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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아안 Jan 08. 2022

3. 영어, 듣기 어떻게 할까?

① 영어 듣기의 시작, 단어 하나하나에 집중하지 맙시다.

   어느 정도 영어 공부에 대한 개념을 이해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영어 실력을 키우기 위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보죠. 이해를 돕기 위해서 저의 아들을 소개하겠습니다.1) 물론, 가상의 인물입니다. 이름은 정진이고 8살입니다. 영어는 알파벳 a, b 정도만 알고 있습니다. 영어를 공부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정진이는 나이도 어리고, 글을 읽을 줄 모르니 흔히 말하는 영어에 대한 노출부터 시켜보려 합니다. 


   정진이에게 영어 공부를 시키기 위한 계획을 짭니다. Phonics는 부담될 수 있으니 듣기부터 연습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정진이는 일상적으로 하루에 30분 정도의 한국어로 더빙된 애니메이션을 봅니다. 넷플릭스에서 Peppa Pig라는 애니메이션이 있습니다. 몇 개의 에피소드를 보니 스토리도 좋고, 분위기도 좋고, 말의 난이도도 쉽고, 그림도 괜찮습니다. 20분짜리 한 편의 영상에 세 개의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이제 정진이에게 물어봅니다.


   "정진아, 너 혹시 만화 20분 정도 더 볼래? 그런데 영어로 된 거로 봐야 돼. 이건 영어 배우려고 보는 거야. 보기 싫으면 안 봐도 되고."

   "좋아."


   정진이는 이 제안을 넙죽 받아서 보기 시작합니다. 주인공 Peppa는 엄마, 아빠, 동생 Gerorge와 같이 삽니다. 친구네 집에 놀러 가기도 하고, 가족들과 나들이를 가기도 하고, 발레 수업을 가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정진이는 Peppa가 주인공의 이름인 줄도 몰랐지만 엄마, 아빠를 "Momma Pig", "Daddy Pig"라고 하는 것을 미루어 생각하여 Pig가 돼지이고, Peppa가 이름이라는 것도 짐작하여 알아냅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미 정진이는 듣기의 큰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그렇습니다. 이제 그 의미를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의미는 영어를 들을 때 단어 하나하나에 집중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어를 사용하며 대화할 때 우리는 상대방 말을 단어 하나하나로 쪼개서 듣지 않습니다. 전체적인 메시지로 듣죠. 영어를 할 때는 익숙하지 않으니까 작게 쪼개서 들으려고 합니다. 벽돌을 하나씩 하나씩 올려서, 큰 담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초보자에게는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입니다. 될 것 같지만 안 되는 방법입니다. 

 

  "George doesn't like the smell of flowers"라고 Peppa가 말을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아주 쉬운 문장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 분들도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자막 없이 이 문장을 듣게 되면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2초도 안 걸리는 시간에 이 문장을 말하거든요. "George가 뭘 안 좋아한다고? smell... 아! 냄새! 그런데 무슨 냄새라고 했지?" 


   단어 하나씩 쪼개어 듣는다면 정말 머리가 바쁘게 움직여야 합니다. 이보다 조금만 복잡한 문장이 나온다면, 아마도 많이 힘들겠죠. 단어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방식을 Bottom-up이라고 합니다. 밑(Bottom)에서 부터 위(up)로 올라가는 것이죠. 단어를 먼저 들을 수 있고, 그 후에 문장을 이해할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반대되는 개념은 Top-down이라고 하고요. 두 가지 모두 필요한 연습 방식입니다. 하지만 Bottom-up방식으로 듣기 연습을 시작해서 나중에 Top-down방식으로 하려면, 몸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단어 하나하나에 집중하면서 듣는 것에 익숙해져서 메시지에 집중하여 듣는 것이 잘 안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어 듣기를 처음 연습할 때는 Top-down방식이 더 유리합니다. Top-down방식으로 연습하고, 나중에 필요할 때 Bottom-up방식으로 연습하는 것은 훨씬 수월하거든요. 


   더 많은 의미에 대해서는 다음번 글에서 소개해드릴게요.


1) 장 자크 루소의 책,「에밀」의 오마주입니다. 또한, 이 상황에서 정진이의 아빠인 저는 실용 영어 학원 원장이 아니라 영어를 평균적인 수준으로 하는 직장인으로 설정하여 이야기를 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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