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의 과학 #조직문화 #조직풍토 #조직신뢰
처음 조직문화 관련 일을 하면서 가장 구분하기 어려웠던 개념이 '조직문화(Organizatoinal Culture)'와 '조직풍토(Organizational Climate)'였습니다. 개념적으로는 어떤 한 조직이 옳다고 믿는 가정, 가치, 신념, 행동의 총합이 조직문화라면, 조직풍토는 조직 내 공식 혹은 비공식적 정책, 관행, 절차 등에서 구성원들이 느낀 심리적 경험을 뜻합니다. 호주의 오스트로프 교수(C. Ostroff)는 조직풍토에 대해 "완벽히 일치된 의견은 없으나 자신이 속한 조직에 대해 구성원 간 공유된 심리적 경험 또는 느낌의 총합이라는 개념으로 모아지고 있다"라고 주장합니다. 즉 조직풍토란 조직이 추구하고, 주장하고,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내에서 직원들이 느끼고 공유하고 있는 분위기라는 것이죠. 아마존을 예로 들자면, 고객 집착(Customer Obsession)이 조직문화라면, 고객 집착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아마존 구성원들이 느끼는 강한 압박감이나 경쟁적 분위기가 조직풍토라 할 수 있습니다.
구성원들이 인식하는 느낌을 뜻하는 풍토는 조직의 정책과 절차, 일상적인 업무, 성과의 측정 방식, 성과에 따른 보상 등에 의해 결정됩니다. 같은 고객 집착의 문화라 하더라고 어떤 곳은 구성원 간 경쟁을 통해 고객 집착을 달성할 수 있고, 어떤 곳은 협업을 통해서 달성할 수 있습니다. 이 둘은 지향하는 문화는 같더라도 당연히 풍토는 달라지게 됩니다. 따라서 직원들의 관점에서 봤을 때, 보다 중요한 것은 문화보다는 풍토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퇴사하는 직원들의 인터뷰를 보더라도 조직문화가 싫어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 조직풍토가 싫어서 떠나는 것이죠. 즉 조직문화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내가 느끼는 조직풍토가 너무 다를 때 직원들은 조직을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조직문화와 조직풍토가 일관성 있게 유지되는 곳이 강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곳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조직이 추구하는 문화와 직원들이 느끼는 풍토를 연결시킬 수 있을까요? 바로 '신뢰'입니다. 조직행동 분야의 권위자인 Peter H. Kim 교수는 자신의 저서 <How Trust Works>에서 '신뢰란 실망시키지 않을 거란 믿음이다'라고 심플하게 정의합니다. 조직이 구성원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고, 구성원도 조직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상호 믿음, 즉 조직신뢰가 단단하게 형성되어 있을 때 문화와 풍토가 따로 놀지 않습니다. 따라서 조직 차원에서 추구하는 미션과 비전, 핵심가치가 바로 섰는지와 함께 이를 달성하기 위한 실질적 정책도 일관성 있게 적용되는지를 늘 점검해야 합니다. 그래야 직원들은 조직을 신뢰할 수 있고, 액자 속에 갇혀 있는 조직문화가 실질적으로 구성원들에게 인식되는 조직풍토로 치환될 수 있습니다.
조직문화와 풍토를 연결하는 '신뢰'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는 피터 킴 교수가 말한 '신뢰를 구성하는 열 가지 특징'을 대입해 보면 좋습니다. 필요할 때 곁에 있는가? 필요한 역량이 있는가? 믿음직하고 예측가능한가? 비밀을 지킬 수 있는가? 공정하고 정의롭게 대하는가? 정직하고 도덕적인가? 내 편이 되어줄 것인가? 생각과 정보를 자유롭게 공유해 줄 것인가? 내뱉은 말을 지킬 것인가? 각자의 생각을 받아들여줄 것인가?
이 질문들에 조직은 구성원을, 구성원은 조직을 대입해 보면 됩니다. '조직은 필요할 때 곁에 있어 줄 것인가?' '나는 필요한 역량이 있는가?' 등처럼요. 문화와 풍토 정말 아직도 헷갈리는 개념입니다. 너무 개념적으로 접근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하지만 문화와 풍토 그 사이에 '신뢰'가 존재함을 이해하고, 조직 내 신뢰를 깨트리는 행위는 무엇이 있는지 혹은 신뢰를 북돋는 것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문헌]
Organizationl culture and climte. Ostroff. 2013
How Trust Works. Peter H Kim. 2023
조직역량과 조직풍토에 대한 종업원의 인식이 조직몰입에 미치는 영향. 정무관외.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