한다.
이 프로그램으로 우리 회사에서 근무하는 중간에라도 타회사의 필기시험·면접이 있으면 월 2회까지 근무시간으로 인정, 어학·자격증 응시료까지 지원한다.
또한 직장 예절, 소통법, 비즈니스 매너까지 교육해 주니, 사회 초년생이 자연스럽게 기본기를 쌓을 수 있다. 실제로 내가 만난 인턴은 빠르게 적응했고, 팀분위기에도 잘 녹아들었다. " 정부프로그램은 형식적일 거야"라는 편견은 버려도 된다.
또 하나, ‘서울 청년 예비인턴 사업’. 말 그대로 프리인턴십(pre-internship)이다.
서울 거주 혹은 서울 소재 대학 재학생이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직무 난이도를 대학생 눈높이에 맞게 설계해 부담 없이 실무를 접할 수 있다.
이런 제도는 단순한 경험이 아니라, 실무 감각과 사회 적응력을 키우는 든든한 디딤판이 되어 주고 기업에게는 잠재력 있는 인재를 조기에 발굴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런 기회를 챙긴 사람과 아닌 사람은 몇 년 뒤 취업 문 앞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결국 이건 정보력 싸움이다.
‘난 인턴면접에도 족족 떨어지고 채용운이 없어’라고 하기엔 우리나라가 청년들을 위한 시스템이 의외로 너무 잘되어 있다.
잠깐 언급하긴 했지만 특히 외국계 기업의 숨겨진 치트키가 하나 있다면 바로 '사내 채용 공고'와 '추천 제도(Referral)'이다.
외국계기업에는 대부분 사내 채용공고 제도가 있다. 외부에 공고내기 전에 내부직원들에게 먼저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건 정말 중요한 포인트다. 인턴이든 계약직이든 조직 안에 이미 들어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공고를 빠르게 접하고, 준비할 시간을 더 가질 수 있다.
또한 추천 제도는 단순한 인맥이 아니다. 함께 일한 동료가 보증하는 ‘검증된 후보’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신뢰받는다.
작은 인연이 큰 기회로 이어지는 건, 내가 너무나 많이 봐왔던 일이다.
체크리스트 – 학벌보다 중요한 5가지
내 직무 경험은 구체적 성과로 말할 수 있는가?
내 강점이 회사의 문제 해결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할 수 있는가?
학벌 외에 나를 차별화할 키워드가 2개 이상 있는가?
인맥, 추천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는가?
내 온라인 프로필은 현재의 강점을 잘 보여주고 있는가?
정리하자. 신입 채용에서 학벌은 유리하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학벌은 힘을 잃고, 대신 태도·성실함·실무 경험·네트워크·제도를 활용하는 전략이 무기가 된다.
서울대 출신이면서도 탈락하는 경우를 나는 수도 없이 봤다.
반대로 지방대 출신이 작은 기회를 붙잡아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모습도 많이 봤다.
중요한 건 “어떤 기회를 어떻게 활용했는가.”
회사 문 앞에서 좌절하기 전에 주변을 둘러보라.
정규직만이 길이 아니다. 계약직, 인턴, 아르바이트, 정부 제도까지, 열쇠는 여러 개다.
그 문을 두드리고, 열쇠를 돌리고, 안에서 증명하면 된다.
스카이대가 아니어도,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 아니, 더 크게 성장할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건 나만의 무기를 준비하는 것, 그리고 작은 문들을 두드리는 용기다.
그러니, 네가 스카이가 아니어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