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부인은 명문대를 졸업하고, 중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똑똑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수영에는 영 '아니올시다'입니다. 수영 선생님이 항상 '힘 빼세요'를 외치지만, 제 부인은 되뇝니다. '선생님!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몸이 안 따라준단 말입니다!!!' 자유형을 할 때 팔꿈치의 각도가 45도를 만들어서 스트로크를 해야 하는데, 분명히 머리에 입력은 되었지만 내 팔의 각도가 30도인지 60도인지는 우리는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머릿속에서는 선생님의 말이 이해도 되고, 한 마리의 돌고래처럼 부드럽고 힘차게 수영하는 내가 떠오릅니다. 하지만 현실은 물속에서 허우적대며 쉽게 앞으로 나아가지 않습니다. 수영뿐 아니라 모든 스포츠가 그렇습니다. 여러 번 연습해야 몸에 근육이 붙고, 메커니즘이 몸에 붙습니다. 그때 비로소 속도가 붙고, 힘이 생기고, 한 마리의 돌고래가 됩니다.
급격하게 주제를 돌려 보겠습니다. 가장 간단한 덧셈을 살펴보죠. 153+238=?
답은 391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같이 살펴볼 부분은 답이 아니라 어떻게 그런 능력을 얻게 되었는지입니다. '153+238'이라는 계산을 해본 적이 있나요? 살면서 153+238이라는 계산을 해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할 수 있습니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것을 천천히 생각하면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머리를 쓰기 때문입니다. 덧셈뿐 아니라 모든 수학 개념이 그러합니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복잡한 계산도 원리만 알고, 천천히 생각만 하면 답이 나옵니다. 135+238을 할 줄 안다면, 13579+23834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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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영어는 어떤가요? 그러니까, 머리로 이해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인가요? 아니면, 머리로 이해하는 것뿐 아니라 몸이 따라줘야 하는 것인가요? 만약 영어를 읽기 영역에만 한정한다면, 머리로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가능할 것입니다. 배웠던 단어와 문법을 이용해서 응용하면 되니까요. 물론 이것도 쉽지는 않습니다. 많은 연습이 필요하죠. 하지만, 듣기, 말하기와 쓰기 영역까지 포함한다면 머리만 갖고는 모자랍니다. 그 이유는 지난 글에서 설명드렸으니 생략하겠습니다. 머릿속에서, 혀끝에서 말이 맴돌지만 결국 입을 떼지 못한 경험들이 있으시다면 무슨 말인지 이해하실 겁니다. 결국, 영어라는 것은 머리뿐 아니라 몸에 익어야 한다는 점에서 수학보다는 수영에 좀 더 가깝습니다.
우리에게는 '수영 = 몸을 쓰는 것 = 체육', '수학 = 머리를 쓰는 것 = 공부'에서 '영어 = 공부 = 머리를 쓰는 것(?)'이라는 삼단논법을 잘못 사용하여 생기는 오해가 있습니다. 더구나 영어는 소위 '국영수'라는 핵심과목으로 묶어 놓고, 초중고 12년을 보냈지 않습니까? 그러니 오해를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가 같이 살펴본 것처럼 영어는 수영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더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수영을 비롯한 체육도 생각보다 많은 두뇌활동을 필요로 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물장구를 치는 것 이상의 결과물을 갖고 싶다면, 배워야 하고 자신의 몸에 맞게 영법을 응용해야 합니다. 몸을 움직이는 메커니즘과 그 운동원리를 이해해야만 가능하니까요. 즉, 수영에서도 머리를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제 우리는 영어에 대한 접근법을 바꿔야 합니다. 영어는 머리를 쓰는 것(이성, Reason)보다는 몸을 쓰는 것(경험, Experience)에 더 가깝습니다.1) 귀로 듣고, 눈으로 읽고, 입으로 말하고, 손을 글을 써야 합니다. 이때의 메커니즘은 두뇌활동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무의식적으로 행해져야 합니다. 나의 두뇌활동은 메시지를 받아들이고, 메시지를 내어 놓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단어와 문법을 의식적으로 집중해야 하는 수준이라면, 아직 영어가 서툴다는 의미입니다. 영어를 무의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게 된다면, 영어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겠죠. 영어는 수학보다는 수영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1) 이러한 생각은 독일의 철학자 칸트에게서 힌트를 얻었으나, 제가 읽은 칸트의「순수 이성 비판」에서는 언어와 관련된 부분은 없으니, 읽으셔도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임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아울러 저는 철학에 대해서 관심이 있을 뿐, 전혀 전문가가 아님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