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키드만의 작은 서재 Mar 14. 2024

[리뷰]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경이로운 세계 속에서 나를 찾아가는 여정

미술관을 일부러 찾아가 작품을 감상하는 일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해외여행을 하게 될 경우 그 지역의 유명 미술관을 들러 꼭 봐야 하는 '작품'들을 떠밀리듯이 휘리릭 보고는 거기 다녀왔고 그 작품을 봤다고 말하는 게 고작이었다. 그렇게라도 다녀온 미술관이 그래도 몇 군데는 되는 것 같다. 이런 나도 예전 '반 고흐 미술관'에서는 좀 더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고, 몽유도원도가 한국에 와서 전시할 때는 오픈런을 하다시피 달려가 그 진품을 보고 온 경험도 있다.

미술관은 그런 정도로만 알고, 활용(?)을 하던 방문객으로서의 내가, 이 책의 제목인 미술관 경비원의 시선으로 미술관을 바라본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이렇게 많은 경비원들이 조직적으로 관리를 하고 있다는 것도 몰랐는데,  그런 경비원들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관람객들과 예술작품들 그리고 그 세계를 경험하며 얻게 되는 삶의 지혜는 과연 무엇일까 하는 기대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나는 책으로 읽는 것과 예술품을 직접 보는 경험이 얼마나 다른지 다시 한번 느낀다. 책 속 정보는 이집트에 관한 지식을 진일보시켰지만, 그와는 대조적으로 이집트의 파편을 실제로 마주하는 것은 나를 멈추게 한다. 이것이 예술의 본질적인 특성이다. 우리는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고 그다음으로 간단히 넘어갈 수 없다. 예술은 어느 주제에 관해 몇 가지 요점을 아는 것이 대단하게 여겨지는 세상을 경멸하는 것처럼 보인다. 요점이야말로 예술이 절대 내놓지 않는 것이다. 예술 작품은 말로 단번에 요약하기에 너무 거대한 동시에 아주 내밀한 것들을 다루는 경우가 많고, 오히려 침묵을 지킴으로써 그런 것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p. 87)


저자는 사랑하는 형을 잃었다. 유난히 형을 따랐고 모든 면에서 뛰어난 형을 멘토처럼 여겼는데 갑작스러운 병마로 세상을 떠났다. 그때부터 그의 삶에는 커다란 구멍이 생겼고 우연한 기회에 박물관의 경비원에 지원하여 다니던 직장인 <뉴요커>를 그만두고 경비원의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 책은 두 갈래의 길로 나를 인도하고 있었다. 첫째는 예술작품을 대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이다. 작품을 보고 그것을 평가하고 느낌을 가져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그저 침묵하고 관찰하여 눈이라는 연필로 마음이라는 공책에 그림을 그리듯이 보아야 한다고 한다. 예술가들의 시대나 기교적인 천재성에 감탄하기보다는 그들도 그것이 하나의 일상이었을 그 평범한 삶에 공감해야 한다는 것

관람객을 분류한 부분에서는 과연 나는 어떤 관람객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필사 노트1



가장 위대한 예술 작품은 자신의 상황에 갇힌 사람들이 아름답고, 유용하고, 진실된 무언가를 창조하기 위해 조각조각 노력을 이어 붙여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교훈까지 말이다. 미켈란젤로 시대의 피렌체, 심지어 미켈란젤로 시대의 로마마저 이런 면에서는 로레타 페트웨이가 살던 시절의 지스 밴드와 다르지 않다. 이제 더 이상 전성기 르네상스와 같은 개념을 빌어 생각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새로 만든 회반죽을 바르고, 거기에 그림을 그리고, 회반죽을 조금 더 바르고, 거기에 그 림을 조금 더 그리는 한 사람을 생각할 것이다. (p. 302)


둘째로, 그는 미술관의 공간과 그 속의 작품들, 그리고 경비원들과 관람객을 통해 느끼게 된 나름의 삶의 방식도 이야기해 준다.


어느 예술과의 만남에서든 첫 단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한다. 그저 지켜봐야 한다. 자신의 눈에게 작품의 모든 것을 흡수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건 좋다', '이건 나쁘다' 또는 '이건 가, 나, 다들 의미하는 바로크 시대 그림이다'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이상적으로는 처음 1분 동안은 아무런 생각도 해선 안 된다. 예술이 우리에게 힘을 발휘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 p. 114)


그저 구멍을 메우기 위해서가 아니가 서로 소통하고 융합해 나가는 과정,  예술작품이라고 하는 것이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삶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 그렇게 다시 침묵과 정체가 아닌 소통과 나아감으로 다시 출발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필사 노트2
세상이 이토록 형형색색으로 화려하고 충만하며, 그런 세상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며, 사람들이 아름다운 것들을 정성을 다해 만들려는 본성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사실이 신비롭다. 예술은 평범한 것과 신비로움 양쪽 모두에 관한 것이어서 우리에게 뻔한 것들, 간과하고 지나간 것들을 돌아보도록 일깨워준다. 예술이 있는 곳에서 보낼 수 있었던 모든 시간에 고마운 마음이다. (p. 324)


때때로 삶은 단순함과 정적만으로 이루어져 있을 때도 있다. 빛을 발하는 예술품들 사이에서 방심하지 않고 모든 것을 살피는 경비원의 삶처럼 말이다. 그러나 삶은 군말 없이 살아가면서 고군분투하고, 성장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것이기도 하다. (p. 325)


따뜻한 봄날,

조용한 평일 오전에 (저자가 추천한 시각이다) 미술관을 들러 천천히 그 앞에서 침묵의 언어로 작품들을 대해보고 싶어진다

과연 그들은 내게 어떤 대화를 던져줄까,,  궁금해진다.

필사노트 3


매거진의 이전글 [리뷰] 로드 무비:유럽에서 문래 하다 - 최정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