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화 #변화관리 #적응적 문화
미국의 존 코터(John P. Kotter) 교수는 <What Leaders Really Do>에서 경영(Management)은 복잡성을 다루는 일이고, 리더십(Leadership)은 변화를 만드는 일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그리고 경영자 또는 매니저 포지션에 올라간 사람은 늘 이 두 가지 관점에서 자신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하죠. 어찌 보면 기존에 익숙한 것들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탐색(exploitation)'과 새로운 영역을 찾아 나서는 '탐험(exploration)'의 균형을 갖추어야 한다는 말과 유사합니다.
그렇다면 현장의 리더들은 경영과 리더십 중 어떤 곳에서 더 어려움을 느낄까요? 2022년 리더십 과정 개발을 위해 모 기업 신임 매니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설문에 참여한 400명 남짓의 매니저들 중 약 80%가 '변화 관리가 훨씬 어렵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묻는 주관식 질문에 '변화관리는 투자한 시간과 노력 대비 효과가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특히 본인이 오너도 아니고 지금의 자리가 영원히 보장되는 것도 아닌데 '단기적으로 성과를 보이지 못하는 변화관리보다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여 나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는 답변도 많았습니다. 많은 컨설팅 보고서들이 '해빙(unfreezing)-변화(movement)-재동결(refreezing)'의 단계를 설정하고,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3년 정도의 시간을 통해 기업문화 변화를 완성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수없이 많은 실패를 봐왔던 매니저들은 시챗말로 변화관리가 어렵기도 하고, 지금 당장 광팔이가 안 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변화관리를 진정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죠. 실제 기업문화를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 '한 번 기업문화가 형성되면 변화하기 어렵다'는 것에 대부분 동의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어려운 기업문화 변화관리를 꼭 해야 하는 것일까요? 그냥 현재 문화를 잘 가꾸고 지키면서 살아가면 안 되는 것일까요? 이는 기업문화가 형성되는 과정에 대해 생각해 보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샤인(Schein) 교수는 기업문화는 외부 적응(external adqptation)과 내부 통합(internal integration)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한 조직이 성공적으로 존속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던 신념과 행동 방식의 총합이라고 말합니다. 즉 내외부 환경 변화에 적응하며 조직이 생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만이 기업문화로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경영 환경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기존의 문화가 조직의 생존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조직 자체의 생존이 위협받을 뿐만 아니라 문화도 그 의미를 상실하게 됩니다. 즉 기업문화를 관리한다는 것 자체가 문화에서 변화시켜야 할 부분과 지속시켜야 할 부분을 선택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업문화는 변화가 숙명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코터(Kotter)와 헤스킷(Hesketh)은 실증연구를 통해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변화하는 적응적인 문화를 가진 조직이 월등한 성과를 낸다는 점을 밝히기도 합니다.
기업문화 변화관리가 진짜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개인적으로 기업문화 변화관리는 프로세스의 문제라기보다 문화의 근간인 '암묵적 가정'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많은 연구자들이 '암묵적 가정'은 구성원의 의식 영역에 존재하기 때문에 구체화하기 어렵고, 기본적으로 변화에 저항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암묵적인 가정이나 신념, 믿음은 정체성과 연결되어 있기에, 그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생존을 위협하는 행위로 간주해 배척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감정적 상태를 이해하는 것이 변화관리의 시작점이 되어야 합니다. 감정적 상태를 이해한다는 것은 현재 기업문화의 근간이 되고 있는 암묵적 가정으로 인해 혜택 받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찾아보고, 그들이 받는 혜택을 구체적으로 정의해 보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수평적 문화를 만들고자 한다면 위계적인 문화로 인해 혜택을 받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들이 위계적 문화를 통해 얻는 이득을 적어보는 것이죠. 이를 통해 "변화로 인해 힘들겠구나"라는 피상적 접근을 넘어, 변화로 인한 피해와 혜택을 객관적으로 비교해 볼 수 있는 과정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코터 교수는 변화관리의 핵심은 '감정(emotions)'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교한 변화관리 프로세스를 짜고, 새로운 조직을 만들고,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넘어, 구성원들의 감정을 읽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과정이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변화관리를 위해 어떤 프로그램을, 어떤 순서로 진행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잠시 내려두고, 구성원들이 겪게 될 심리적 경험을 구체적으로 그려보십시오. 그리고 변화관리 과정에서 들어 선 구성원들이 자신이 포기해야 하는 것과 얻게 되는 것을 진지하게 성찰하고, 이를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어야 합니다. 수동적 관찰자가 아닌 능동적 참여자로 만드는 것이야 말로 변화관리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참고자료]
John P. Kotter <What Leaders Really Do>, <Leading Change>
Thomas W. Britt <Organizational Psychology: A Scientest-Practitioner Approach>
E. H. Schein <The Role of the Founder in Creating Organizational Culture>