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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대권 Dec 15. 2020

코로나로 변해가는 일상

애프터 코로나를 준비하기 위한 생활 패턴 분석

코로나의 여파로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의 모습이 이전과는 너무나 생소하다.


북적여야 할 중심가 거리와 상점들이 조용하고 한산해야 할 동네 거리와 공원에서 산책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일과를 끝내고 쉬기 위한 공간이었던 집은 학교이자 일터가 되면서 어수선하고 답답하게 느껴진다.   


초기에는 어떻게든 이 사태가 지나가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버텼는데 장기화되면서 도시, 동네, 집을 바라보는 관점이 급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변화가 아닌 진화인 이유는 돌이킬 수 없는 명확한 방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서 진화의 방향이 달라졌다는 말은 아니다. 이미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문명이 우리들의 일상을 서서히 진화시키고 있었는데 코로나가 가속화시킨 것이다.  


크게 눈에 띄는 일상의 변화들을 짚어보자. 재택근무가 어느 정도 가능하고 아이들도 원격 수업을 받을 수 있는 환경에 있는 사람의 관점에서 느낀 것들이어서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진화의 방향은 일치할 것이라 생각한다.   


[좌] 텅 빈 명동 거리 ⓒ시사IN 이명익; [우] 플로깅(Ploging – 달리면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 중인 도곡 1동 주민들(https://www.gangnam.go.kr)



우선 인간관계가 극단적으로 변했다. 가족과 친한 친구가 1차 관계, 회사와 각종 오프라인 모임에서 만나는 지인들이 2차 관계, 그리고 SNS 등 온라인에서 소통하는 사람들이 3차 관계라고 가정해 보자. 코로나로 가장 크게 변한 것은 2차 관계가 해체되어 버린 사실이다.   


2차 관계의 사람들 중 정말 소수는 1차 인간관계로 편입되었다. 코로나 발생 초기에 오프라인으로 만난다는 말은 목숨을 걸고 미래를 함께 한다는 의미였기 때문에 정말 굉장히 높은 선별 기준을 적용했다. 나머지는 3차 인간관계로 편입되었다. 온라인으로 소통하지만 오프라인으로는 만나지 않는 관계가 된 것이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3차 관계는 더욱더 확장했다. 이들과는 SNS, 화상회의, 원격수업 방식으로 소통하기 때문에 하루 일정 시간 온라인으로 활동하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기존의 시공간 개념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서울에 있든, 지방에 있든, 외국에서 살든 소통의 기회는 오히려 더 늘어난 것 같다. 오프라인을 통해서만 참가할 수 있었던 행사들이 온라인이 되면서 물리적인 시간과 공간의 차이가 큰 의미가 없어져 버린 것이다.


그래서 미국에 살고 있는 나로서도 강연과 학술행사 등 오히려 더 많은 기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에 물리적으로 가기가 더 힘들어지면서 오히려 브런치, 블로그, SNS 등을 통해서 더 적극적으로 한국과 소통하게 되었다. 이러한 소통방식은 꼭 실시간이 아니어도 되기 때문에 시차도 어느 정도 극복되었다.


집과 동네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늘어나면서 내 주변 환경을 재발견하고 더 돌보기 시작했다. 온라인 수업과 미팅을 위해서 카메라와 마이크를 구비했고 연구와 관련된 장비도 집에 설치했다. 오프라인 모임이 줄면서 남는 시간을 가족활동과 취미활동에 사용하게 되었다.


가능하면 동네에서 운동하고 장보는 등 모든 것들을 해결하고 싶은 욕구가 커졌다. 그래서 주변을 탐색하면서 몰랐던 장소와 가게들을 재발견하는 소소한 즐거움을 찾고 있다. 동시에 아쉬운 점들도 발견하면서 내가 개선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도 해보게 된다.


마지막으로 물리적인 반경은 줄었지만 디지털 기술을 통한 가상의 생활 반경은 오히려 더 늘어났다. 많은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온라인으로 소통하면서 디지털 기술의 장단점과 그 가능성들을 급속하게 습득하게 되었다. 재택근무,  원격수업, 온라인 쇼핑 등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면서 사회, 경제, 문화, 교육 영역에 걸쳐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예전부터 증가하고 있던 추세였지만 이렇게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되어 본 적은 없었다.


전통적으로 역세권 등의 중심가 식당들보다 주거지역의 배달전문 식당들이 상황이 더 좋다. 번듯하고 큰 규모의 회사 본사 필요성에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본사의 개념이 아닌 작은 규모의 사무실들을 여러 지역에 분산시키기 시작했다. 오프라인 매장이 필수라고 생각했던 패션분야 등의 상품들도 여러 개를 입어보고 반송하는 방식을 통해 상황을 타개해 나가고 있다. BTS는 성공적으로 글로벌 온라인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다국적의 학생들을 가르치는 직업을 가진 나로서는 원격수업이 가능한 사실이 너무나 고맙다. 그 덕분에 한국, 중국, 인도, 중동, 유럽 등 다양한 지역의 학생들이 시시각각 변하는 불확실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이어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좌) 배민라이더스(https://platum.kr/archives/118626); [우] 방탄소년단 온라인 콘서트 ‘BTS 맵 오브 더 솔 원'(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요약하자만 코로나 사태 이후로 1차 관계는 가족 중심으로 견고해지고 2차 관계는 오히려 더 약화되었지만  3차 관계는 확장되는 형상이다. 물리적인 접촉과 실시간이 핵심인 오프라인의 생활 패턴에서 시공간의 개념이 흐린 온라인 생활 패턴으로 변해가고 있다. 물리적인 생활 반경이 좁혀지면서 집과 동네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동시에 가상적인 생활 반경이 늘어나면서 사회 전반의 분야에서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앞으로 백신을 통해 코로나를 완전히 몰아낸 미래든 치료제를 통해 안전하게 공존하는 미래든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 동네, 집은 분명히 지금과는 달라질 것이다. 이를 이해한다면 코로나 상황을 좀 더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코로나 사태 이후를 대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다음 글에서는 애프터 코로나의 도시 모습이 생활 패턴의 변화로 인해 어떻게 진화해 나갈 것인지 살펴보겠다.


[상단 이미지] Flickr/Creative Commons License/Christopher Mich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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