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컨대, 호모 에코노미쿠스는 이기적인 인간이고, 나의 석사논문은 그에 대한 비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시종일관 그것은 우리를 호모 에코노미쿠스로 만드는 신자유주의를 비판했다. 그런데 근 1년을 쩔쩔매며 완성시킨 논문을 쓰는 동안 마음 한구석의 또 다른 내가 늘 볼멘소리를 내었다.
'도대체 누가 누굴 비판하니?'
그랬다. 논문을 쓰는 내내 불편함이 가시지 않았던 건 바로 내가 신랄하게 비판했던 이 호모 에코노미쿠스라는 인간의 모든 특징들이, 부분적으로든 전적으로든, 바로 나를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해관계의 주체"
"이윤을 좇는 경제적 인간"
"시장의 합리성을 따르는 자"
어느 것 하나 나에게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것은 없었다. 모든 선택에서 자신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두는 호모 에코노미쿠스는 "자기 자신의 기업가"가 되어 스스로를 기업으로 만든다. 이기적인 호모 에코노미쿠스는 합리화가 가능한 선에서 본인을 위해 때때로 남을 이용하고, 속이고, 현혹한다. 기업이 된 인간의 모든 선택에는 경제적 논리가 스며든다.
나 또한 때때로는 거짓말을 하고, 유도신문을 하고, 타인을 조종했다. 동시에 자기 계발, 자기 관리 등의 단어 속을 허우적대며 스스로를 소진시켰다. 이러한 모습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있을까? 우리 모두가 '불가피하게' 타인을 기만한다. 우리 모두는 더 나은 내일을 바라며 스스로 채찍질한다. 선의이든, 악의이든, 옳든, 그르든 그것이 나의 안녕을 기원하며 나온 행위임엔 틀림없다.
현대의 물질주의 사회에서 우리 모두 어느 정도 호모 에코노미쿠스의 특성을 갖고 살아간다. 성장과정에서 우리는 그것을 배운다. 착한 사람은 호구이며 내 것을 잘 챙기는 것이 영리한 사람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체득한다. 자기 관리하지 않는 자는 곧 게으른 자이며, 발전하지 못한 인간은 도태된다. 현대의 자본주의, 신자유주의는 우리를 "이해관계의 주체", "자기 자신의 기업가"가 되도록 사회화시킨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필수 불가결하게도 자기 자신만의 이익을 꾀하는 이기적인 호모 에코노미쿠스이다.
이 글을 쓰는 나의 물음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현대사회의 구성원들 모두가 이기적인 호모 에코노미쿠스라면, 종종 타인을 기만한다면, 기업이 된 나를 발전시키기 위해 스스로를 소진한다면, 이들이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우리는 모두 이기적이지만, 그 이기심을 이용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전략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우리는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