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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드만의 작은 서재 Jun 14. 2024

[리뷰] 흐르는 강물처럼 - 셸리 리드

흐르는 강물처럼 살 거야...

'삶' 짧은 한 음절짜리 단어이지만 그 단어가 주는 감정, 이미지는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느끼게 한다.

우리는 '잘' (?) 살기 위해 애쓴다 (노력한다는 표현보다 애쓴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어떻게 하는 게 잘 사는 것인가, 어떤 것이 내가 원하는 삶일까. 아마 평생의 과제이자 풀지 못하는 숙제일 수도 있다.
그런데 왜 굳이 그것을 과제를 해결하듯이 해 내야 하고 풀어야만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던 책 읽기였다.


한때는 마을이었으나 지금은 저수지 밑에서 썩어가는 마을 아이올라.
그 마을의 한 소녀인 '빅토리아'의 삶의 여정을 그린 책이다. 한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 그것을 통해 다시 나를 돌아보는 것, 여느 소설책 읽기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 책을 덮고 나서는 뭔가 마음이 편해지고, 내 온몸에 장착하고 있던 쓸데없는 힘이 빠져나가면서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빅토리아가 숲 속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땅속에 켜켜이 쌓여 있는 부스러기들과 흙을 느끼듯이.

우연히 길에서 만난 윌과 사랑을 느끼고, 그 사랑을 이루지는 못하지만 그 사랑은 다른 모습으로 그녀의 곁에 남게 된다. 바로 아들 '베이비 블루'. 아들과 함께 살아남기 위해 자연의 품으로 들어가지만 결국 아들과 헤어지는 슬픔을 감내하는 결정을 한 후 아들을 보내고 다시 마을로 내려온다. 마을은 수몰이 예정되어 있고 주민들은 이주를 해야만 했다.
수몰되는 마을에서 그녀가 가지고 갈 것은 오로지 아버지와 함께 만들어낸 내시복숭아. 그 복숭아나무를 다른 곳에 옮겨 꼭 같은 결실을 만들어내리라는 결심은 비단 복숭아뿐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뿌리를 내려 삶을 살아가야 하는 자신에게도 다짐하는 일이었다.


결국 빅토리아는 느낀다.
산속의 오두막에서 몰아치는 폭풍을 겪으며, 유유히 흐르는 것 같지만 그 안에서 휘몰아치고 꺾이고 있는 강물을 바라보면서.
자신은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회복력을 가지고 있고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떻게든 살아왔다는 것.
그 강인함은 그 모든 것이 지나간 후에 내리쬐는 햇빛이나 휘몰아침 이후의 잔잔함과 같은 작은 승리와 무한한 실수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그렇게 흘러가는 강물처럼 계속 흘러가는 것이 자신의 삶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아들과의 만남을 준비한다.

부딪히며, 꺾이고 밀려나도 다시 일어난다는 그렇기에 계속 앞으로 나아가, 마치 흐르는 강물처럼 살아가는 것이 바로 '삶'이라는 것...
공감을 하며 하늘을 바라보고 눈을 감아보며 바람과 소리에 집중하는 고요한 시간을 갖아보았다.
그렇게 앞으로 흘러가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을 느끼기 위해.




이런 사소한 일, 마치 나를 부르는 듯한 석탄 수송 열차의 기적 소리, 사거리에서 마주쳐 길을 묻는 이방인, 흙길에 떨어진 갈색 술병처럼 별일 아닌 사건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놓는다. 아무리 그렇지 않다고 믿고 싶어도 우리 존재는 탐스럽게 잘 익은 복숭아를 조심스럽게 수확하듯 신중하게 형성되는 게 아니다. 끝없이 발버둥 치다가 그저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을 거둘 뿐이다. (p. 38)'



'그동안 나는 지난날의 선택을 끊임없이 돌아보며 의심했다. 그러나 우리 삶은 지금을 지나야 만 그다음이 펼쳐진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도가 없고 초대장이 없더라도 눈앞에 펼쳐진 공간으로 걸어 나가야만 한다. 그건 월이 가르쳐주고, 거니슨강이 가르쳐주고, 내가 생사의 갈림길을 수없이 마주했던 곳인 빅 블루가 끊임없이 가르쳐준 진리였다. 그것이 옳든 그르든, 내가 나아가야 할 다음 단계가 내 앞에 펼쳐져 있었고, 나는 그걸 믿으려고 최선을 다했다. 이 장례식을 끝으로 아이올라와 나 사이 인연의 끈이 끊길 것이었다. 그러면 나는 곧 내 길을 떠날 것이다. ( p. 281)'

'숲은 내게 말했다. 모든 존재를 그 자체로 가 치 있게 만들어주는 건, 바로 겹겹이 쌓인 시간의 층이라고.
그랬다. 젤다의 말이 옳았다. 내 과수원이 그랬듯 나 역시 새로운 토양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회복력을 가지고 있었고, 내 의지와 관계없이 뿌리째 뽑히고도 어떻게든 살아왔다. 그러나 셀 수 없을 만큼 흔들리고, 넘어지고, 무너지고, 두려움에 웅크린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서 나는 강인함은 이 어수선한 숲 바닥과 같다는 걸 배웠다. 강인함은 작은 승리와 무한한 실수로 만들어진 숲과 같고, 모든 걸 쓰러뜨린 폭풍이 지나가고 햇빛이 내리쬐는 숲과 같다. 우리는 넘어지고, 밀려나고, 다시 일어난다. 그리고 최선을 희망하며 예측할 수 없는 조각들을 모아가며 성장한다. 이토록 아름다운 방식으로 성장한다는 것 하나만으로 우리 모두는 함께였다.
(p. 415)'

'내가 삶이라고 불러온 이 여정도 잠겨버린 이 강물과 비슷하지 않은가. 저수지로 만들어놓았는데도 온갖 걸림돌과 댐을 거슬러 앞으로 나아가고 흐르는 이 강물, 다른 방법을 알지 못해 그저 그동안 쌓아온 모든 걸 가지고 계속 흘러가는 이 강물이 내 삶과 같았다. (p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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